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 매봉산, 서달산은 동네 뒷산? 가보니 아니더라
커버스토리┃도시&비밀의 숲
도심에 가깝고도 숲 향기 만끽할 곳 찾아
서울 금호산·매봉산, 고구동산·서달산 여행
물까치·직박구리·청설모 사는 싱그러운 숲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흑석동 일대 서달산 ‘잣나무 군락지’에서 이어진 나무 데크 길. 김선식 기자 |
유난스러운 산새 소리, 금호산·매봉산
아직 짙푸른 숲이 싱그러웠다. 응봉 근린공원(금호산·서울 성동구 금호동 2가) 들머리부터 숲 향기에 들뜬다. 서울 남산 아래 매봉산에서 떨어져 나간 금호산, 응봉산, 대현산, 대현 배수지 공원은 과거 ‘응봉’이라는 한 줄기 산이었다고 한다. 도시 개발로 산을 토막 내 5개 산과 공원으로 나눴다. 가까스로 도착한 들머리 나무 계단은 안락하고 운치 있다. 약 400m 전, 산행 출발점인 지하철 신금호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왔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다. 지하철역 주변 도로변은 온통 동네 밥집과 상점만 수두룩했다. 말끔한 길과 청명한 공기가 어울렸다. ‘조망 명소’까진 10분도 안 걸렸다. 남산 타워,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을 탁 트인 시야로 바라볼 수 있다. 숲길 지나 공원 평지로 접어들었다. 최고 해발 140m가량 금호산 능선 따라 길을 냈다. 아기자기한 공원 한쪽 ‘금호산 유아 숲 체험장’이 자리 잡았다.
숲길 ‘하이라이트’ 구간이 이어진다. 먼저 유아 숲 체험장~생물 이동 통로~서울방송고등학교 길이다. 생물 이동 통로는 도시 개발로 끊어진 숲을 복원한 길이다. 야생 동식물 서식지를 이은 덕분에 인간들도 끊김 없이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생물 이동 통로 따라 숲에 파묻힌 기분으로 오솔길을 걸었다. 그 어둑하고 울창한 숲길이 ‘아파트 숲’(단지)에 둘러싸여 있단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밤나무, 아카시아를 지나 빨간 산수유 열매가 보일 즈음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유난스럽다. 숲길은 서울방송고등학교 앞 도로와 잠시 만난다. 이내 매봉산으로 가는 숲길로 이어진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2가 금호산 들머리. 김선식 기자 |
매봉산 들머리 나무계단 주변은 단풍나무 군락지다. 단풍은 절정은커녕 기세 좋게 푸르기만 하다. 대신 여기부터 팔각정(매봉산 정상)까지가 금호산·매봉산 숲길의 절정이라고 할 만하다. 왼쪽에 깊고 풍성한 숲을 끼고 걷는다. 산새들은 장난치듯 빨간 열매 달린 나무에 무리 지어 날아들었다가 흩어지길 반복한다. 새 지저귀는 소리를 왜 ‘짹짹’이라고 표기하는지 의문이 든다면 여기 와 보면 안다. 새들이 쉼 없이 짹짹 지저귄다. 옅은 파란색(하늘색) 꽁지깃을 뽐내는 물까치도 눈에 띈다.
서울 중구·용산구·성동구 경계에 있는 매봉산 들머리. 김선식 기자 |
매봉산 정상 팔각정 가는 길에서 본 물까치. 김선식 기자 |
매봉산 정상(해발 175m)에 있는 팔각정은 야경 명소다. 서울 중구, 용산구, 성동구 경계에 자리 잡은 이곳에선 오른쪽 청계산부터 동호대교, 성수대교, 롯데월드타워, 서울숲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팔각정 옆 ‘자연관찰로’에서 만난 직박구리들도 쉴 새 없이 지저귄다. 팔각정에서 내려와 남산 방향으로 걸었다. ‘버티고개 생태통로’로 가는 길에서 멀리 남산이 보인다. 3차선 도로 대각선 방향에 남산 숲길로 접어드는 계단이 있다. 이쯤에서 멈추고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으로 내려왔다. 마지막까지 은은하고 싱그러운 금호산·매봉산을 걸은 것만으로도 여운은 차고 넘쳤다.
