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멜라니아 여사 ‘끈끈함’ 눈길…단독회담 배석에 일대일 오찬까지
이례적인 정상회담 참석과 오찬
멜라니아 2017년 방한 때 이산가족 아픔 공감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을 마련하려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이례적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참석한다. 두 정상 부인은 별도의 일대일 오찬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1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단독 정상회담에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함께한다”며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네분이 한자리에 앉아 환담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25분가량 배석자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부인들이 단독 정상회담에 함께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그만큼 한-미 정상 부부의 관계가 좋고 호감이 있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단독 정상회담 시간이 끝나고 양국 핵심 참모들이 참석하는 소규모 정상회담으로 전환하면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자리를 옮겨 일대일 오찬을 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 부인이 일대일로 오찬을 하는 것은 1989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김옥숙 여사와 조지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바버라 부시 여사 사이의 오찬 이후 30년 만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전날 방미 일정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 부인 간 단독 오찬은 흔치 않은 일로, 두 영부인 간 각별한 우정을 더욱 깊게 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가까워진 것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때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당시 차가운 이미지로 미국 언론을 기피했던 멜라니아 여사를 어떻게 맞이할지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 여사의 귀를 잡은 것은 한국의 이산가족 문제였다. 김 여사는 언론에 노출된 자신의 처지도 비슷하다며 멜라니아 여사에게 공감과 위로를 표시한 뒤 전 세계에서 한국만 지닌 이산가족의 아픔과 피난민 출신인 문 대통령의 가족사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가 김 여사가 이야기한 한국 이산가족의 아픔과 절실함에 크게 공감하는 모습이었다”며 “굳었던 표정도 시간이 흐를수록 편안하고 밝게 펴졌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김 여사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영부인의 환담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두 영부인께서 장시간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고 물었고, 이에 멜라니아 여사가 ‘한국 이산가족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었다’고 답했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옆에 있던 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께서는 정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잘해나갈 자신과 신념이 있느냐’라고 말을 건넸고, 문 대통령이 ‘그렇다’라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분단 상황에 관해 이해와 공감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마지막 날 문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따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려고 전용 헬기까지 탑승했지만 짙은 안개 탓에 가지 못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