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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어땠어? 공유가 답했다! “선과 선이 갈등하는 인문학적 드라마”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공유와의 화상 인터뷰’로 평가단 궁금증 풀이

양면성·모호함 담은 SF…“이야기 걸어주는 작품이라 택해”

한겨레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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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공상과학물(SF)이지만, 인문학적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24일 선보인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8부작)를 배우 공유는 이렇게 정리했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 최초 우주 배경 공상과학 드라마’다. 탐사 대장 한윤재 등이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에 물을 대신할 ‘월수’를 찾아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나는 내용이다.


자원 고갈로 물이 사라진 사회, 그래서 물을 대신할 ‘월수’를 찾는 설정은 새롭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어디서 본듯하고 전개가 밋밋하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수치로는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넷플릭스 티브이쇼 부문 5위(4일 기준)이지만,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높고, 10위 안에 없는 나라도 많아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재미 유무로만 따질 작품은 아니라는 것. 출연 배우가 “인문학적 작품이라 느꼈다”라고 표현할 만큼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색다른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요 평가단’의 감상평과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쌓인 의문점들을 배우 공유에게 직접 물어봤다. <고요의 바다>는 2014년 ‘제13회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가 원작이다. 배우 정우성이 드라마로 제작했다. 감독 최항용, 극본 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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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의 `호'】 공상과학과 인문학 사이

호불호가 극명히 나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우주 배경 자체는 흥미롭지만 대부분 달의 발해기지 안에서 벌어지고, 장르적 형태는 <에일리언> 방식의 공포 스릴러에 가깝다. 그래서 공상과학에 방점을 찍고 보면 과학 지식에 대한 고증이 아쉽고, 우주에 방점을 찍고 보면 기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더 집중되어 있다. 과학적 고증이나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하지 않고 보면 인물의 심리와 스릴러의 쫄깃한 반전의 맛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흥미진진하고 어떻게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남지은 기자] 호평과 혹평이 갈려요. 개인적으론 흥미롭게 봤어요. 물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물로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은 지금의 기후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할 거리를 던졌어요. 하지만 확실히 풀어가는 과정은 아쉽더라고요. 익숙한 공식을 따르는 느낌이랄까.


[배우 공유] 호불호는 처음부터 예상했어요. <고요의 바다>는 과학적 고증 등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극적이고 다이내믹하고 광활한 우주를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아쉬워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느리고, 덜 자극적이더라도 생존을 위해 우리가 얼마만큼의 비윤리성을 감당해야 하는지 등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에요.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한국 공상과학 드라마 장르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 좋은 출발이라고도 생각해요.


[남 기자] 호불호를 예상하고도 5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건, 공상과학 드라마이기 때문인가요.


[공유] 그렇지는 않아요. 장르물 시리즈를 하고 싶었는데 <고요의 바다> 제안을 받았고, 그게 공상과학 드라마였던 거죠.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보다는 그 작품이 지향하는 지점이나 하려는 이야기, 세계관 등 작품 전체에서 매력을 찾아요. <고요의 바다>는 순서대로 꼽자면, 필수 자원이 고갈돼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라는 설정, 물을 찾아 달로 떠난 인류, 그 물 때문에 죽임을 당한 아이러니까지 모든 서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대원들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인류의 희망이면서 금단의 열매가 되는 양면성, 모호함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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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의 `호'】 월수의 신선함


우주 기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데 그 공포를 주는 요소가 물이라는 건 독특하다. 보통은 공기나 중력인 경우가 많다. 물이 고갈된 지구의 종말론적 위기 속에서 물을 찾아 달에 간 이들이 물에 빠져 죽는 상황이 주는 은유도 의미심장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는 인류의 어떤 선택들이 오히려 또 다른 위기나 위험을 만들어온 사실들을 꼬집고 있는 듯해서다.

[남 기자] 식수 배급제, 복제 인간 등 사회적 논의점들이 제시되어 있어요. 곧 닥칠 현실처럼 느껴져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더라고요.


[공유]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어떻게 보면 ‘월수’ 그 자체일 수 있어요.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고, 선과 악이 아닌 선과 선이 부딪혀 갈등이 일어나고, 이런 부분들이 저를 계속 생각하게 했어요. 이 자체가 우리의 미래 같기도 해요. 기술과 과학의 발달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인데 개인이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할까. 작품이 끝났지만 여전히 답을 내리기 쉽지 않아요.


[남 기자] 윤재처럼 공유 배우도 작품 속에서 어떤 답을 찾으려고 고민한 건가요.


[공유] 이런 작품을 할 때마다 제 철학과 신념에 대해 생각해요. 불특정 다수가 바르다고 말하는 것을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다는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연하는 작품으로 저의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요. 내가 대단하다거나 철학적인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통해 내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남 기자] 언제부턴가 화두를 던지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어요. <도가니> <82년생 김지영> <고요의 바다>... 작품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으신 걸까요.


