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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앞 수백명 검사줄에 숨이 턱”…과로에 우울증까지

[코로나 2차 유행 ‘경고음’, 최전선 공공의료 긴급진단]


①공공병원이 1차 저지선


공공기관 의료진들 번아웃


선별진료소 하루 350명 몰리기도


“의사 충원 수차례 요구했지만…


시간외수당 1만4천원, 누가 올까”


공공의료 인력, 민간병원의 10.9%


“간호사가 병실청소까지 하는 형편”


고된 노동에 퇴사 늘어나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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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죽음의 공포를 여러 차례 느꼈어요. 도망치고 싶은데 환자를 두고 갈 수 없으니까….”


수도권의 한 보건소에서 의사로 일했던 김예진(가명)씨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퇴사를 결심했다. 잠을 자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눈물이 나왔다. 몸과 마음이 소진된 탓이다. 지난 2월 중순부터 김씨는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 보건소 관할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땐,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환자를 검사했다. 국외 입국자 검사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해 주말에도 보건소에서 대기했다. 김씨는 “D등급 방호복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수백명의 환자가 뱀이 똬리를 틀듯 선별진료소 텐트 앞에 서 있을 때면 숨이 턱 하고 막혔다”고 털어놓았다.


선별진료소에 하루 350명이 몰린 날도 있었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는 5명이었는데, 선별진료소 텐트 2개 중 하나는 막내 의사인 김씨의 몫이었다. 김씨는 “의사를 충원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시간외수당 1만4천원을 받고 근무할 의사를 구하긴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보건소 의사의 월급은 평소에도 일반 의사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김씨는 4월 초에 과로로 입원한 뒤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시·군·구 보건소에는 김씨와 같은 일반의사와 공중보건의 등이 근무한다. 보건소도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과 마찬가지로 공공보건의료법상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 보건소 256곳에서 일하는 의사는 788명에 이른다. 인구 6만5800여명에 1명꼴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어느덧 넉 달이 지났다. 환자 치료에 앞장선 공공보건의료기관마다 김씨처럼 ‘번아웃’(탈진)에 빠진 의료진이 적지 않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11일 발표한 ‘1차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한 의료진과 현장 대응팀 1112명 가운데 62.9%가 ‘코로나19 업무로 인한 정서적 고갈 상태’라고 답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트라우마 스트레스’ 문항에는 16.3%가 ‘즉각 도움(정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중 경기도의료원과 성남시의료원 등 공공병원 의료진이 43.6%로, 소속기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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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지난 4~15일,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의사와 간호사 7명을 인터뷰했더니, 이들은 ‘인력 부족’을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법적으로 누구보다 먼저 감염병과 같은 재난 사태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18년 말 기준 전체 의사 14만9344명 가운데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는 1만6231명에 그친다. 공공의료인력은 민간병원 의사 인력의 10.9%밖에 되지 않는다. 민간 대비 공공의사 비중은 2016년 11.2%를 기록한 뒤 2017년 11%, 2018년 10.9%로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채혈과 투약, 기저귀 갈기 등 코로나19 환자와 대면 접촉이 많은 간호사는 심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근무하는 21년차 간호사 양민아(가명)씨는 최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고된 노동 탓에 간호사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교대 순번마다 10명씩 근무하던 간호사 수는 6~7명으로 줄었다. 이 병원에 입원한 코로나 환자는 60명 선이다. 간호사 1명당 환자 10명을 돌봐야 하는 구조다. 밤 11시 출근조는 8명에서 4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양씨는 “환자가 늘어 휴일 없이 일하는 상황에서, 경기도지사가 준다고 한 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며 “대학병원 등 민간병원과 달리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은 간호사 외 추가 인력이 없어 간호사들이 병실 청소와 환자 이송, 플라스틱 의료폐기물 통을 닫기 위해 망치질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하루 신규 확진자가 741명까지 나왔던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들은 일찌감치 탈진을 겪었다. 2001년부터 20년간 대구의료원에서 근무한 이미화(가명)씨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처음으로 간호사인 것을 후회했다. 2월21일 코로나19 환자가 들이닥친 날, 무방비 상태였던 이씨는 방호복을 11시간 동안 입고 일한 뒤에야,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들고 퇴근할 수 있었다. 이후 10일간 이씨의 근무시간은 아침 8시30분부터 12시간 일하는 2교대로 조정됐다. 신천지예수교 관련 환자가 폭증했던 시기에는 혼자서 코로나 환자 20명을 보기도 했다. 간호사가 200명이어도 교대근무를 고려하면 350여명의 환자를 보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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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난한방병원과 한사랑요양병원 환자가 입원한 이후 3월 중순부터 이씨는 수시로 ‘퇴사 충동’이 들었다. 기저귀 갈기는 물론 치매 환자가 흘려놓은 대변을 닦고 욕창을 관리하는 일까지 모두 간호사 몫이었다. 중증 치매 코로나19 환자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선 산소호흡기 등 환자 몸에 들어가 있는 선을 정리하는 사람, 환자를 옆으로 잡고 있는 사람, 기저귀를 가는 사람 등 최소 4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멀쩡한데 왜 여기에 가두냐’ ‘죽으면 책임질 거냐’ 등 현장의 민원도 처리해야 했다.


“공공병원은 환자를 가리지 않고 다 받아야 하는데, 사태가 길어지면서 간호사들의 면역력도 떨어지고 지쳤다. 확진된 동료 간호사를 두고 대구시에서 ‘간호사 책임’을 언급했을 땐 모든 의욕을 잃었다.” 이씨는 “의료진 응원을 위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할 게 아니라 2차 유행을 대비한 간호 인력과 수당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현재 지역별로 중환자는 균등하게 있는데 사립이나 민간병원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로 외상이나 재난 등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소방이나 경찰처럼 보건의료도 공공재기 때문에 공공의료대학을 만들어서 감염과 외상 등에 대응할 의사와 간호사 등 필수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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