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일단 입어보라”…스포츠브라, 탈출구 없는 매력

레깅스의 자유로움, 상의에도….


일상복 영역에 들어온 스포츠브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그동안 내 몸을 이렇게도 몰랐나. 12벌의 스포츠브라가 탈의실에 걸렸다. “평소에 어떤 운동을 하세요?” “어떤 느낌의 운동복을 선호하나요?”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있나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주원 에듀케이터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더니 “일단 최대한 많이 입어보라”며 양손 가득 스포츠브라를 들고 나타났다.


각 스포츠 브랜드에는 소비자의 상황에 맞춰 제품을 추천하고 피팅을 도와주는 이들이 있는데, 룰루레몬에서는 에듀케이터라고 불렀다. 주원 에듀케이터는 나의 체형과 선호하는 디자인 등을 고려해 몇가지를 추천했다. 여러 제품 중 꽤 추려내 골랐는데도, 모양과 재질, 재단 방식 등에 따라 착용감이 천차만별이었다. 한 가지 같은 점은 기존의 속옷보다 훨씬 편하다는 것, 한몸처럼 착 달라붙는 착용감에 일단 입고 나면 벗기 싫다는 점이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슬레저룩(운동을 뜻하는 애슬래틱과 레저 의류의 합성어)의 유행으로 운동복이 일상복의 영역으로 넘어온 지는 오래다. 레깅스가 그랬고, 이제는 스포츠브라가 그 선두에 섰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관계자는 스포츠브라에 대해 “운동할 때 움직이는 여성의 신체를 고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상 언더웨어보다 더욱 강력한 기능성을 필요로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애슬레저룩은 운동복이 기반이므로 편안함과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여성에게 강박적으로 강요되어 온 전통적 미의 기준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기존의 속옷 브라가 가슴을 끌어올려 풍만해 보이게 하는 데 집중해 착용감은 후순위로 제쳐 뒀다면, 스포츠브라는 그 반대다. 단순히 75, 80, 85 등의 사이즈에 에이(A), 비(B), 시(C) 컵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뛸 때, 구를 때, 상체 운동을 할 때, 그리고 상체가 크거나 작거나에 따라 원단의 재질, 어깨와 가슴 아래 밴드의 두께, 브라의 형태 등 제품군이 세밀하게 나뉘어 있다. “우리는 여성들이 당연하게 여기며 인내해왔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한 나이키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 랜돈이 말하듯, 스포츠브라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상황과 체형에 따라 어떤 스포츠브라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스포츠브라는 운동 패턴과 신체 사이즈에 따라 크게 2~3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로 요가, 필라테스 등 안정적인 움직임이 중요하거나 가벼운 홈트(홈트레이닝)를 주로 한다면, 부드러운 원단에 등근육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제품이 좋다. 등 스트랩이 와이(Y)자나 11자 형태로 되어 있고, 원단 재질이 가볍고 부드러워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착용감을 내세운 제품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종류의 제품은 평소 몸을 움직이는 데에도 거슬림이 없어 일상복 안에 입기도 좋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몸을 많이 쓰는 기구를 활용한 실내 트레이닝, 스포츠 댄스 등을 즐긴다면 조금 더 단단하게 몸을 받쳐주는 제품을 골라보자. 이 정도 강도의 제품에는 보통 ‘미디엄 서포트’ 등의 이름이 붙는다. 어깨끈이 넓고 가슴 아래 밴드가 탄탄한 제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때 언더밴드는 몸이 움직일 때 달려 올라가거나 말리지 않아야 한다. 밴드가 허리나 배꼽 근처까지 내려오는 브라톱 형태도 위에 다른 운동복을 추가로 챙겨 입지 않아도 부담이 덜하다.


달리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는 신체를 가장 잘 받쳐주는 제품이 좋다. 컵이 가슴 전체를 감싸거나 등 스트랩이 엑스(X)자 형태 교차하는 제품들은 대체로 안정감 있게 몸의 형태를 잡아준다. 원단도 좀 더 두꺼워지지만 대부분의 스포츠브라는 땀 배출 정도가 탁월하고 사방으로 잘 늘어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단단한 착용감을 위해 짱짱한 원단을 사용한 스포츠브라는 입고 벗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앞지퍼 등이 있는 제품을 고르면 한결 착용이 수월해진다. 상체가 발달한 이라면 일상복으로 활용하기도 좋다. 프리미엄 언더웨어 브랜드의 값비싼 브라보다 가슴을 더 탄탄하게 지지한다.

한겨레

스포츠브라는 운동의 종류, 사용자의 체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원단으로 출시되어 있다. 사진 룰루레몬 제공

내 몸에 잘 맞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주원 룰루레몬 에듀케이터와 나이키 관계자에게 사이즈 팁을 구했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몸과 언더 밴드 사이에 손가락 두 개가 적당히 들어가며 잘 밀착하는지△언더밴드가 갈비뼈와 수평을 이루며 양팔을 울려도 움직이지 않는지△본인이 자주하는 운동 동작을 통해 지지력을 확인하면 좋다고 한다.


스포츠브라를 처음 착용한다면, 브랜드별로 자체 원단을 사용하거나 내세우는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군을 직접 착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입지 않은 것처럼 가볍고 폭신폭신한 착용감을 내세운 제품이 있는가 하면, 신체 형태에 따라 패드를 원하는 위치에 넣을 수 있는 제품, 한국인의 체형에 맞춤한 스포츠브라 등 선택지가 아주 많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브라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패션 아이템으로서도 역할을 한다. 언더밴드가 두꺼운 스포츠브라나 브라톱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크롭톱(허리, 배꼽, 복부 등이 노출되는 의상)처럼 활용할 수 있다. 소매 없는 상의와 매치해 겹쳐 입을 수도 있고, 조거팬츠나 하이웨이스트팬츠와 함께 후드를 걸쳐 멋을 낼 수도 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슬레저룩의 강세에 따라 스포츠 브랜드 외에 기존의 언더웨어, 일상복 브랜드에서도 스포츠 브라 제품군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언더웨어 브랜드 비비안에서는 최근 와이어리스 브라 제품군을 다양화했고, 일상복에 주력해 온 유니클로에서도 지난 2월 기존 와이어리스 브라 라인업에 다소 격한 운동에도 적합한 ‘액티브’ 제품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다양해진 선택지는 운동하는 여성이든 아니든, 모두에게 반갑다. 명치를 갑갑하게 누르는 와이어를 빼고, 내 피부처럼 착 붙는 스포츠브라의 세계가.

한겨레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코로나19 기사 보기 ▶전세 대란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hani
채널명
한겨레
소개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