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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로봇 해고…코로나19가 퇴출의 계기로

급증 온라인 주문량에 로봇 대처 못해

사람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더 효율적

매장서 재고확인용 로봇 철수시키기로



한겨레

월마트 매장에 배치된 재고확인용 보사노바 로봇.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수년간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자동화 기술에 적극 투자해온 미국 최대 소매 유통업체 월마트가 매장 내 재고확인용 로봇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많은 기업이 자동화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걸까?


월마트가 2017년 이후 순차적으로 매장에 들여놓은 약 2미터 크기의 이 로봇에 주어진 임무는 매장 통로를 돌아다니며 선반에 놓인 물품 재고량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매장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바깥 출입이 제한되자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배송 및 픽업 서비스를 요청하는 온라인 주문 물량이 급증했다. 화장지, 통조림, 퍼즐 등 식품과 잡화류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량이 올해 2분기에만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이는 매장 내에서 물품을 찾는 일이 고객 자신에서 월마트 쪽으로 넘어간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재고확인만 가능한 로봇으로는 주문에 맞춰 그때그때 매장을 돌아다니며 주문 물품을 찾고 재고량을 확인해 신속하게 채워넣는 일이 불가능하다. 매장에서 일시 품절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말았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로봇이 오히려 빠른 일처리의 걸림돌로 등장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고심하던 월마트가 결국 단순하면서도 유용한 대안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건 로봇 대신 매장 내 직원을 늘리는 것이다. 사람은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 태스킹'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월마트는 애초 보사노바 로봇을 올해 안에 500여 매장에서 1000여 매장으로 확대 배치할 계획이었다. 월마트는 이 계획을 접고 로봇 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 Nova Robotics)와 맺어온 5년간의 협력 관계를 마무리했다. 월마트는 보사노바 쪽에 “로봇으로 매장 사정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수익 등에서 충분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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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장치로 고객의 온라인 주문 물품을 확인하는 월마트 직원. 월마트 제공

정해진 일만 하는 로봇으론 상황 변화에 대처 어려워


이번 로봇 해고 결정에는 로봇에 대한 고객과 직원들의 거부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장을 돌아다니는 로봇에 대한 쇼핑객들의 반응도 월마트 경영진의 걱정거리였다고 전했다. 고객이 쇼핑 도중 뒤에서 소리없이 갑자기 나타난 로봇을 보고 놀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직원들의 일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로봇이 도리어 고장, 프로그램 오작동 등으로 직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물론 이번 결정은 보사노바 로봇에 국한된 것이다. 매장 청소 로봇 등 다른 자동화 기술 도입과 실험은 계속 이어진다. 월마트는 온라인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휴대용 재고 확인 장치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4개 매장에서 시험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월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은 바닥 청소용 로봇을 미국내 600개 매장 전체에 배치하기로 했다.


월마트의 로봇 퇴출 소식은 정해진 일만 수행하는 로봇으로는 수시로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의 로봇 도입 전략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월마트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기술이 어떻게 직원을 지원하고, 일을 더 쉽게 해주며,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자체 프로세스와 앱 투자를 통해 재고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대한 빨리 제품이 선반에 놓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와의 계약 종료로 큰 타격을 입은 보사노바는 직원의 약 50 %를 해고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2005년 카네기멜론대 로봇공학연구소에서 분사해 나온 스타트업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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