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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 이 눈빛으로 무슨 연쇄살인마예요…그와 함께한 2박3일

MZ 열광시킨 환갑 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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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라는 말은 최고의 상찬이다. 우리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재능이나 고유성을 발견할 때 ‘대체불가’라고 말한다. 바로 그 수식어가 맞춤옷처럼 딱 들어맞는 배우가 량차오웨이(이하 양조위)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양조위의 그 눈빛은 오직 양조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계 무기다.


말하기와 듣기를 모두 하지 못한다는 설정 때문에 표정과 몸짓으로만 연기한 <비정성시>의 문청, 사랑하는 사람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자신 또한 누군가의 정부로 사는 <씨클로>의 시인, 욕망이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을 포착한 <색, 계>의 이모청은 모두 그의 눈빛이 빚은 영화 속 인물들이다.


관객들은 양조위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끝내 그 눈빛에 매혹되고 설득당한다. 설사 빌런(악당)이라고 해도 말이다.


엠제트(MZ) 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을 관람한 20~30대 관객들이 “샹치 보러 갔다가 빌런 샹치 아버지 웬우(양조위)에게 ‘입덕’했다”는 반응이 놀랍지 않은 건 그래서다.


지난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양조위가 가는 곳마다 20~30대 팬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몰려들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방한해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등에서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 토크, 핸드프린팅, 관객과의 대화(GV) 등의 행사를 통해 팬들을 만났다. 팬들의 환호가 행사장마다 가득 퍼졌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의 작은 손짓, 미소, 민망할 때마다 보이는 특유의 ‘입꾹꾹’(팬들이 그의 앙다문 표정에 애정을 담아 일컫는 표현) 표정, 심지어 입고 있던 청바지에 난 구멍에도 “귀엽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 무리에 기꺼이 동참해 양조위의 모든 공식 행사를 따라다닌 2박3일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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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조위의 제안으로 바꾼 <무간도> 명장면



양조위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서 상영할 영화 6편을 직접 골랐다. 그중 두 작품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 두 영화는 <화양연화>의 후속편인 <2046>(6일 상영)과 홍콩 영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을 받은 누아르 <무간도>(7일 상영)다.


<2046>에서 양조위는 사랑했던 연인 수리첸(장만위·장만옥)을 떠나보낸 뒤 그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차우를 연기했다. <화양연화>에서 단정하고 예의 바른 남자였던 차우는 <2046>에서 과거에 얽매여 어떤 여자에게도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로 변해버리고 만다. 이별 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뚫린 구멍에 조용히 사랑을 봉인해버린 <화양연화>의 차우를 기억한다면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변화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2046>에서 새로운 방식의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에 좀 더 어려웠다”는 양조위는 <2046> 차우에게 ‘콧수염을 붙이자’는 의견을 내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화양연화>를 통해 관객들이 차우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제가 어떻게 다른 캐릭터로 연기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2046>의 차우는 자신의 과거를 잊고 새 사람처럼 살고 싶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화양연화>의 차우와 다르게) 수염을 달라고 했어요. 그 수염이 저한테 마스크 역할을 해서 ‘나는 다른 사람이다’라는 최면을 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날 열린 <무간도>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그는 대사 수정 등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고 밝혔다. 폭력조직에 잠입한 경찰 진영인(양조위)이 경찰에 잠입한 조직원 유건명(류더화·유덕화)과 호텔 옥상에서 만나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에선 애초 둘의 몸싸움이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둘 다 총도 가지고 있는데 (몸싸움을) 굳이?’라고 생각한 양조위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에게 이런 의견을 말했고, 결국 유덕화와 대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대본을 수정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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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과 노력으로 다진 ‘양조위 시네마틱 유니버스’



양조위는 캐릭터 연구에 공을 많이 들이는 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대본을 받으면 캐릭터의 어린 시절부터 상상해본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가 성인이 된 후 본인 성격이 되잖아요. 저는 캐릭터를 소화할 때 그런 식으로 접근합니다. 이 사람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떤 친구를 만나며 자랐을지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모든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어요.”


