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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축구화 1600만원인데…퍼거슨 껌값보다 못하진 않겠지?

스포츠 경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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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3월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신었던 축구화. 이 축구화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쪽 광장에서 열린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2022 대한축구협회(KFA) 풋볼 페스티벌’ 축구 스타 소장품 경매 행사에서 1600만원에 낙찰됐다.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이 지난 3월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신었던 축구화가 6일 대한축구협회 축구 스타 소장품 경매에서 1600만원에 팔렸다. 이 축구화는 손흥민이 이란전에서 신었고, 옆면에 손흥민 친필 사인도 있다. 당시 손흥민은 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넣었고, 한국은 최종 스코어 2-0으로 11년 만에 이란을 꺾었다.


한국에선 스포츠 경매가 자선 행사 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등 시장이 작다. 이번 수익금도 전액 대한민국 축구 종합센터 건립 비용에 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일반 경매에도 매물이 등장하고, 백억원대 낙찰가도 나온다. 과거엔 월드컵 때 쓴 공을 심판이 집으로 가져갔지만, 이젠 국제축구연맹(FIFA)도 심판이 임의로 공을 가져갈 수 없게 막을 정도다.


스포츠 경매 사상 최고가는 불과 한 달 전 깨졌다.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가 이른바 ‘신의 손’ 사건 때 입었던 유니폼이 그 주인공이다. 이 유니폼은 지난 5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714만파운드(약 113억원)에 팔렸다.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 잉글랜드와 경기 때 입었던 이 옷은 그저 잘 찍어낸 공산품에 불과했지만,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초유의 사건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직전 최고가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880만달러(약 111억5000만원)에 낙찰된 올림픽 선언문 원본(1892년 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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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처럼 경매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물건은 대개 많은 사람이 함께 기억하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물건 자체 품질 등 물질적인 면이 아닌, 사회가 부여한 추상적 의미가 이들에게 가치를 입히는 셈이다. 그래서 일반 경매 때는 논란도 생긴다.


실제 ‘신의 손’ 사건 유니폼이 매물로 나오자, 마라도나 유족은 경매에 반대했다. “모든 아르헨티나인이 그것(유니폼)을 즐길 수 있도록 아르헨티나에 있어야 한다. 백만장자 장식장에 전시될 순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유니폼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마라도나 박물관에서 소장하길 원했지만, 유니폼은 끝내 최고가를 깨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낙찰자에게 팔렸다. 옷의 주인은 경기 직후 마라도나와 유니폼을 교환한 상대 팀 선수 스티브 호지로, 마라도나 사망 당시만 해도 평생 간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다 보니, 다소 특이한 물건도 경매에 나온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신이 2013년 수상한 발롱도르 트로피 복제품을 2017년 자선 경매에 부쳤는데, 복제품임에도 78만5000달러(약 10억원)에 낙찰됐다. 2013년에는 껌을 씹는 모습으로도 유명했던 세계적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그해 5월19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은퇴 경기에서 씹었다는 껌이 온라인 경매에 올라와 39만파운드(약 6억원)까지 호가했다. 다만 이 껌이 진짜인지, 정말로 팔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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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당시 레알 마드리드)가 201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시상식에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한 경매시장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업 ‘22세기미디어’는 바둑 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꺾은 대국 대체불가토큰을 경매에 올려 가상화폐 60이더(약 2억5000만원)에 팔았다. 최근에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 카드가 대체불가토큰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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