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히긴 하는데'…최초 폴더블폰 '플렉스파이' 솔직 사용기
중국 로욜, CES에 시제품 전시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7.8인치 태블릿
완전히 펴지지 않고 살짝 접히는 느낌
접으면 두꺼운 지갑…주머니 못 넣을 듯
앞뒤 동시 촬영 등 UI는 재밌지만
구매해 사용할 정도의 제품 수준 아냐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유일하게 디스플레이를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중국계 회사인 로욜 제품으로, 공개되자마자 큰 관심을 모았던 플렉스파이는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시이에스)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을 끌었다. <한겨레>도 부스에 가서 직접 만져보고 써봤다.
만져봤을 때 첫 느낌은 일단 ‘두껍다’, 그리고 ‘접을 수는 있는데 완전히 펴지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플렉스 파이는 폈을 때 태블릿피시가 되고 접으면 스마트폰이 된다. 7.8형(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최근엔 베젤이 없거나 아주 얇은 스마트폰이 많이 출시돼서 그런지, 베젤이 좀 두꺼운 느낌을 줬다. 접었을 때 양쪽 화면은 15:9 비율의 앞면과 16:9 비율의 뒷면 디스플레이가 된다.
플렉스파이를 펴면 태블릿처럼 사용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펴지지는 않고 접히는 부분이 살짝 불룩 튀어나온다. 종이를 살짝 접었다 폈을 때 접힌 자국이 남는 듯한 느낌이다. ‘안쪽’이 되는 디스플레이의 뒷부분은 플라스틱 재질이었는데, 세련된 느낌은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접히는 부분이 ‘고무’ 재질로 돼 있어, 전시제품인데도 그 사이에 먼지가 끼거나 닳은 제품도 여럿 보였다. 쓸수록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됐다.
플렉스파이를 접을 때는 일반적으로 책을 덮는 것보다 좀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접으면 마치 자석이 달라붙는 것처럼 ‘탁’ 하고 접힌다. 돈을 매우 많이 집어넣은 손지갑 같다. 주머니에 넣기엔 너무 불룩했다. 접는 방식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보통 책을 접거나 펼 때는, 표지가 바깥이고 내용이 안쪽에 있다. 그러나 플렉스 파이는 ‘내용’이 바깥으로 가고 ‘표지’가 안으로 간다. 나도 모르게 반대쪽으로 접으려 해서, 안내해 주는 직원에게 “그쪽으로는 안접힌다”는 말을 들었다.
안드로이드(9.0) 운영체제를 채택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UI)는 재밌고 신기했다. 접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구동했을 때, 찍는 사람의 셀피와 찍히는 사람의 사진이 동시에 찍힌다. 또, 접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쓰다가 펴면 자동으로 세로모드에서 가로모드로 전환된다. 태블릿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재미있는 기능이었다.
또 디스플레이를 편 상태에서 접으면, 화면에 있던 아이콘들이 한쪽 면으로 도망간다. 접은 상태에서 잠금을 해제하면 한쪽 면은 일반 배경화면이고 뒷쪽 면은 앱서랍이 된다. 접힌 상태에서 곡면이 되는 접힌 부분 역시 삼성전자의 엣지 디스플레이처럼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음악·카메라·메모 등의 퀵버튼이 배치돼 있어 사용하기 편리해 보였다. 그런데 접고 펴는 게 익숙하지 않아, 접고 펴는 동안 엉뚱한 곳들이 많이 터치됐다. 심지어 안내해주는 직원들도 자꾸 잘못 눌러 원하지 않는 앱들이 실행됐다. 또 접고 펴면서 아이콘들이 바뀐 형태의 디스플레이로 재배치되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플렉스파이가 시판용 첫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포문을 열었고, 접고 펴는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확실하지만, 직접 사서 쓸만 해보이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나 화웨이 등이 올해 초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들의 제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