그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참고서적을 읽거나 배역과 유사한 주변 인물을 살펴보고 모방하는 등 준비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린다”고도 했다. 양조위 필모그래피 속 폭넓고 깊이 있는 연기는 철저한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데뷔 이후 40년간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으니 지칠 법도 하건만, 그에게는 여전히 ‘도전’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의 도전 정신이 얼마나 투철한지는 이번 ‘양조위의 화양연화’ 특별전 상영작만 봐도 알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차우를 연기한 <화양연화>와 <2046>, <무간도>와 달리 타락한 경찰로 나오는 <암화>, 퀴어 영화 <해피 투게더>와 한껏 망가지는 코미디 영화 <동성서취>는 그의 카멜레온 같은 연기 인생을 담은 작품들이다. 양조위는 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연쇄살인마 역할도 해보고 싶다”, “미국 드라마에 도전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양조위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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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갑’ 양조위에게 “귀여워” 연발한 MZ 팬들



“아휴, 귀여워. 무슨 환갑이 저렇게 귀여워?”


지난 7일 오후 5시 열린 양조위 ‘오픈 토크’ 행사 현장.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특유의 무해한 미소를 짓는 양조위를 카메라에 담으며 “귀엽다”는 찬사를 연발했다. 데뷔 40년 차 월드스타인데도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쑥스러워하는 양조위의 소년미 때문이다.


지난해 개봉한 <샹치>와 최근 엠제트(MZ)세대 사이에서 부는 레트로 열풍의 영향으로 지금 한국에선 양조위를 재발견한 젊은 팬들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양조위는 사실 유덕화 같은 팬덤형 스타는 아니었지만,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단연코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직접 제작한 손팻말과 펼침막을 든 어린 팬들은 양조위의 2박3일 일정을 함께 소화하면서 그의 작은 손짓, 짧은 눈짓 하나에도 열정적으로 포효했다. 그럴 때마다 양조위가 보여준 수줍은 미소는 팬들의 불붙은 마음에 기름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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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제트세대는 어쩌다가 올해 환갑을 맞은 배우에게 푹 빠져버린 것일까? 부산에서 만난 양조위의 팬들은 배우로서의 양조위는 물론이고 ‘사람 양조위’까지 사랑한다고 했다.


이전에도 양조위 영화를 많이 봤지만 <샹치>를 통해 새삼 마음을 빼앗겼다는 직장인 권아무개(29)씨는 “양조위는 나이를 먹어도 웃는 게 청순하다. 영원히 가슴 아픈 사랑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눈이 아름답다”며 “젊은 팬들을 보고 해맑게 좋아하던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 그의 딸이 되고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레트로 열풍 속에서 왕가위 영화를 보다가 양조위에게 홀렸다는 대학생 박아무개(23)씨는 “요즘 젊은 배우 중에는 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 드물어서 그 두 가지를 독보적으로 겸비한 양조위를 젊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같다”면서 “그는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인 동시에 ‘가본 적 없고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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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아 만든 40년 영화 인생



이번 내한은 양조위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를 몸소 증명한 자리였다. 수많은 팬들은 그를 추앙하는 이유로 ‘태도’를 꼽았다. 그는 취재진이나 관객이 건네는 모든 질문을 경청하고, 진심으로 곰곰이 고민한 뒤, 정성스레 대답했다.


한국어로 질문을 받고, 광둥어로 답하고, 그 내용이 통역되는 내내 그는 질문자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곤 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행사 내내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나 통역가를 배려해 먼저 물을 따라주는 등 사소한 매너에서 팬들은 그가 가진 단정함과 다정함을 읽어냈다.


양조위는 영화 속에서 늘 과거에 사로잡히고 기억에 휘청이지만, 실제 그는 지금의 삶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현재형’의 사람이다. “당신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양조위가 한 답은 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요약하는 듯하다.


“인생의 모든 단계에 각각의 화양연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는 게 과거를 생각하길 좋아하지만, 과거를 잊고 오늘을 살아야 인생 매 단계의 화양연화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어요.” 팬들은 처연하고 애달픈 영화 속 그의 서사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오늘의 화양연화’를 찾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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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자신을 향한 젊은이들의 인기를 실감한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던 양조위. 그는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양조위 앓이’ 중인 한국 팬들의 출구를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매년 내한’으로 책임지라는 원성 아닌 원성이 나오는 이유다.


행사 마지막에 그는 영화를 인생에 비유했다. “그날그날 받은 대본을 제대로 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게 돼요. 우리 인생도 비슷하잖아요. 하루하루를 제대로 살다 보면 잘 살아지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낸 양조위의 영화 인생 40년은 그를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품위 있으면서 소탈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모양이다. 엠제트세대가 ‘어른’들에게서 발견하고 싶은 게 이런 것은 아닐까.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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