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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짓고도 1년째 입주조차 못하는 ‘용인 2천가구 임대아파트’, 그 사연은?

[현장] ‘애물단지’ 전락한 용인삼가2 뉴스테이 가보니

시행사, 주변땅 조합과 합의 틀어져

진입도로 없이 ‘맹지’ 아파트만 건설

시, 중재 나섰지만 마땅한 대안 없어

사업비 74%인 5200억은 공적자금

한겨레

경기 용인시청 앞 1950가구 규모 ‘용인삼가2지구 뉴스테이’ 민간임대주택단지 정문 앞. 진입도로를 내어야 할 곳에 조그만 야산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오전 경기 용인시청 앞. 시청사에서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 나지막한 야산을 따라 350여m가량을 걸어 오르자 1950가구 규모의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단지가 보였다. 최고 38층 높이 아파트 13개동과 단지 내 상가 건물은 물론 조경 공사까지 모두 마친 새 아파트지만, 단지 안팎으로는 적막만이 흘렀다. 임시도로가 나 있던 상가 건물 앞에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초소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임시도로에서 단지로의 접근을 통제하는 울타리와 2층짜리 단독주택 건물 사이를 따라 50여m를 걷자, 아파트 정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진출입로가 있어야 할 정문 앞에는 아파트 3~4층 높이 야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입도로가 없어 ‘맹지 아파트’가 돼 지난해 2월 완공 뒤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용인삼가2지구 뉴스테이’ 아파트 풍경이다.


정문이 야산에 가로막힌 황당한 맹지 아파트의 사연은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11월 이곳에는 민간아파트(삼가2지구단위계획사업·1717가구)가 추진됐다. 하지만 이듬해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뉴스테이 사업(1950가구)으로 전환된다. 기업형 임대주택단지인 뉴스테이는 8년 임대 뒤 분양으로 전환된다.


용인시는 2016년 7월 뉴스테이 추진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동남현대카이트제십호기업형임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동남현대)가 제출한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역삼지구가 개발되지 않더라도 진입도로(중로 2-84호선)를 준공 6개월 전까지 개설 완료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삼가2지구 사업구역 경계에 맞닿아 있는 역삼지구(개발면적 69만2140㎡)는 단일 면적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 상업단지가 조성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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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도로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에 들어서는 16.5m 너비 진입도로는 시청 앞 왕복 6차선 중부대로에서 아파트 정문까지 300여m 이어지고, 정문에서 ㄱ자 형태로 꺾여 용인대 방향으로 400m가량 이어진다. 역삼지구 구역 내에 포함된 이 도로는 역삼조합이 개설해야 하는데, 조합 내부 갈등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자 용인시는 진입로 개설을 조건으로 삼가2지구 개발계획을 승인했다.


문제는 역삼지구 개발사업이 조합 내부 분쟁과 각종 소송으로 표류하면서 발생했다. 삼가2지구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역삼지구 안 땅을 빌려 ‘공사용 임시 도로’로 사용했지만, 진입도로를 확보하지 못해 오는 4월30일까지 준공을 1년 더 연기했다.


사정이 급하게 된 삼가2지구 쪽은 2018년 1월 도로포장비 8억원을 부담하기로 역삼조합과 합의했지만, 이후 역삼조합 내부 갈등으로 집행부가 두차례나 바뀌면서 진입도로 공사도 지연됐다.


공사비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법정 소송으로도 이어졌다. 역삼조합 쪽은 ‘조건부’를 이유로 삼가2지구 쪽이 도로개설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삼가2지구 쪽은 ‘기반시설 의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삼가2지구 쪽은 163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의 채권가압류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은 상태다. 역삼조합과 삼가2지구 쪽은 2020년 말 전체 공사비 84억원 중 절반인 42억원을 삼가2지구 쪽에서 부담하기로 협의했지만, 최근 구성된 새 집행부가 도로개설비가 400억원대에 이른다며 반발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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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사용했던 임시도로에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 단지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여기에 정문 인근 2층짜리 단독주택을 철거해야 도로를 낼 수 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집주인이 삼가2지구 시행사를 상대로 한 건물명도 및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기 때문이다. 진입도로가 개설될 정문 인근에는 현재 단독주택 2개동이 남아 있다. 지난해 7월 건물 행정대집행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에서도 건물주 쪽이 이겼다.


상황이 꼬이면서 완공 뒤 1년이나 미룬 ‘올해 4월 준공’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준공 6개월 이전 진입도로 확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입도로 지하로 연결되는 상수도관과 가스관 개설 공사도 못 한 상태다.


준공 지연에 따른 금융이자와 준공 전까지 관리비용 등을 물고 있는 시행사(동남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부문이 지분 60%를, 시행업체 2곳과 책임준공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40%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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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사용했던 임시도로에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 단지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

총사업비 7천억원 가운데 74%가량(5200억원)을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출자와 주택도시기금 대출, 주택사업금융보증(PF) 등으로 조달했다. 주택도시기금 관리주체는 엘에이치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운용을 맡고 있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역삼지구 내 기반시설을 삼가2지구 진입도로로 허가해준 과거 용인시 행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숙 용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소송과 내부 갈등으로 역삼지구 개발사업이 진척이 없고, 진입도로도 확보 못 한 맹지에 졸속으로 삼가2지구 개발을 허가했다”며 “당시 박근혜 정부와 같은 당 소속이던 정찬민 시장(현 용인시갑 국회의원)이 무리하게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용인시가 삼가2지구 시행사와 역삼조합 양쪽을 불러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견해차가 뚜렷해 마땅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역삼지구 개발이 지연될 때에 대비해 준공 6개월 전 진입도로를 먼저 확보해 설치하도록 했는데, 조합 내부 문제로 합의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삼가2지구 시행사 대표단, 새로 출범한 역삼조합 집행부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 진입도로 문제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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