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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한 부산 오륙도 차박…일출이 우릴 반겼다 [ESC]

캠핑의 정석 ‘반려견 동반’ 차박


숙박업체 여전히 대형견 제한


진입장벽 덜한 차박으로 부산행


누우면 선루프로 밤하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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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간질간질, 집 앞 산책만 나가도 이미 지금은 봄의 한가운데!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봄꽃 소식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반려견 겨울·바다와 함께 봄꽃 차박 로드 트립을 기획했다. 흔히 인생도 사랑도 타이밍이라 한다. 봄꽃도 그렇다. 지금 떠나야 할 이유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라이프스타일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반려동물 동반 입장에 보수적이었던 여행지들이 앞다퉈 진입장벽을 낮췄다. 호텔과 리조트, 펜션 등 숙박 업계도 반려동물 맞춤 객실을 운영하겠다며 홍보 일색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대체로 10㎏ 전후, 체고 40㎝ 미만의 소형견 중심이라는 점이다. 조건을 사전 공지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시설이 10㎏ 이상의 중대형견에게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겨울과 바다는 각각 27㎏, 18㎏에 이르는 중대형견이다. 내게 차박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만 있으면 쉽게 떠날 수 있고, 반려견 출입이 제한된 곳이 아니라면 어디서든 차 안에서 함께 누워 차크닉을 즐길 수 있으니까.




차량 트렁크에는 항상 반려견을 위한 켄넬(이동식 개집)이 준비돼 있다. 트렁크를 열면,‘아이들’은 으레 그랬던 것처럼 땅을 힘껏 박차올라 켄넬로 쏙 착지한다. 준대형 스포츠실용차(SUV)로 바꾼 뒤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편이라 아이들도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다. 반려견과의 차박은 시작부터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형견 특유의 활동성을 고려해 큰 수건을 넉넉히 준비한다. 인근에 수도 시설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오염된 부분을 간단히 씻길 수 있는 물도 잊지 않는다. 샤워 꼭지가 달린 대형 워터 백은 이럴 때 요긴하다. 밥그릇, 물그릇 그리고 외부 활동 에너지원으로 평소 반려견이 좋아하는 간식과 밥까지 충분히 챙겨 넣으면 얼추 준비가 끝난다.


지난해 4월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으로 향했다. 오륙도는 부산시 명승지로 지정된 부산의 상징이다. 오륙도란 이름은 6개의 바위섬이 나란히 뻗어 있는 모습이 동쪽에서 보면 여섯 개,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된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탁 트인 바다에 들어앉은 오륙도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트렁크를 열었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선 차박이 금지돼 있지만 선착장 주차장에선 스텔스 차박(차량 후미에 텐트나 타프 등의 부속물을 설치하지 않고 차량 안에서 먹고 자는 형태)은 가능하다.(이런 차박 규정은 올해도 유효하다) 트렁크 문이 활짝 열리자 겨울과 바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안절부절 못한다. 아이들도 여행에 한껏 달떠있었다. 녀석들에게 목줄을 매고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주변을 살피기 위해 기다리라는 신호를 줬다. 착하게 앉아 기다리는 동안 목줄과 배변봉투, 물, 간식거리가 든 가방을 챙겼다. 내려도 좋다는 신호를 하자 두 아이가 냉큼 켄넬에서 뛰어내렸다. 주차장에서 나와 조금만 길을 따라가면 유채꽃과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언덕이 나온다. 샛노란 수선화 꽃밭에서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근사한 모습의 오륙도를 배경으로 겨울·바다와 신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낯선 냄새를 따라다니느라 신바람이 났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 언덕은 이기대 해안 산책로까지 연결돼 있다. 놀면서 쉬어가며 대형견과 함께 산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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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으로 돌아와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어 바닥 평탄화를 마쳤다. 벤츠 지엘이(GLE) 350디(d) 구형 모델은 2열 시트 의자 바닥을 운전석 쪽으로 당겨 들어내 시트를 접는 형식이라, 평탄화를 마치면 풀 플랫이 된다. 차주의 체구가 아담할 경우 놀이방 매트 등 평탄화 장비를 추가로 챙길 필요가 없다. 미니쿠퍼 클럽맨에서 차박할 때와는 다르게 확실히 거주성이 훌륭하다. 포장해 온 음식으로 차 안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커피도 한잔 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겨울·바다와 가볍게 배변 산책을 마쳤다. 평평해진 차 바닥에 매트를 깔고 침낭을 펼쳤다. 내가 운전석 뒤로 자리를 잡자 아이들 나름대로 겨울인 트렁크 쪽, 바다는 조수석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명을 끄고 누우니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 너머로 까만 하늘이 보였다. 미세먼지만 없다면 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여명이 밝아오자 녀석들이 벌써 일어나 나를 깨웠다. 우리는 트렁크를 열어 상쾌한 아침 봄바람 내음을 맡았다. 언덕에 올라 다시 떠오르는 해를 맞았다. 수선화 꽃밭 너머 푸르른 바다 한가운데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태양이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감들이 한자리에서 모두 빛나고 있었다.


부산에서 시작한 봄꽃 로드 트립은 오륙도 해맞이 공원의 샛노란 수선화와 유채꽃을 만나고, 맥도 생태공원 벚꽃 터널, 황령산 벚꽃길을 통해 핑크빛 세상을 함께 만난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충남 서산에 들렀다. 꽃놀이 좀 즐긴다고 하는 이들이라면 결코 놓치기 아쉬운 곳이랄까. 1900년대 초에 지은 서산유기방가옥(충남민속문화재 23호)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는데, 해마다 이맘때면 방문객이 몰린다. 샛노란 수선화 언덕 덕분이다. 서산 지역의 전통 가옥 구조로, 고즈넉한 한옥과 솔숲 언덕 아래 수선화가 가득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이웃 도시인 충남 당진에 자리한 카페 피어라는 핑크빛 벚꽃과 함께 연초록 청보리가 대비를 이뤄 수채화 같은 풍경이 이국적이다. 청보리밭을 에둘러 산책로가 있는데, 카페에서 차와 디저트를 맛보며 쉬고 자분자분 산책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두 곳 모두 대형견 입장이 가능하다.




알아 두면 좋아요


-반려견과 여행 시, 동반 입장 가능한 곳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인터넷에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고 안내돼 있어도, 중대형견 보호자라면 반드시 직접 통화해 견종 제한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려견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차량 내 켄넬을 이용하거나 안전벨트를 꼭 착용할 수 있도록 한다.


-차량 탑승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견이라면, 여행 전 금식이 좋다.


-1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동 시, 반려견을 위해 반드시 시간당 10~20분은 쉬고 가야 한다.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가 즐거운 여행을 위해 사회성 훈련과 ‘앉아, 기다려’ 등의 반려견 기본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은 차박 불가 지역이다. 스텔스 차박(차량 후미에 텐트나 타프 등의 부속물을 설치하지 않고 차량 안에서 먹고 자는 형태의 차박)이라면, 공원 아래쪽에 있는 오륙도 선착장 유료주차장에서 가능하다.




글·사진 홍유진 여행작가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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