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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책받침 스타’ 그후 30년…다시 만난 그들은 ‘더 청춘’

‘청춘기록’서 엄마 역할로 만난 신애라·하희라

[‘청춘기록’서 엄마 역할로 만난 신애라·하희라]


하희라-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로 인기몰이


신애라-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덤


91년 ‘사랑이 뭐길래’서 자매로 호흡한 두 배우


29년만에 주인공의 엄마 역할로 재회 화제


함께 나이든 시청자들 “세월 참 빠르다”


”새로운 역할 도전하는 그들 여전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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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청춘이 된 듯 설렌다.’


7일 시작한 월화드라마 <청춘기록>(티브이엔)은 주인공 또래인 20대 시청자뿐 아니라 그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호응도가 높다. 시청률 조사 회사인 티엔엠에스 집계 자료를 보면, 이 드라마의 첫 방송 주요 시청층은 40대 여성이었는데 2회에선 전날에 견줘 30대 남자 시청자가 대폭 늘었다.


좌절을 반복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내달리는 사혜준(박보검)의 모습이 20대 시절의 나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20대가 아니어도 꿈을 갖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청춘”이라고 다독이며 힘을 준다. 하명희 작가는 <티브이엔>을 통해 “숫자가 아닌 삶에 대한 열정, 열려 있는 사고가 청춘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혜준의 할아버지인 71살 사민기(한진희)를 등장시켜 젊은 시절 못다 이룬 가수의 꿈 대신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룬다. 20대를 그리워만 할 게 아니라 지금 무엇이라도 하라는 게 이 드라마가 청춘을 다루는 방식이다.


<청춘기록>이 청춘을 기록하는 남다른 방법은 또 있다. 시청자와 함께 긴 세월을 살아온 이들을 보여주며 드라마지만 현실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바로 사혜준의 엄마 한애숙과 원해효(변우석)의 엄마 김이영으로 하희라와 신애라를 출연시킨 것이다. 실제 나이 올해 51살인 두 사람이 연기하는 한애숙과 김이영은 각각 50살과 52살이다. 10대 시절, 하희라와 신애라의 사진이 담긴 책받침을 갖고 다니던 시청자들은 한 드라마에서 20대 아들을 둔 엄마로 함께 나오는 옛 ‘하이틴 스타’를 보며 “세월 참 빠르다”고 한탄하고, 그들에게 설렜던 꽃다운 시절의 자신을 더불어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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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였던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자매로 호흡을 맞춘 이후 29년 만에 만난 두 사람도 시청자와 같은 심정이다. 신애라는 “그야말로 청춘에 만나 함께 연기하고, 약 30년이 지나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며 “세월의 흐름에 좋은 친구를 잠시 놓치고 살았는데, 이번 재회를 통해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하희라도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등장 자체가 청춘의 기억을 소환해서일까? 보통의 드라마에선 주인공 엄마끼리 만날 일이 별로 없는 것과 달리, <청춘기록>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하는 설정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다. <청춘기록>에서 한애숙과 김이영은 상반된 삶을 산다. 한애숙은 김이영의 집안일을 해주고, 의류수거함에 버린 옷을 가져다 입는다. 돈이 없어 배우를 꿈꾸는 아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 하지만, 똑 부러지며 꼿꼿하게 산다. 김이영은 대학 겸임교수이자 대학 이사장의 아내다. 명품 옷과 다이아몬드 귀걸이로 치장하고 아들을 톱스타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한다. 특히 1회에서 한애숙이 김이영의 가사도우미로 일하지만 자존심 굽히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등 말씨름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하희라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는 한애숙은 굉장히 멋있는 여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꼿꼿하게 사는 한애숙을 통해 많은 위로와 힐링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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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기록>에서는 극과 극의 삶을 살지만 실제로 두 배우는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하희라는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데뷔해, 1988년 드라마 <하늘아 하늘아>의 혜경궁 홍씨, 1990년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너에게로 또다시>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주로 순수하고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었다. 남편인 최수종과 1988년 영화 <풀잎사랑>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신애라도 1987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얼굴을 알린 뒤,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단숨에 스타가 됐다. 이 드라마에서 지금의 남편인 차인표를 만났다.


시청자들은 마음속 연인이던 그들이 억척스러운, 또는 철없는 엄마로 등장하는 게 때론 슬프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책받침이 보물 1호였다는 한 중년 남성 팬은 “각각 엄마 역할로 나올 때는 못 느꼈지만 함께 나란히 서니 <사랑이 뭐길래>가 떠오르며 세월의 변화가 더 깊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인 모습에 나를 투영하며 힘을 받는다고도 했다. 하이틴 스타 시절 캔디, 청순가련형 등 비슷비슷한 이미지가 부각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바로 ‘청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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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사계절인 것 같다. 따뜻한 봄날도 있고, 정열적인 여름도 있고, 왠지 씁쓸함을 느끼는 가을 그리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도 있지만 결국 다시 봄이 돌아오는 것처럼 사계절을 다 통과하면서 청춘이 더욱더 청춘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하희라) “이제는 비중과 관계없이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다. 진짜 연기를 시작하는 것 같다. 청춘이란 실패도 경험이 되는 가능성이다.”(신애라) <청춘기록>에서 청춘(사혜준·원해효)의 곁에 서서 힘이 되어주는 두 사람은 그들과 함께 청춘을 보낸 시청자에게도 힘을 주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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