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땅콩 인연’…대한항공 “땅콩 서비스 전면중단”
땅콩 알레르기 있는 10대 소년 ‘탑승 거부’ 논란
기내식에서 땅콩 성분 포함한 식재료 제외키로
대한항공이 기내식으로 제공해온 땅콩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간식으로 제공해온 ‘꿀땅콩’ 제품 서비스를 지난 25일부터 중지하고 크래커로 대체 제공하고 있다”며 “수주 안에 땅콩 성분이 포함된 모든 식재료를 기내식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대한항공이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16살 소년의 항공기 탑승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미국 애틀랜타 지역방송 등의 지난 26일 보도를 보면, 애틀랜타에 사는 이 소년은 애틀랜타~인천 델타항공 항공기에서는 땅콩 서비스가 중단돼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다. 하지만 델타항공 제휴사인 대한항공을 이용해 인천~마닐라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전 “심한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 비행기에서 땅콩 서비스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나, 대한항공 쪽에서 “비행기에서 내리든지, 땅콩이 서빙되는 것을 감수하고 타고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 결국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한다. 땅콩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가루만 흡입해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파장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28일(현지시각)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대한항공과 제휴를 맺은 델타항공도 “대한항공과 이번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17년에도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에게 마카다미아를 제공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대한항공은 인천발 뉴욕행 항공기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4살 아이에게 마카다미아 견과류가 포함된 기내식을 제공했다가, 아이가 기내에서 호흡곤란 상황을 겪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땅콩 서비스 중단은) 땅콩 알레르기 승객이 항공편에 탑승하지 못해 불편을 초래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차원”이라며 “이번 땅콩 제품 및 땅콩 식재료 서비스 중단 결정은 땅콩 알레르기 승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조치”라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