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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고 엄마가 됐다

‘비혼 입양’으로 새 가족 꾸려

아버지가 망가뜨린 가족 복원

사랑은 특히 아이에게 생존 문제

어머니·아이들 연대는 막강해

한겨레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결혼도 출산도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


백지선 지음 l 또다른우주 l 1만5000원


엄마가 됐다. 그런데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도 않았다. 뭐지? 잠시 혼란스러워질 터. ‘비혼 입양’이다. 그만큼 이 사회에 고정관념이 강하다. 책 제목처럼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라고 세상에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자의 담대한 도전과 과단한 실천이 이끈 바다.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하는 외국인과 위장결혼을 해서 아이를 입양한 후 이혼할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떠올린 적도 있다.” 그러나 때마침 비혼 입양이 제도적으로 허용됐다. 2006년 12월30일이었다.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결혼하지 않은 저자도 양육자로부터 분리된 보호대상아동을 입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실천했다. 한 명, 그리고 한 명, 그렇게 둘씩이나!


한겨레

아기들을 입양하며 나는 보물단지를 얻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바다에서, 스노파크에서 늘 신나게 뛰어놀았고, 블록집을 완성하여 엄마를 놀렸고, 11년 만에 떠난 해외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또다른우주 제공

수십 년 간 따로 살아온 이성과 결합하는 결혼의 성공률보다 입양 성공률이 훨씬 더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의 리스크는 큰데 헤지(hedge)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혼도 제도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 부모의 모습이 타산지석이 됐다. 또한 일종의 현대판 모계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다. 배우자 없이 어머니, 형제자매와 양육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신연령 면에서 결코 성인이 되지 못한 비장애 성인 남성을 돌보는 데 인생 대부분을 바”친 어머니를 목격했고, “아버지가 망가뜨린 가족”을 복원하길 바랐다. 그리고 해냈다. “아이들을 입양해 안정된 가족을 이룸으로써 확실한 행복을 손에 넣었다.”


여느 부모의 육아와 다르지 않았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느라 보육을 도와줄 다른 사람들이 필요했고, 아이들과 충분히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화내며 극구 반대하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육아를 도왔고 형제자매들이 거들었고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연차휴가를 아이 키우는 데 몰아 쓰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활용하기도 했고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이어지는 야근 탓에 “아이가 잘 때 출근해서 잘 때 퇴근하”던 시절, 주말에 아이 머리를 감겨주다 “통통한 이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기겁”한 적도 있다. 10여년간 이런저런 일을 함께 겪으며 두 딸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탄탄한 가족을 꾸려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비혼으로 두 아이를 키워낸 이야기가 전반부를 메우고, 입양을 경험하며 얻은 세세하고 생생한 노하우와 함께 위기 아동들에 대한 관심과 고민, 제도적 대안들이 후반부로 이어진다. 잃어버린 가족을 되살리는 대안이 ‘비혼 입양’과 새로운 가족의 구성이었던 것처럼, 아이를 키우며 얻은 사랑은 내 아이에 대한 관심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로 확장되어 나간 것이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은 옹골차다. “싱글맘은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 자신의 강력한 힘과 권능을 느끼며 세상의 도전에 정면으로 대결해야 한다. 아이들도 강인한 존재다. (…) 어머니와 아이들의 강력한 연대는 해가 갈수록 막강한 세력을 형성한다.” 마치 ‘새로운 가족 선언’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누구나 얻어야 할, 저자의 깨달음이 가슴을 친다. “사랑은 생존의 문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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