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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피디 “OTT서 이효리와 시작…하반기 다양한 콘텐츠 선보일 것”

MBC 퇴사 뒤 첫 OTT, 8일부터 티빙 <서울 체크인>

“좋은 콘텐츠-플랫폼 연결하는 역할 하고파”

한겨레

김태호 피디. 티빙 제공

김태호 피디가 돌아온다. 지난해 12월 <문화방송>(MBC)을 퇴사한 뒤 만든 첫 번째 프로그램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티빙에서 방영한다.


김태호 피디는 <무한도전>에서 매회 새로운 아이템으로 화제를 모으며 지상파 예능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 기발한 발상이 자유로운 오티티를 만나 얼마나 더 새로워질 수 있을까. 그 첫걸음을 이효리와 함께 걷는다. 첫 작품은 이효리의 서울 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서울 체크인>이다. 제주도에서 생활한 지 8년 된 이효리가 일을 하려고 한번씩 서울에 오고 지인의 집에 묵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젠 서울이 낯선 이효리가 자신만 그대로이고 모든 게 변한 것 같은 외로움, 사람의 그리움 등을 이야기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다.


지난 6일 화상으로 만난 김태호 피디는 “지난 20년보다 퇴사한 이후 6개월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며 ”이제부터 더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서울 체크인> . 티빙 제공

-김태호 피디가 어떤 작품을 들고 올까는 업계 관심사였다. 이효리와 함께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호칭은 ‘이효리’로 통일)


“정확히 말하면 저희가 이효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이효리가 저희를 선택한 것이다.(웃음) 이효리 자체가 콘텐츠다. 카메라만 들이대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파일럿 당시, 말하지 않는 순간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 것에서 이효리의 힘을 느낀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핫’한 사람인데 서울을 어색해하고 나 혼자만 좀 다른 것 같다는 외로움을 표현한다. 그런 얘기들이 새롭게 보였다. 그 점을 부각하고 싶었다. 서울에 대한 다양한 느낌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이효리로 인해 더 강해졌다.”


-대중은 왜 이효리에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솔직하고 감성들을 꾸밈없이 표현한다.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도 바로 표현하고 본인도 몰랐던 것도 충분히 받아들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의 모습 안에 우리가 담고 싶은 솔직한 리얼감도 있어서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함께 작업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이건 어떤지 제안도 하고, 이게 가능할까 고민하는 부분도 항상 본인이 생각하고 먼저 얘기해주면서 장애물을 없애준다.”


-맛보기에서 엄정화, 김완선 등 여성 솔로 댄스 가수들의 만남이 화제였다. 정규에서도 유사한 만남이 있나.


“파일럿 때 만나고 김완선씨의 집에서 한번 모였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전달됐는데, 이분들이 제일 그리워하는 게 관객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이분들끼리 지난 2년과 다른 현실이 찾아오면 다 함께 버스를 타고 전국을 찾아가며 관객을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때가 되면 <서울 체크인>과는 다른 콘텐츠로 준비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 체크인>으로 이효리 일상을 보여주며 어떤 이야기 하고 싶은가.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 이효리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다. 나는 혼자는 아니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다. 뭔가 안에 있는 깔린 공감과 연대. 누구나 다 하는 고민이고 감정이고, 대한민국 서울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보면서 위로받고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겨레

티빙 제공

-오티티에서 프로그램 만드니 솔직히 어떤가.


“엠비시 퇴사하고 오티티 업무하면서 가장 달라진 건, 시청률 통보 문자를 안 받는다는 것. 항상 일요일 오전 7시에 문자가 왔다. 평가나 성과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매주 방송을 내야 했던 입장에서는 미흡함이 드러나는 콘텐츠도 있으니까. 기존엔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서 보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는데, 오티티는 명확한 데이터로 명확한 타겟층에 맞춰야 하니까 하고 싶은 장르들에 대한 자율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시청자의 중요한 시간을 뺏어오는 건 어떤 플랫폼이나 똑같다고 본다. 진정성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방송사를 나와 협력업체로 만든 첫 작품이다. 혹시 연출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겼나.


“기존에 했던 프로그램들은 진행자와 저와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게 있었다. 그러면서 캐릭터도 만들어갔다. 지난해부터는 저의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협업하다 보니까 제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시청자한테 선입견을 주는 경우도 있더라. 저는 제작자로서 버라이어티와 리얼리티, 시트콤도 하고 싶은데 각자 생각하는 저의 고정된 이미지가 있어서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오해도 낳는다. <서울 체크인>은 최대한 저의 이름이나 존재를 가리고 이효리만 보이도록 했다.”


-오티티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는 현재 미디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대한민국에 엄청난 이야기꾼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나 예능 앞에 케이(K)를 붙이는 것 자체도 저희 콘텐츠를 작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 케이라는 수식어를 빼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우리 드라마가 미국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을 보면 미국에서도 일상화된 문화 같다. 드라마와 음악 장르가 글로벌하게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예능 장르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훨씬 더 주목받을 수 있는 타이밍이 된 것 같아서 예능 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아이템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한다. 시장이 바뀐 게 예능 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 되는 것 같다.”


-예능이 글로벌화되려면 어떤 점을 어필해야 할까.


“예능이 드라마나 다른 분야보다 글로벌화되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는 건,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음악으로 전해지는 콘텐츠는 감정을 느끼고 대사나 가사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예능은 뉘앙스나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 예능 콘텐츠 중에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건 더빙이 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봤다. 접근성을 넓이면서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가 재미있는 예능이 해외에서 재미있다고 평가받는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지만, 지난해와 올해 많은 콘텐츠가 오티티로 전 세계 시청자와 대면할 기회를 가졌다. 그 데이터들을 활용한다면 어떤 장르가 글로벌하게 소통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저희도 올 가을에는 글로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콘텐츠 시장이 변했다. 창작자로서 어떤 점에 가치를 두고 싶나.


“엠비시와의 이별을 택한 이유는 시장의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중간마다 외부의 많은 유혹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 유혹이 달콤하지 않았다. 작년, 재작년부터 콘텐츠 시장 자체가 변하고 있구나, 변화를 체험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훨씬 더 많은 걸 배웠다. 제가 훨씬 성장했다는 걸 확신한다. 피디로서 역할도 충실히 하겠지만 후배들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오티티 사이에서 창작자들이 자기 색깔 분명하게 드러내고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서울 체크인> 이후 계속 오티티만 할 것인가.


“독립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해봐야지 할 때는 저의 꿈도 있었지만 저와 함께 일하던 후배들의 많은 고민이 담겨있었다. 콘텐츠가 가장 돋보이는 플랫폼을 찾아가고 싶다. 좋은 콘텐츠를 좋은 플랫폼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오티티가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한쪽이 축소된다는 개념이 아니라, 시청자들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는 산업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상반기에는 그에 맞춰 적절한 방법을 찾으러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서울 체크인>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선보일 것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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