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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 ‘비자금’ 뿌린뒤 임종헌, 법원장들에 “알아서 쓰시라”

2015년 법원 공보관실 예산 3억5000만원

법원서 도로 수금해 법원장들에 현금 교부

대법원 “집행절차 설명위해 나눠준 것” 해명

행정처 문건 “애초 고위 법관 ‘격려금’ 명목”

임종헌, 돈 분배뒤 “말했듯 알아서 쓰시라”

양승태 대법 ‘비자금’ 뿌린뒤 임종헌

2015년 양승태 대법원이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수억원을 도로 거둬들여 현금으로 법원장들에게 나눠주면서, “돈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쓰시면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대법원은 “법원장들에게 편성 경위와 집행절차를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어 재분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예산 책정목적과 당시 상황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2015년 3월 5~6일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각급 법원장들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선 법원 공보관실 집기 구매 등 목적으로 책정된 금액을 다시 현금 형식으로 법원행정처에서 일제히 모은 뒤, 법원장들에게 나눠주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대법원은 “예산 편성 취지와 전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보관실 운영비가 2015년에 처음 편성된 예산이므로 법원장들에게 편성 경위와 집행절차 등을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공보관실 운영비의 ‘집행절차’를 설명하기 위해 돈을 다시 수금한 뒤 공보관이 아닌 법원장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수고’를 거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예산이 책정된 목적이나 집행된 상황에 비춰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이 각급 법원 공보관실에 지급되기 전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처음부터 법원장들 ‘격려금’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했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법원장들에게 “이미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그 돈은 그냥 알아서 쓰시면 된다”는 내용의 문건을 보냈다고 한다. 애초부터 공보관실 운영비가 아니라, 법원장 ‘용돈’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이라는 점을 행정처와 법원장들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당시 일선 법원 공보관실에서 예산 수령 사실을 뒷받침할 허위 증빙 자료를 만든 뒤 예산을 행정처에 ‘반납’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급 법원 예산담당자와 공보관, 행정처 담당자 등이 예산이 ‘공보관실 운영비’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구색’만 맞추려 했을 정황이다.


검찰은 대법원이 2015년 처음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확보한 3억5000만원을 빼돌려 각급 법원장과 행정처 실·국장들에게 상고법원 홍보 등 목적으로 사용하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00만원 정도는 ‘공보관실 운영비’라는 예산 목적과 무관한 행정처 실·국장 등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애초) 예산의 20%는 행정처에 배정했다”며 각급 법원 예산을 행정처가 ‘빼돌려’ 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6년 감사원이 ‘행정처에서 공보관실 운영비를 개인에게 매월 현금으로 정액 지급하는 것이 예산 집행지침에 위배된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행정처는 현금 대신 카드로 위 예산을 사용하는 등 집행방법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또 “2016~17년에는 행정처가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에 배정된 예산을 현금으로 교부받지 아니하고 해당 법원에서 위 예산을 직접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015년 법원장들이 수령한 돈이 실제 공보관실 운영비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도 이날 “행정처가 각급 법원 담당자들에게 예산을 공보관실 운영 경비로 사용하는 것처럼 허위로 증빙을 갖춰 모두 소액 현금으로 분할 인출한 다음 은밀하게 인편으로 행정처에 전달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한 내용의 행정처 내부문건과 관련자 진술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 “공보관실 과·실 운영비는 공보관이 아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나 법원장이 임의로 증빙없이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전혀 아니다”고도 반박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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