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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란 “20대부터 엄마·이모 역 맡다…20년만에 주연 명함 팠죠”

[스크린·안방극장 종횡무진 배우 염혜란]


연극으로 데뷔, 꾸준히 작품 출연

‘빛과 철’서 장편영화 첫 주인공에

“약자 대변하는 역할 맡을 때 행복

내 메시지로 영향 미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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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하는 영화 에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염혜란. 찬란 제공

“우리가 시대를 잘 만났어. 그래서 우리가 주인공을 하는 거야.”(라미란) “저도요.”(염혜란)


배우 염혜란이 과거 라미란과 나눈 대화 한 토막을 전했다. 지난 10일 진행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다. ‘연기 인생 2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물었을 때였다. “이제는 저처럼 생긴 사람이 늘 ‘아줌마’ 역만 하는 게 아니에요. 지적인 역할도 하고요. 요즘 보면 평범하게 생긴 능력자들 많잖아요. 시대적인 변화 덕에 저 같은 사람도 쓰임을 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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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 찬란 제공

염혜란은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빛과 철>에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다.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은 바 있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OCN)도 큰 화제를 모으며 지난달 종영했다. 출연 분량이 많진 않아도 또렷한 존재감을 새긴 영화 <새해전야>와 <아이>도 지난 10일 나란히 개봉했다. 그야말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대학 시절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 그는 2000년 극단 연우무대의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했다. “20대 때부터 엄마·이모 등 나이 많은 배역을 많이 맡았다”고 한다.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후 <아이 캔 스피크> <증인> 등 스크린에도 꾸준히 얼굴을 비쳤다.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를 시작으로 <도깨비> <동백꽃 필 무렵> 등 드라마에서도 활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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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 찬란 제공

“연극만 하다 영화·드라마를 할 때는 대학생이었다가 치열한 사회에 나온 느낌이었어요. 주연을 맡게 된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던 중에 명함이나 직책을 받은 느낌이에요. 월급이 많아진 대신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졌다고나 할까요. 과거 조연만 할 때는 주연배우를 쉽게 생각했는데,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구나’ 뼈저리게 느끼며 반성하는 중이에요.”


그는 <빛과 철>에서 교통사고로 2년째 의식불명인 남편을 돌보는 아내 영남을 연기했다. 같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희주(김시은)와 피해자·가해자 관계로 얽히면서 둘은 사고의 진실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배종대 감독은 “친근한 염혜란 배우의 모습 사이로 얼핏 보이는 서늘하고 차가운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얼굴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염혜란은 “나도 잘 모르는 그런 눈빛을 봐줘서 고마웠다. 다양한 모습을 봐줄 때 행복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더욱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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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는 “주인공을 하면서 심리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출연 분량도 좋았지만,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도 좋았다”고 했다. “대본을 놓고 감독님 의견을 듣고 제 의견을 붙이기도 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조연 때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배 감독과 염혜란은 서로 많은 질문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영남이라는 인물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염혜란은 유독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약자끼리 연대하는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그는 “이런 역을 할 때 행복하다. 작품을 고를 때 메시지를 중시하는 편이다. 한편으론 내가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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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가 된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로 영향을 끼치고 싶어서였어요. 힘이 생기면 내 얘기를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 인지도 높고 잘나가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대중적 인지도는 따라오는 거지 목표가 될 순 없어요. 그건 노력 바깥의 일인 것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도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거든요. 배우 인생 길게 봤을 때 지금 인지도가 확 올라가는 게 꼭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만큼 독이나 두려움도 생기는 법이니까요.”


이제 그의 목표는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나문희 선생님처럼 오래 연기하고 싶은데, 그 비결을 생각해보니 오랜 세월 잘 사셔서 그런 것 같아요. 대중이 한번 실망하기 시작하면 연기 못 해요. 그런 일을 안 만드신 거죠. 저도 삶을 잘 살아내서 오래 연기하는 게 꿈입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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