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미만의 예산으로 지은 주말 주택, 충주 최소한의 집
충주 최소한의 집
봄이면 복사꽃이 넘실거리는 고향집을 옆에 두고 지친 일상을 달래기 위해 지은 나를 위한 작은 선물. 군더더기를 덜고 열 달 걸려 만난 1억원 미만의 담백하고 알찬 집이다.
주택의 후면은 골목길에 접하면서 한편으론 남향이었다. 때문에 외부로의 노출은 줄이면서 채광을 위한 창 선택과 배치가 중요했다. |
필요한 것을 꼭 채워 담아
직접 지은 집
오래된 농촌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충주의 한 조용한 마을. 낮은 지붕의 농가 사이로 수줍게 하얀 박공지붕이 솟아있다. 크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내는 건축주 강미애 씨의 주말주택이다.
충주 시내에서 업무를 보는 미애 씨는 퇴근 후나 주말에 종종 반려견과 함께 마당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처음에는 그간 조금씩 저축한 자금으로 조촐하게 더 작은 농막 정도를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고민과 그녀의 의욕이 ‘오두막’을 지금의 집으로 키워냈다.
주택의 서측면. 손수 만든 작은 화단이 하얀 바탕의 주택 벽에 녹아든다. |
하얀 지붕이고 수시로 관리하기 어려운 주택 특성상 오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박공 지붕의 경사각을 통상적인 지붕보다 높게 줬다. |
SECTION
초보 건축주가 직영공사로 도전한 집짓기이기에 그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자재 수급이며 시공자 섭외의 어려움, 코로나, 태풍을 겪으며 공사 기간만 10개월 넘게 걸렸다. 준공서류를 넣기 전까지 미애 씨는 매일 가슴을 졸였다고.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 주말마다 누리는 마당, 캠핑장, 공간이 생겼으니까. 몇 주 전, 아버지와 함께 뒷마당 판석도 깔았다는 그녀의 웃음 섞인 고생담에서 이 집에 쌓아온 노고 하나하나가 이제는 추억이 되어 집이 주는 여유로운 일상의 자양분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집은 건축면적 여덟 평 정도로 크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운 규모다. 하지만, 단정한 형태와 높은 지붕선, 벽부터 지붕까지 맞춘 하얀 컬러, 넉넉한 잔디 마당 덕분에 작고 왜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집은 아래로 펼쳐진 복숭아 과수원과 멀리 너른 산세가 내다보이는 북향으로 앉혀졌다. 이 풍광을 담기 위해 전면에는 폴딩도어가 설치되었고, 그녀와 가족들, 그리고 반려견들은 마당과 실내를 자유로이 오가며 집을 즐긴다.
욕실과 화장실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으로 시선이 열리고 층고도 5.5m로 높아 작은 집임에도 상당한 공간감을 누린다. |
넓고 밝은 자작나무 합판 마감과 천창의 존재 덕분에 실내는 늘 밝다. 곳곳에 수납 공간을 마련해 별도 가구나 창고 없이도 넉넉히 수납한다. |
PLAN
안으로 들어서면 넓고 높은 실내 공간을 마주한다. 8평 면적 안에서 화장실과 욕실, 2층 침실을 제외하고 공간을 덜어내 만든 거실은 수십 평 전원주택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볼륨감을 자랑한다. 매일 상주하지 않는 작은 집이기에 필요한 기능과 덜어낼 기능을 선택과 집중한 결과다. 한편, 집이 북향이기에 채광을 확보해야 하면서, 북쪽에 도로를 면하고 있어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려도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붕에 천창을 두고 남측으로 최소한의 창을 열어 집안은 늘 밝다.
침실로 쓰는 2층. 서향으로 난 창으로 보는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고. |
욕실과 세면대, 화장실은 서로 각각 분리해 여유로움과 쾌적함을 함께 잡았다. |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북도 충주시
대지면적 : 350㎡(105.87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1명
건축면적 : 26.4㎡(7.98평)
연면적 : 38.4㎡(11.61평)
건폐율 : 7.54%
용적률 : 10.97%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5.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일반목구조
단열재 : 에코베트, 존스멘빌 인슐레이션, 비드법2종2호
외부마감재 : 타일
내부마감재 : 자작나무 합판
계단재·난간 : 목재
현관문 : 두현 폴딩도어
붙박이장 : 자작나무 합판 현장제작
창호재 : 대동창호 28T 로이복층유리, 남선알미늄 24T 로이복층유리
에너지원 : 기름 보일러
조경·담장재 : 건축주 직영
전기·기계·설비 : 하늘천
구조설계(내진) : 장은엔지니어링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건축사사무소 고은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최소한의 집. |
집은 작지만 폴딩도어를 열면 공간 활용도는 배가 된다. |
TECH & PROCESS
1. 이전에 구옥이 있었던 대지는 북쪽으로 시야가 트여있고 , 남쪽으로 도로에 접해있었다 . 주택도 북향을 메인으로 앉혀졌다 .
2. 새집은 마을의 기존 질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낡은 주택들 사이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희망을 담아 디자인을 잡았다 .
3. 작은 집이어도 단열재는 규정에 맞춰 꼼꼼히 취부하고 보일러실 내벽에도 단열재를 넣어 좁은 공간이기에 크게 느껴질 수 있는 소음을 최소화했다 .
4. 상주하지 않는 집이기에 열교로 인한 열손실은 예기치 못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 처마와 개구부 주변의 열교도 꼼꼼하게 체크했다 .
5. 북향인 집의 부족한 채광을 위해 천창을 설치했다 . 천창은 상대적으로 방수에 취약할 수 있어 설치 레벨부터 이음새 방수까지 살펴야 했다 .
6. 실내 마감재로 사용한 자작나무 합판의 테두리는 손으로 만져도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를 모두 갈아서 붙였다 .
COST & TIP
ARCHITECT’S TIP I
최대한 손이 덜 가는 집을 계획해야 한다. 물론 일부러 손이 많이 가는 집을 지을 필요는 없지만, 주말 주택용이라면 매일 상황을 살펴보고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디자인 선호보다는 관리 소요에 무게중심을 두고 구조와 소재를 고르는 것이 좋다.
ARCHITECT’S TIP II
현장 제안은 건축가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직영시공을 할 때는 시공 편의와 시공비 절감을 이유로 현장의 수많은 제안과 변경 요구를 접하게 된다. 현장의 이런 요청은 건축가와 상의 후에 결정하는 것이 건축주의 건축 목표에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OWNER’S TIP
계획은 명확하게, 자금은 넉넉하게 준비하면 좋겠다. 집짓기는 대게 처음보다 욕심이 커져 처음 준비한 자금이나 시공자의 역량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처음부터 넉넉하게 계획하고, 농촌주택개량사업 등 활용할 수 있는 제도 금융 상품도 준비하면 좋다.
건축가 최고은, 엄태산 : 건축사사무소 고은<건축사사무소 고은>은 단단하고 자부심 있는 지역 건축가로 성장하기 위해, 건축의 시작과 끝 전과정에 깊이 관여하고자 한다. 2022 충청북도 신진건축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건축은 막연한 설렘과 두려움을 다듬어 가는 시간’으로 생각하며 집을 그리고, 짓고, 사는 건축주의 모든 순간이 즐거운 여정이 되길 고대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goeun_archi
기획 신기영 | 사진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6월호 / Vol.304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