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친구랑 어디까지 가봤니?
반려동물 & 함께하는 여행
올여름엔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
말없는 여행 동료와 교감하며 얻는 위로
반려견 가방 싸기부터 여행지 선정까지
안전한 여행을 위한 체크 리스트
“필수품 개 매너도 잊지 말 것”
장선미씨와 함께 차박을 떠난 디디가 단잠에 빠져 들었다. 사진 장선미 제공 |
거창한 계기는 없었다. 타투이스트 장선미(34)씨가 골든리트리버종 반려견 ‘디디’와 첫 여행을 하게 된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3년 전 장씨는 디디와 처음 여행을 떠났다. 디디가 7살이 되던 해였다. “그냥 동네 산책만 하고 살기에는 디디에게 보여줄 세상이 정말 많고, 디디가 좋아하는 풀 냄새, 흙냄새를 함께 맡고 싶어서였다.”
유튜브 ‘디디채널’을 운영하는 장선미씨와 그의 반려견 ‘디디’는 3년 전부터 함께 백패킹을 다닌다. 사진 장선미 제공 |
장씨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글램핑, 반려견 운동장 나들이 등을 시작으로 제주, 강릉 등을 디디와 함께 다녔다. 지난해엔 디디와 2달간 전국 일주도 했다. 디디와 함께한 덕분에 장씨의 여행 방식도 다채로워졌다. “‘반려견 동반 가능 숙소 찾기’를 비롯해 예전 나라면 엄두도 못 냈을 차박, 백패킹, 오토캠핑 등에도 도전했다.”
캠핑 중 ‘불멍’을 차분하게 즐기는 디디. 사진 장선미 제공 |
둘의 여행은 유튜브 ‘디디채널’에 기록 중이다. 사람과 동물, 여행자 둘이 주거니 받거니 말을 하지 않는 데도 영상은 흥미진진하다. 때로 짜르르한 위안의 마음도 든다. 아무도 없는 해변을 신나게 달리는 디디, 반려인 옆에서 가만히 턱을 괴고 엎드려 있는 디디에게서 해방감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장씨는 디디가 여행지에서 새로운 공기, 풍경, 소리 등을 온몸으로 느끼는 게 보인다고 한다. “여행 중엔 디디의 표정이나 눈빛이 달라지거든요.”
동물권 활동가 유영재(55)씨도 그의 가족인 ‘비구리’들과 6년 전부터 캠핑을 떠난 데엔 거창한 계기 같은 건 없다. 그저, 10대 때부터 평생 해오던 캠핑을 당시 함께 살던 비글 ‘한양이’와 같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행했을 뿐이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반려견 세 비글들과 충남 금강 인근의 섬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사진 유영재 제공 |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이기도 한 그는 현재 비글 3마리를 키운다. 올여름 휴가로는 지난달 28일부터 7월2일까지, 비글 ‘햇살이’, ‘달님이’, ‘희망이’와 함께 충남 금강 인근의 무인도에서 캠핑을 했다. 산만하기로 유명한 비글 세 마리와의 여행이라니! 그가 무인도로 떠난 이유를 말했는데 이해가 갔다. “활달한 비글의 성격상 날뛰기 쉬운데, 아무리 그래도 섬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쾌활한 비글을 챙기느라 수고는 더했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에 견줘 더 풍족한 시간을 보냈다는 게 그의 후기다. “가면 개 뒤치다꺼리하느라 너무 바쁜데, 그래서 심심하지도 않고 그만큼 추억도 많이 쌓여요.”
목줄 없이 뛰고, 수영하느라 신이 난 비글들. 사진 유영재 제공 |
물가에 앉아 상념에 잠긴 듯한 비글. 무슨 사고를 칠까 고민 중인 걸까. 사진 유영재 제공 |
이 쯤에서, 여행지가 더 궁금해졌다면?!
호텔 예약은 호텔스컴바인에서!
