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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징용배상 판결 확정되면 나라 망신” 파기 종용

[한겨레] ‘위안부 재단’ 2016년 7월 설립 맞춰


징용 ‘외교부 의견서→전합→파기’ 구상


박, 외교부에 “의견서 8월까지 내라” 지시


행정처-외교부, 박 지시 뒤 일사천리 진행


한겨레

“이 판결이 확정되면 나라 망신이다.” 2015년 12월 이른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나온 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재판을 두고 청와대 참모진에게 했다는 말이다.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례를 자신이 추진하는 과거사 청산 방향에 맞춰 뒤집거나 최대한 늦추는 방안을 실행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본 정부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중반 청와대 참모진을 통해 외교부에 “곧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되고 (일본에서) 돈이 들어오면 대법원에 징용 사건 의견서 제출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돈(10억엔)으로 만들어지는 화해치유재단 설립 일정에 맞춰 강제징용 사건 재판도 정리하려고 한 셈이다. 그 직전 박 전 대통령은 “(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확정되면 나라 망신”이라고 강조하면서 외교부 의견서 제출 시점을 ‘2016년 8월’ 이후에 본격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보내주기로 한 시점이었다.


당시 외교부는 ‘위안부’ 합의 이후 후폭풍이 거센 점 등을 고려해 의견서 제출 시점을 늦추려고 했지만,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청와대와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제출하지 않느냐”며 여러 차례 채근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의견서 제출 시점을 지시한 뒤부터는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6년 9월 임 전 차장은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로부터 의견서 제출 절차 개시 시그널을 받으면 (시나리오를) 진행하겠다”고 제시했고, 외교부는 그해 11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냈다. 다만 그즈음 ‘국정 농단’ 사태가 본격화하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대법원 재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됐다.


앞서 검찰은 2013~2014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차한성·박병대 법원행정처장-외교부 장관’ 회동 등을 통해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실행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비밀회동에서는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새로운 쟁점’이 생겼다는 이유로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대법원의 앞선 소부 판결을 파기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검찰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도 강제징용 사건 재판 파기 계획을 보고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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