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아들 사체검안서 2장 가져온 어머니 힘이 컸다”
‘구조 참사’ 진상 밝혀낸 사참위 김진이 조사2과장 인터뷰
“한 의사가 작성했지만 발견·사망 시간 각각 달라
임군 어머니 2014년부터 아들 구조 문제 의문 제기”
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 임아무개군이 구조 직후 맥박 등 바이탈사인(활력징후)이 한때 되살아났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참사 이후 5년 동안 싸워온 임군 어머니의 힘이 컸다. 아들에게 시간이 다른 두 장의 사체검안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임군 어머니는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그 경위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참위 조사관 3명이 그 요구를 받아안아 조사를 진행했다.
“임군의 어머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1기 특조위)가 활동했던 2015년부터 아들의 구조 문제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어요. 아들의 사인과 발견 장소라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거였죠.” 지난달 31일 발표된 임군의 구조·수색 과정 조사의 총괄을 맡은 김진이 사참위 세월호진상규명국 조사2과장은 이 모든 것이 “임군 어머니 ㄱ씨가 가져온 임군의 사체검안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ㄱ씨가 들고 온 임군의 사체검안서는 모두 두 장이었는데, 임군의 발견 시점과 사망시간이 각각 달랐다. 두 장의 사체검안서는 모두 목포한국병원의 한 의사가 작성했지만, 사망시간은 오후 6시36분, 밤 10시10분으로 약 4시간이나 벌어졌다. 2014년 7월께 ㄱ씨는 검찰에 이와 관련된 의문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었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서로 다른 사망시간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시간만 부질없이 흘렀다. 그러다 지난 5월께 사참위에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김 과장은 “ㄱ씨가 1기 특조위에 관련된 의문을 계속 제기했지만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12월11일 사참위가 출범해 직권조사 과제 14개 중 구조·구난의 적정성이 소과제로 선정됐고, 이후 ㄱ씨의 문제 제기로 들여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사참위 조사관들은 해경이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직접 촬영한 3009함 채증 영상과 당시 참사 현장을 보도했던 언론 영상, 시민들이 보내준 제보 영상, ㄱ군을 구조했던 당시 의료진 등을 만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임군이 발견된 오후 5시24분부터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한 밤 10시5분까지 다섯시간 가까이 네차례에 걸쳐 배에서 배로 옮겨지며 제때 구조되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 김 과장은 “임군과 관련한 영상이나 일지가 많이 발견됐다”며 “세월호가 침몰한 지점부터 임군이 발견된 경로는 찾을 수 없었지만, 발견된 순간부터 병원까지 영상과 증언 등을 모아 정리하다 보니 이번 발표처럼 합리적이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참위는 이번 조사로 두 장의 사체검안서 가운데 사망시간을 ‘18시36분’이라고 기록한 검안서는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해경과 원격진료시스템으로 연결됐던 목포한국병원 쪽 영상을 보면, 오후 5시59분께 임군의 불규칙한 맥박과 함께 69%의 산소포화도가 기록돼 있으며, ‘임군을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의료진의 긴박한 음성이 담겼기 때문이다. 즉, 임군이 여전히 배 위에 있을 때 사체검안서가 작성된 것이다.
김 과장은 “조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일부에서 뭘 자꾸 조사하느냐고 하는데, 이번 조사도 중간조사 결과이고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아직 해결이 안 된 사건이고 참사라는 점에서 국민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이어 “참사 당시 해경분들의 고생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고생한 부분에 대해서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고 (억울한 부분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내부에서 진실을 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참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수색 지연 문제와 관련해 3청장(당시 김석균 해경청장, 김수현 서해청장,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에 대한 수사를 이번달 안에 검찰에 의뢰할 계획이다.
글·사진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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