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 손석희 ‘폭행’ 고소…녹음파일·텔레그램 대화 공개
손석희, 뉴스룸 출연해 “사실 달라”
JTBC “채용 청탁 거부하자 손 사장 협박한 것” 반박
손 사장 쪽, 공갈 혐의로 검찰에 ㄱ씨 고소장 제출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사장이 폭행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게 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4일 “손석희 제이티비시 사장이 지난 10일 전직 기자 출신 정보 에이전시 업체 대표인 ㄱ씨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식집에서 폭행한 혐의를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 11일 새벽 폭행 장소 인근 지구대를 찾아 자신이 전날 밤 10시50분께 손 사장에게 폭행을 당해 지구대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근무 일지에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ㄱ씨는 13일 오후 해당 지구대를 다시 찾아 자신의 사건을 정식으로 처리해달라고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ㄱ씨가 경찰 출석을 거부해 이메일로만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손 사장에게도 경찰 출석을 요구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제이티비시는 이날 손 사장에 대한 경찰 내사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어 “ㄱ씨가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이티비시는 “손 사장과 ㄱ씨는 4년 전 제보가 인연이 돼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이후 ㄱ씨가 손 사장에게 정규직 또는 그에 준하는 조건으로 취업을 시켜달라는 청탁을 집요하게 해왔다”며 “ㄱ씨는 사건 당일에도 같은 요구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손 사장을 협박한 것이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손 사장의 폭행 혐의에 대해선 “청탁을 거절하자 ㄱ씨가 갑자기 화를 내며 지나치게 흥분해 ‘정신 좀 차려라’고 손으로 툭툭 건드린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제이티비시는 또, “손 사장이 2017년 4월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견인 차량과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 자비로 배상한 적이 있는데, 실제 접촉 자체를 모르고 자리를 떠났을 정도로 차에 긁힌 흔적도 없었지만, 자신의 차에 닿았다는 견인 차량 운전자의 말을 듣고 쌍방 합의를 한 일”이라며 “이 일을 알게 된 ㄱ씨가 지난해 여름 손 사장을 찾아와 ‘아무것도 아닌 사고지만 선배님이 관련되면 커진다. 기사화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이후 ㄱ씨는 손 사장에게 노골적으로 정규직 특채를 요구했고, 손 사장이 ‘회사 규정에 없는 채용은 할 수 없다’고 거절하자 최근 ㄱ씨가 거액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제이티비시 쪽 얘기다.
손 사장은 이날 저녁 제이티비시 ‘뉴스룸’ 오프닝 멘트를 통해 “오늘 저에 대한 기사로 많이 놀라셨을 줄로 압니다. 저로서는 드릴 말씀이 많으나 사실과 주장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라며 “사법 당국에서 모든 것을 밝혀주시리라고 믿고 저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뉴스룸을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뉴스룸을 시청해주시는 여러분께 심려 끼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손 사장은 현재 ㄱ씨를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ㄱ씨는 이날 밤 일부 기자들에게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폭행 당시 상황을 녹음한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11분 길이의 녹음 파일에는 ㄱ씨가 폭행 사실을 인정하라고 거듭 요구하자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래서 내가 묻잖냐. 아팠냐고. 응?”이라고 묻고 ㄱ씨가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라고 말하자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랬냐? 그래. 그럼 미안하다. 생각해보니까 물리적 강도와 상관없이 아플 수 있겠다. 그럼 폭력이다. 미안해. 설사 내가 널 살짝 건드렸더라도, 니가 아팠으면”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ㄱ씨는 아울러 손 사장과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하는 텔레그램 메시지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ㄱ씨가 임의로 일부 대화를 잘라서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에는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지난해 9월 ㄱ씨에게 이력서를 요구하는 내용, ㄱ씨가 채용 관련된 요구를 에둘러 표현하고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방법을 찾아 보겠다며 달래는 투의 대화가 담겨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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