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불출마 선언 “정치 한심한 꼴 때문에 부끄러워”
“추석 때 불출마 결심하고,
국감 거치면서 끌일아니라 생각”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철희 의원이 15일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원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 그래서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서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고,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 버렸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며 “급기야 이제는 검찰의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불출마의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추석 때 불출마를 결심했고, 때가 되면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더는 끌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감을 하면서 창피해서 국회의원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대역죄인 다루듯이 가정을 파탄시키고, 정치가 너무 비정하다”며 “정치인은 어떻게든 정치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툭하면 고발하고 사법부에 문제를 던지는 게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주변의 설득에 막판까지 고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주변에서 하도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해서 깊이 고민도 했고, 지역구 4~5군데서 제안이 왔는데 내키지 않았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일단 내년 총선까지 7개월여만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국회의원으로, 당인으로 할 일을 하겠다”며 “(총선 뒤) 아무런 계획은 없다. 계획을 가지고 사퇴하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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