매봉산 정상 팔각정에서 본 풍경. 김선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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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길도다, 고구동산·서달산
고구동산은 과거 한강대교 남쪽에 맞닿은 서울 동작구 본동에서 상도동으로 넘어가는 가장 높은 고개였다고 한다. 숲 따라 옛 고갯길 넘어 서달산(동작구 상도동, 흑석동 일대)으로 향했다. 서달산은 국립 현충원 녹지를 끼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들역(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4번 출구에서 뒤돌아 샛길 따라 걸었다. ‘고구동산길’, ‘동작충효길’ 팻말만 잘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고구동산은 노량진 근린공원이라고도 불린다.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고 운동하러 즐겨 찾는 곳이다. 숲길이 이어져 걸을수록 상쾌하다. 중앙대학교 후문 앞 도로에서 숲길은 잠시 끊어진다. 횡단보도 건너 바로 서달산으로 들어갔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흑석동 일대 서달산 자락길로 가는 길. 김선식 기자 |
숲길 들머리 아카시아 나뭇가지에 청설모 한 마리가 걸터앉았다. 앞발 모아 밤을 쥐고 한참 먹는다. 사진을 찍든 말든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서달산은 흑석동, 상도동, 사당동 아파트 단지에 에워싸인 숲인데도 청설모, 다람쥐, 꿩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 5분 걸으면 고구동산·서달산 숲길 ‘하이라이트’ 구간이라 할 만한 곳에 들어선다. 잣나무 군락지부터 평평한 나무 데크 길까지다. 키 10m는 넘어 보이는 잣나무가 길 위에 빼곡히 들어선 군락지는 수백 미터 나무 데크 길로 이어진다. 좁고 긴 나무 데크를 울창한 숲이 뒤덮고 있어서 먼발치에서 보면 출렁다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는 기울고 갈 길이 멀어도 잠시 걸음 늦추고 오래 머물고 싶은 숲길이다. 머지않아 또 다른 평평한 나무 데크 길이 나온다. 초화원·암석원과 생태 다리 지나 약 463m 뻗은 ‘서달산 자락길’이다. 이 길은 동작대(서달산 정상)와 지하철 동작역 방향 길에서 잠시 이탈하는 샛길이다. 길을 돌아 나와 다시 길 본류에 합류했다.
서울 동작구 본동 ‘고구동산’ 산책길. 김선식 기자 |
동작대(서달산 정상·해발 179m)부턴 초록색 철제 담장을 끼고 걷는다. 현충원 경계다. 담장이지만 위화감은 없다. 이쪽도 저쪽도 숲이자 녹지다. 아치형 ‘메모리얼 게이트’(기념문)와 시를 적은 나무 팻말, 원뿔형 돌탑, ‘효도 전화 의자’(유선전화 수화기 모양의 벤치·부모님께 오랜만에 전화라도 한 통 하자고 제안하는 쉼터) 등 길목마다 조형물들이 눈에 띈다. 현충원 상도 출입문, 사당 출입문을 지나 지하철 동작역 3번 출구로 가는 마지막 구간은 수백 미터 나무 계단이다. 오르막이 아니라 내리막 계단이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경사가 급하고 길다. 저녁 6시 정각, 계단을 비추는 가로등이 켜졌다. 헤드라이트 켠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고, 그 옆으로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지나갔다. 아직 한참 남은 긴 계단을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나온 긴 숲길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서울 한복판에서 종일 숲길만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서달산 들머리에서 본 청설모. 김선식 기자 |
현충원 사당 출입문에서 동작역으로 가는 길. 김선식 기자 |
갈림길에선 이쪽으로
고구동산·서달산 고구동산·서달산(지하철 노들역 4번 출구~동작역 3번 출구 구간)은 길목마다 보이는 ‘고구동산길’, ‘동작충효길’ 팻말 따라가면 된다. ‘현충원 상도 출입문’, ‘동작대’, ‘동작역’ 방향이다. 고구동산 광장에서 이어지는 숲길은 농구장 옆에 있다. 중앙대 후문 쪽으로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 ‘고구동산길’ 팻말 따라 100m가량 걸으면 왼쪽에 서달산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초화원·암석원을 둘러보고 아랫길과 윗길로 나뉘는데, 둘은 만난다. 가던 대로 윗길로 가면 된다. 서달산 자락길·피톤치드 체험장과 달마사 가는 길이 갈린다. 서달산 자락길은 걷고 다시 돌아 나와 팻말 따라 동작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동작대에서 왼쪽 현충원 담장 따라 난 길은 지하철 동작역까지 한 방향이다. 중간에 숭실대입구역과 이수역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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