비글 구명 조끼를 말리는 중. 사진 유영재 제공 |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2년 사이 캠핑에 제법 능숙해진 나의 노견 ‘제리’가 떠올랐다. 우리에게도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어느 날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10년 전에 멈춰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이제껏 같이 살아온 날보다 짧을 것이므로, 지금부터라도 같이 갈 수 있는 곳은 함께하기로 했다. 제리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데다 겁이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빠른 속도로 여행에 적응했다. 작은 키로 풀숲을 헤치고, 냇가에서 열심히 수영하는 모습은 어쩐지 용맹해 보이기까지 했다. 들살이 2년 차, 그는 화롯대에 구워 먹는 고구마 맛을 누구보다 즐기고, 차에서는 코까지 골고 잘 정도로 여유를 찾았다. 특별할 일 없는 여정이었지만, 함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개도, 사람도 웃게 한다. 사진 유영재 제공 |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의 저자이자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인 클라이브 디 엘 윈은 개는 사랑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존재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과 관계를 맺고 교류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올여름, 그동안 장거리 여행에 따라나설 수 없어 병원이나 호텔 신세를 져야 했던 반려동물들에게는 모처럼 가족과 여행을 할 기회이기도 하다. 번잡하지 않은 곳으로 ‘사랑할 줄 아는 존재’와 함께 떠나보는 건 어떨까. 반려동물과의 여행에 노하우가 있는 이들의 여행 준비물부터 실전 여행기까지, 탈탈 털었다.
‘멍비치’를 아시나요? 반려견 동반 여행의 A에서 Z까지
어디 가서 어떻게 놀지? 여행 계획을 짤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동반자의 취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동반자가 동물이라면? 반려동물들은 일상과 다른 환경에서 힘들고 불편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이들을 위한 섬세한 계획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골든리트리버 디디와 전국 일주를 한 장선미씨(유튜브 ‘디디채널’ 운영)에게서는 반려견 여행 가방을 싸는 노하우를 들었다. 반려견 달래와 최근 캠핑을 시작한 박정윤 수의사에게는 여행 전후에 확인해야 할 건강 문제와 응급 상황 대처법을 들었다. 반려동물 전문 여행사 ‘펫츠고트래블’과 반려동물 동반 문화 관련 스타트업 ‘펫시민’에게는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숙소와 카페, 식당 등을 추천받았다.
가방 싸기
반려견을 위한 여행 용품. 박미향 기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반려동물의 여행용품을 담을 전용 가방이나 주머니를 하나 마련하자. 낯선 여행지에서 사람을 위한 것은 대체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용품은 원하는 걸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려견 목줄과 이동 가방 등은 필수. 미연의 사태에 대비해 반려인 연락처가 적힌 인식표도 함께 챙기면 좋다. 먹을 것은 평소에 먹던 사료, 간식 등을 챙긴다. 간식은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챙겨 간다면 사람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 동결 건조한 제품도 추천한다.
먹을 것과 함께 물그릇과 밥그릇도 함께 챙기자. 휴대가 간편한 접이식 밥그릇 등이 용이하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서 평소 먹던 그릇이 아니면 밥이나 물을 잘 먹지 않는다면 쓰던 것을 챙긴다.
장선미씨의 반려견 디디처럼 덩치가 큰 견종이라면 반려견이 직접 맬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백팩에 물, 사료 등을 제외한 무겁지 않은 물품을 챙겨줘도 좋다. 디디의 배낭에는 디디가 좋아하는 간식, 큰 사이즈의 밴드, 해충 퇴치용 스프레이, 수건 등을 넣어간다고 한다.
이외에도 박정윤 수의사는 낯선 장소에 간 반려견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평소에 쓰던 방석 등을 챙겨 가는 것도 추천한다. 거즈, 소독약, 의료용 테이프 등 응급 치료용 꾸러미도 함께 마련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동물용 소독약과 사람용 소독약은 희석 비율이 다르므로 동물 병원에 미리 얘기해 받아두면 된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체크 리스트
소형견과 대형견 해변이 분리 운영되는 강원도 양양 멍비치. 사진 펫츠고트래블 제공 |
여행할 땐 평소보다 외부 활동이 잦아지므로 기생충 감염, 진드기 물림 등을 주의해야 한다. 박정윤 수의사는 풀숲을 지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드기 매개 질환인 바베시아증의 경우 급격한 빈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위험하다. 모기에 의해 감염될 수 있는 심장사상충 예방 또한 필수다. 박 수의사는 여행 계획을 세움과 동시에 기생충, 벼룩, 진드기 등을 예방하는 약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
물리적으로 벌레에 물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해충 방지 스프레이도 챙기자. 빅 수의사는 “구충제를 먹였다고 해도 진드기 등에 물리지 않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한 독성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충 방지 스프레이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반려견의 몸에 직접 뿌리지 않도록 하는 것. 개는 사람보다 1만배쯤 후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향취가 있는 스프레이의 경우 자극이 될 수 있다. 계피를 에탄올에 넣고 물에 1 대 1로 희석해 직접 해충 방지제를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여름철 여행에서는 열사병도 조심해야 한다. 밀폐된 차나 텐트에 반려견을 혼자 두지 않아야 한다. 햇볕이 뜨거울 때 외부 활동을 한다면 수시로 찬 물수건을 스카프처럼 목에 둘러주면 좋다.