[공유] 그 정도는 아니고, 관객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이야기를 걸어주는 작품을 좋아해요. 어떤 메시지를 주입하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어때?”라고 물어보는 작품. 저는 영화 한 편이, 글 한 편이 어떤 것보다도 문화의 가치를 더하고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을 담아서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에요. 물론 매번 그럴 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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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의 `불'】 전형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스토리나 캐릭터들은 신선하진 않다. 발해기지로 갔다가 사망한 언니의 진실을 추적하는 우주 생물학 박사 송지안(배두나), 물 부족이 야기한 병을 앓는 딸을 위해 미션에 투입된 한윤재는 다소 전형적이다.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에서 많이 본 듯하다. 다른 점은 가족애 같은 감정적인 서사가 들어가 있는 정도인데, 이건 부족한 서사를 신파로 채워 넣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한윤재는 딸을 위해 비윤리적인 선택에도 나서지만 동시에 동료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건다. 공유는 이 캐릭터가 가진 복잡한 감정들을 마구 꺼내놓기보다는 속으로 갈무리하는 ‘정중동’의 감정연기를 보였다. 이런 선택은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할 수도 있지만 자칫 밋밋하게 그려질 수도 있다. 이 입체적인 인물이 전반적으로 도드라지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남 기자] 한윤재 캐릭터가 전형적이라는 평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유] 한윤재는 조금 기시감이 들 수도 있는 평이한 인물이기는 해요. 전 캐릭터를 볼 때 제 성격과 비슷한 점을 찾는 편인데, 굳건하고 책임감 강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슷했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저도 좀 정의로운 부분이 있거든요. (웃음) 대내외적 이미지와 달리 제가 조금은 시니컬하고 네거티브한 게 있어요. 저의 약간 냉소적인 부분들을 윤재라는 캐릭터에서 보여주려고 했어요.


[남 기자] 한윤재의 복잡한 감정을 건조하게 표현했어요.


[공유] <고요의 바다>는 드라이해서 좋았어요. 저도 연기할 때 감정 과잉을 싫어하는 편이에요. 이런 제 정서를 윤재한테 반영해 드라이하게 연기했어요. 윤재를 엘리트 군인이라는 것 말고, 평범한 아버지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아프고, 아이에게 조금 더 많은 식수를 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했어요. 윤재의 얼굴에 고단함, 시니컬함이 묻어났으면 해서 더 건조한 사람의 얼굴로 접근했어요.


[남 기자] 그래서일까요, 마지막 한윤재가 선뜻 죽음을 택하는 게 이해가 안됐어요. 딸을 잠시도 떠올리지 않고, 고민하는 모습도 없이. 송 박사한테도 루나만 부탁하고.


[공유]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전 그 마음을 루나한테 배지를 받을 때, 쓰러져 쳐다보는 윤재의 얼굴에서 어느 정도 표현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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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의 `호'】 실감 나게 표현한 우주를 향한 상상력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놓고 끌고 간다. 여성들은 능동적인데, 남성들은 어딘가 봤던 전형화된 면이 있다. 젠더 의식을 갖고 접근한 건 나쁘진 않지만, 캐릭터들이 도식화되어 있는 건 아쉽다. 영상 연출에 있어서 배경, 우주 기지 등을 이제 우리도 실감 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은 <고요의 바다>가 거둔 가장 큰 성취다. 제작비 투자 규모가 상상력의 규모가 되는 현실이다. <고요의 바다>는 이제 우리의 상상력이 우주로까지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다.

[남 기자] 그래픽에서는 호불호가 없어요. 특히 4화 엘리베이터 장면은 긴장감 넘쳤죠.


[공유] 영상으로 처음 봤을 때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촬영 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었어요. 와이어 10~12개를 몸에 달고,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에서 연기했어요. <고요의 바다>는 후반 작업이 중요한데, 이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까 너무 궁금했어요. 완성본을 봤을 때 만족스러웠어요.


[남 기자] 우주 배경 한국 첫 공상과학 드라마답다, 싶었던 인상적인 장면이 또 있을까요.


[공유] 완성본을 보고 두세번 소름 돋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엘리베이터 장면 외에, 대원 중에 공수찬(정순원)이 월수에 감염돼 물을 토했던 장면이 묘사될 때 소름 돋았어요. 송지안 박사가 홍닥(김선영)과 함께 월수에 대해 알게 되는, 물방울이 증식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도 임팩트 있었던 것 같아요.


[남 기자]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부담되진 않나요.


[공유] <오징어 게임>이 업적을 이룬 건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런데, 사람들은 결과를 갖고 이야기하니까. 수치를 절대적 기준으로 생각할까 봐 노파심이 생기더라고요. 우리가 1등을 하려고 드라마를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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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의 공유 평】 ‘나’보다 ‘작품’에 진심인 배우


공유는 ‘자신’보다 ‘작품’을 사랑하는 배우였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배우들과의 화상 인터뷰는 편한 대화가 불가능하고, 그래서 깊은 질문을 이어가기 힘들다. 처음엔 마이크로 질문하던 기자들도 작동 오류에 혼선 등 여러 문제를 겪으면서 이제는 채팅창에 질문을 올린다. 대부분은 홍보담당자가 대신 읽어주는 질문을 듣고 답한다. 공유는 달랐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질문을 꼼꼼하게 직접 눈에 담았다. 이해 안 되는 부분, 아쉬운 부분에 관한 질문도 거침없이 답했다. 어떤 장면에 대해서는 짧은 미니토론(?)도 이뤄졌다. 화상 인터뷰로도 이런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단 말인가. 내면이 모니터를 뚫고 나온 배우,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게 만든 배우, ‘작품’에 ‘찐심’인 `찐배우' 공유다.


<그래서 볼까말까?>


[공유] 서사적인 부분과 인문학적인 부분으로 접근해서 본다면 세계관을 감상하는 데 무리 없을 것이라 판단. 기존 평가를 잊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봐달라는 소망. 보고 난 다음에 각자의 관점과 기준대로 허심탄회하게 판단하시길!


[정덕현 평론가]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는 드라마. 공포가 더해진 심리 스릴러에 관심 있다면 추천. 본격 우주 공상과학드라마를 기대한다면 비추.


[남지은 기자] 아무 정보 없이 보면 8부작 정도는 흥미롭게 볼 수 있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우주 배경 공상과학드라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본다면, 혹평은 좀 가혹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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