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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탈북자 가족 색출한다는데…” 속타는 탈북민들

‘대북전단 불똥’에 불안한 나날

“부모님과 동생 모두 북에 있어 주1회 통화했는데…전화 안돼”

“왜 풍선을 띄워서 빌미를 주나”

자유북한운동연합 “6·25 전후 대북전단 100만장 살포” 예고

한겨레

2014년 탈북자 단체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날리는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04년 탈북한 ㄱ씨는 최근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논란으로 북한이 북쪽에 남은 탈북민들의 가족을 색출한다는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 동생까지 모두 북에 남아 있다. “원래 일주일에 한번씩은 가족들과 중국 브로커를 통해 전화를 하거든요. 지금까지 전화를 안 받은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전화를 안 받네요.” 지난 19일 <한겨레>와 통화하던 ㄱ씨가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ㄱ씨는 “연락사무소까지 폭파를 하는데 (탈북자 가족들에게) 불이익이 안 갔겠나. (당국의) 감시도 감시인데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의 수위가 높아가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최근 탈북민 가족을 색출하려 행방불명자를 조사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가족을 북녘에 남겨두고 온 탈북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월25일을 전후해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했던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언론에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그 진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대북전단 100만장 살포의 준비를 지난 3월 이미 마쳤고 예정대로 날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제가 북한에 남아 있는 ㄴ씨도 최근 걱정이 태산 같다. 보통 ㄴ씨의 형제가 중국의 브로커를 통해 통화가 가능한 시점을 먼저 알려오지만 최근 들어 연락이 끊겼다. ㄴ씨는 “우리(탈북민들)가 걱정했던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북한이 코로나19 때문에 밀수 통로가 다 막혀서 엄청 어렵잖아요. 돈(경제)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뭐라도 꼬투리 잡아서 (협박을) 했겠죠. 왜 탈북자들이 풍선을 띄워서 빌미를 주냐 이거예요.” 그의 목소리에서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단 두려움이 묻어났다.


ㄷ씨 역시 한국으로 넘어온 가족들과 통화하고 돈을 받은 사실이 북한 당국에 걸려 이달 하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카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조카가 ‘본보기’로 더 무거운 벌을 받을까봐서다. ㄷ씨는 “감옥도 여러 곳이 있는데 안 좋은 감옥으로 갈까봐서 잠을 못 잔다. 생사 운명이 걸린 일이다”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실제로 탈북민을 색출하려 행불자들을 조사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ㄴ씨는 “내 생각엔 70%는 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까지 탈북민에 대해 (북한 당국이) 세게 말한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조사에 이르지 않더라도 강한 ‘경고’일 순 있다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탈북민 ㄹ씨는 “어차피 전수조사를 하기 전에 가족 중에 탈북민이 있으면 (보위부에서) 아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 가족은 돈을 보내주니 씀씀이가 달라서 지역 사회에서도 거의 다 알기 때문”이라며 “(조사를 하지 않아도) 최소한 가족을 대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미를 표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광준 강재구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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