반려견 동반 숙소, 캠핑장 등 다른 개가 있는 곳에 갈 때는 그 개들과 충돌로 인한 교상을 조심해야 한다. 박 수의사는 “다른 개의 성향을 파악하기 전에는 절대 접촉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숙소에 체크인할 때 함께 투숙한 견종을 파악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견과 중∙소형견 공간을 구분해놓은 곳을 찾을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개에게도 물놀이 안전은 중요하다. 박 수의사는 “개라면 다 물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편견이다. 성향에 따라 다르고 특히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이나 나이가 많은 반려견의 경우 물놀이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물이 있다. 박 수의사는 “무조건 챙겨야 할 것은 매너! 사람과 개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등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디로 갈까
반려견 침대 등 동물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 사진 펫츠고트래블 제공 |
이태규 펫츠고트레블 대표는 반려견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우선 꼽았다. 이달 10일 홍천 비발디파크 내에 문을 여는 반려견 복합 리조트 소노펫클럽앤리조트는 총 157개 객실을 반려견 전용 객실로 리모델링했다. 2314㎡(700평)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도 조성했다고 한다. 강릉 강문해변 인근의 세인트존스 호텔은 반려견 ‘호캉스’로 유명하다. 일반 투숙객과 반려견 동반 고객의 동선을 최대한 분리한다. 호텔 로비에 반려견 물그릇을 비치하는 등 반려 가족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반려견 이동 가방, ‘개모차’(반려견 유모차) 휴대 시 호텔 내 식당 이용도 가능하다. 사전 예약을 하면 반려견용 편백 욕조도 대여할 수 있다. 라마다호텔 평창도 올 6월부터 펫 객실 37개를 열었다. 인근에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순수양떼목장이 있어 호캉스와 함께 목장 여행도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평창 육백마지기도 추천했다. 하얀 데이지가 무성한 평창 청옥산의 육백마지기는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해발 1200m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 또한 반려견과 여행에서 무더위를 날리기에 좋다. 반려견 동반 출입이 불가한 곳으로 알려진 남이섬은 최근 15kg 미만 반려견 입장을 허용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 야외 테라스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나들이 중인 반려 가족. 사진 펫시민 제공 |
오수진 펫시민 대표도 여행 중 반려견과 함께 들를 수 있는 공간을 추천했다. 남이섬처럼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던 아침고요수목원 또한 7월 말까지 반려견 출입을 시범적으로 허용한다. 목줄 또는 이동 가방을 지참하면 10kg 미만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한 사람당 한 마리까지만 동반할 수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을 방문한다면 식사는 귀곡산장을 추천한다. 그저 방문을 허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이곳은 이동 가방을 챙기면 소형견과 대형견 모두 실내 동반할 수 있다. 많은 반려인들이 ‘인생 닭볶음탕 맛집’으로 꼽는 식당이다.
서퍼의 성지 양양으로 여행지를 정한다면 쏠티캐빈을 들러보자. 해안 주변으로 반려견 출입이 자유로운 카페와 식당이 많은 편이다. 죽도해변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이 카페는 소형견의 경우 목줄을 착용하면 루프탑과 실내 전체에 함께 입장할 수 있고, 대형견은 1층을 제외한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다. 반려견 전용 해변인 양양 멍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긴 뒤 허기를 채우기에도 좋다.
조용히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다음 두 곳을 추천한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있는 안동집은 예약 전화만 하면 별채에서 반려동물과 단독 식사가 가능하다. 소형견에 한해 실내 동반이 가능하다. 강릉의 르꼬따쥬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한 가족만을 위한 한옥 피크닉 공간이다. 소형견, 대형견 구분 없이 한옥으로 지어진 실내와 야외 정원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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