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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댄스, 남자도 하냐니? 세밀한 근육의 힘 ‘나빌레라’

폴댄스의 매력에 빠진 남자들

나만의 멋짐과 아름다움 찾고

‘폴생길’ 함께 갈 폴친구는 덤

한겨레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폴러스폴댄스’에서 회원들이 맨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엡터 실장)

폴댄스만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많은 운동이 또 있을까.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다는 이유만으로 선정적이라 하고 여성들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폴댄스 종류 중 남성들의 폴댄스인 ‘맨폴’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맨폴은 근력을 이용한 동작이 많은 종목이다. 폴댄스 학원 ‘폴러스폴댄스’ 서울 낙성대점에서 맨폴을 하는 회원들과 강사를 만나 폴토크를 나눴다. 폴과 사랑에 빠진 ‘폴러버’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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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원재(35)씨는 퇴근 뒤 폴을 탄다. 폴댄스를 배운 지 5년째. 폴댄스 전문가 2급 과정을 수료한 그는 각종 폴댄스 대회에서 수상한 실력자다. 맨폴계의 고수인 그를 다른 맨폴 회원들은 ‘반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를 폴댄스의 세계로 이끈 건 유튜브의 폴댄스 영상이었다. “우연히 남자 댄서가 폴댄스를 하는 영상을 봤어요. 그때 무용을 배워야지 생각하던 때라 그걸 보고 ‘아, 이거다’ 싶었어요. 우아하고 유연하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에 확 끌렸어요.”


첫눈에 반한 폴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초기에는 아픔을 겪었다. 살이 폴에 쓸리는 고통과 근육통으로 고생했다. “초반에 폴을 탈 때 아프고 힘들지만 참아내고 다음 동작도 하자고 다짐을 했어요. 그러니 점점 동작들이 하나씩 되는 거예요. 누구나 겪는 그 시간을 견디면 됩니다.”


폴을 타는 게 익숙해질수록 할 수 있는 동작이 많아졌다. “폴댄스는 통증과 아픔을 이겨냈을 때 얻는 성취감이 어떤 운동보다 커요.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만의 멋짐과 아름다움이 나와요.”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가 폴댄스를 배우러 갈 때마다 “여자를 보러 가는 게 아니냐”라고 비아냥거린다. “폴댄스를 하는 남자를 향한 편견이 깨질 때까지 오래 폴을 탈 겁니다. ‘존버’(끝까지 버틴다)해야죠. 그러면 언젠가 세상의 편견도 깨져있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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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폴을 배우는 회원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엡터 실장)

맨폴 경력 1년차인 김종구(31)씨는 요즘 폴 타는 재미에 산다. “지난해만 해도 폴에 매달리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손힘이 생기면서 원하는 동작이 ‘짠’하고 되는 거예요. 그때가 폴을 탄 지 8개월쯤 됐을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폴을 더 잘 타고 싶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른 학원에서 열리는 ‘원데이 클래스’에 가보고 다른 이들이 하는 폴댄스 영상도 꼼꼼히 본다.


맨폴을 하며 달라진 자신의 몸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 특히 운동할 때 상체 근력이 좋아진 걸 느낀다. “예전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는데 상체 힘이 없어 벤치프레스 동작을 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폴댄스는 내 체중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 많다 보니 어느 순간 근력이 좋아지더군요.”


무엇보다 이색적 운동이라는 점도 맨폴의 매력이다. “일반적인 피트니스센터가 지루하다고 느껴 새로운 운동을 찾다 폴댄스를 시작했어요. 남들 다하는 건 재미없으니까요. 저는 이런 새로운 걸 좋아해요.”


대학생 장기호(25)씨는 2년 전 폴댄스를 하는 ‘여사친’ 덕분에 폴댄스에 입문했다. 폴을 만난 뒤 달라진 몸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몸에 라인이 생기고 예뻐졌어요. 헬스를 할 때는 굵직굵직한 근육이 생긴다면 폴을 타면 작고 탄탄한 근육이 생겨요. 특히 등에 세밀한 근육이 잡혀요.”


아직 안 되는 동작이 많다는 그는 다리를 180도 찢는 스플래시나 제이드 동작이 제일 어렵다고 한다. 몸이 유연해야 동작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제가 유연성이 많이 떨어줘요. 유연성이 필요한 동작을 해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도 어느 순간 잘 되는 날이 오더군요. 그럴 땐 스트레스도 풀리고 개운한 느낌이 들어요.”


주변 사람들은 폴댄스를 하는 그를 신기하게 본다. 그에게 “남자도 폴댄스 하냐? 여자만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그럴 땐 “남자도 폴댄스를 할 수 있다”며 같이 하자고 하지만 선뜻 하는 이들이 없다. 그가 친구 중에서 유일하게 폴을 타는 남자다.


맨폴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초보 폴러’ 윤석민(33)씨는 새롭고 색다른 춤을 배우고 싶어서 폴댄스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지금은 살이 폴에 쓸리는 아픔만 크게 느껴질 뿐이다. 그래도 다른 회원들의 놀라운 동작을 볼 때마다 ‘언젠가 나도 저런 동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폴댄스는 다른 운동과 달리 몸에 근육이 붙는 게 다른 것 같아요. 몸이 탄탄해져요. 그만큼 운동량이 상당해요. 조금만 해도 숨이 차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맨폴 수업을 진행하는 최인희(48) 강사는 “폴을 만나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직장을 다니던 그는 9년 전 폴댄스를 배우고 전문 폴댄스 강사로 직업을 바꿨다. “제게 폴은 애인이에요. 계속 옆에 끼고 안고 있잖아요.(웃음)”


폴을 타는 이들도 그에게 남다르다. 최씨는 그들을 ‘폴메이트’(폴친구)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인생길이라고 하잖아요. 저희는 폴을 만나 다른 삶을 산다는 뜻으로 ‘폴생길’을 걸어간다고 이야기해요. 폴댄스를 하는 우리는 ‘폴생길’을 같이 걷는 동반자이자 친구죠.”


그는 앞으로 더 많은 폴메이트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폴은 나를 날개 없이 날게 해요. 비행기를 타듯 공중에 떠 ‘폴랄랄라’하게 해요. 이 매력적인 운동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즐겁게 했으면 해요. ‘폴생길’ 오래 함께 즐겨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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