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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자연 사이에서 만난 독특한 삼각 돌집

지산 돌집

도심 속 삼각형 땅에 지어진 돌집. 느슨함과 유연함으로 어느새 도시에 녹아든다.

외벽에 맞닿아 공지로 내어준 2m 폭의 보행 구간은 콘크리트 폴리싱으로 마감하여 보행자들이 별도의 담장이 없음에도 집의 경계를 인식할 수 있게 하였다.

지산 돌집의 부지는 무등산 국립공원과 광주 도심의 경계면에 위치한다. 부지는 자연과 도시를 이어주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접근도로로 하며, 높다란 은행나무 가로수와 오래된 주택들, 그리고 상업건축물이 혼재된 가로경관에 속해 있다. 도로가 정비되는 과정에서 땅 일부가 도로로 편입되어 면적이 축소된 삼각형 형태를 띠게 되었고, 동 측면에 접한 이면도로의 확폭 기준에 의한 대지면적 제외, 시가지 경관지구에 의한 전면도로변 2m 후퇴로 인하여 설계 가용면적이 62.73㎡로 대폭 축소되었다. 삼각형 부지의 세 개 면 중 2개의 면은 도로에 접하였고, 남향을 바라보는 면은 인접한 건축물로 가려진 상황이었다.

외벽은 단단한 자연석을 쌓아 올려 거주자에게는 안정감을, 가로경관의 일부로서는 자연의 도입부를 상징케 하는 의도를 연출했다.

PLAN

HOUSE PLAN


대지위치 ≫ 광주광역시 동구

대지면적 ≫ 102.70㎡(31.06평)

건물규모 ≫ 지상 4층 │ 거주인원 ≫ 3명(부부, 자녀)

건축면적 ≫ 51.14㎡(15.46평) │ 연면적 ≫ 156.41㎡(47.31평)

건폐율 ≫ 49.79% │ 용적률 ≫ 152.29%

주차대수 ≫ 1대(필로티 자주식 주차장) │ 최고높이 ≫ 14.00m

구조 ≫ 기초 –지내력 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100mm, 층간 차음재 30mm

외부마감재 ≫ 파주석 자연석 쌓기, 스터코 외단열 미장마감 시스템, 삼중 로이유리

창호재 ≫ 이건창호 AL 시스템창호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 ≫ 조경상회 │ 조경석 ≫ 파주석  

전기·기계·설비 ≫ 새터이엔지

구조설계(내진) ≫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 디엠산업개발주식회사

감리 ≫ 조하니

설계 ≫ ㈜건축사사무소 플랜

거친 마감의 통석 디딤돌과 콘크리트 원형 세면대, 낮은 조도의 팬던트 조명이 연출하는 전실 분위기는 좀 더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으로의 전환을 암시한다.


작은 방과 계단 사이에는 유리로 된 문을 두어 느슨하게 경계를 지었다.


식당은 콤팩트한 규모지만, 유리 가벽을 열면 정원과 연결되어 공간감은 배가 된다.

젊은 건축주 부부에게 있어 부지의 협소함과 부정형 형태라는 악조건은 외려 접근 가능한 수준의 토지가격을 형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무등산 자락에 인접한 입지적 특성은 건축물과 주변 경관이 자연경관과의 관계성을 모색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부는 이 집에서 일상을 공유하되 각자의 일과 취미를 구현할 수 있도록 몇몇 부가 기능을 요구했다. 동시에 주변과 밀접하여 외부의 완충지대를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거주공간의 안정감이 지켜질 수 있도록 더욱 공고한 집의 경계성을 원했다.

집은 크게 음식을 매개로 주변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1층 다이닝-키친 공간, 완연한 주거의 기능을 구현하는 2~4층 공간, 주변의 자연환경과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옥상 공간으로 3개의 층위를 지니게 되었다.

계단과 거실의 경계에서 일부 솔리드하게 처리된 난간벽은 본격적인 주거공간으로 들어서기 전에 맞은편 정원으로 시선을 유도하여 생활공간의 안락함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였다.

DIAGRAM


평면설계에서는 소음이 빈번한 북, 서측 도로와 폐쇄된 남측에 접하는 벽은 개구부의 설치를 최소화하고 유일하게 개방된 동측 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채광과 환기를 충족시키고자 하였다. 내부는 스킵 플로어를 활용한 높이 변화로 거실의 개방감을 확보하고 동선 측면에서 층간 이동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였다. 별도 실로 구획하지 않은 계단 동선은 층별 기능 공간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경로를 설정하여 공간 활용과 동선 효율을 높였다.


1층에서 내부로 들어서는 출입문은 주차장을 거쳐 주거공간으로 접근하는 현관과 다이닝 키친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현관, 둘을 따로 두었다. 전실을 지나 계단을 통해 2층에 도달할 때나타나는 거실 영역은 계단과 반자를 공유해 넓은 개방감으로 집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안방이나 화장실 정도를 제외한 여타 공간들은가능한 한 느슨하게 구획했다. 아이방과 계단, 복도와 세면 세탁공간, 취미실과 계단, 거실과 정원의 경계면은 투명한 유리 개구부를 두거나 아예 구획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추후 공간의 사용 목적과 행태에 따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함이다.

넉넉한 하부 수납장으로 실내 공간의 육중함을 덜어내고 기능을 확보한 취미실.


안방의 틈새에는 서재를 겸하는 공간이 함께 자리했다.

아이방으로 쓰이는 작은 방에는 벽면을 따라 긴 테이블을 제작 설치했다.

공간이 협소하기에 계단을 중심으로 공간 분할과 병합이 중요한 전제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계단은 1~2층, 2~3층, 3층 이상의 구간으로 나누어 위치별로 기능과 형태, 진행 방향이 변화하도록 디자인하였다. 전이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1층 전실에서는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진 계단 구조물의 양감을 그대로 드러내도록 투명한 유리 난간을 설치하였다. 2, 3층 구간에서 하부수납공간, 제작 소파, 화장실 경계벽의 기능을 겸하는 복잡한 기능성과 형식의 육중함을 덜어내고자 상부 슬라브에서 이격시켜 긴장감 있는 맞물림을 만들어내도록 하였다. 3층 이상의 층에서는 열린 벽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리듬감 있는 현(絃)의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이처럼 이 집의 계단은 맞물린 공간들의 특성에 맞게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애초 의도된 유연한 개입을 구현하고 있다.

(위, 아래) 옥상 캐노피 공간은 자연과 직접 접촉하며 풍부한 감각을 만족시키고, 주변 풍경을 누리게 한다.

지산 돌집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외벽의 주 마감은 원재료의 가공을 최소화한 부정형의 파주석을 정성스레 쌓아 올려 만들어졌다.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이 도심과 자연의 경계에 선 이 집을 이정표로 인식하기를 바랐다. 외벽에 설치된 각기 다른 크기와 위치의 개구부들은 의도적으로 무질서하게 배치하여 단단하고 거친 석재 장벽에서 오는 중량감을 상쇄시키고자 하였다. 상부로 갈수록 표면적이 넓어지는 창호와 옥상의 캐노피 구조는 원경의 무등산과 시각적 관계 맺기가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관계 맺음은 옥상 공간에 올라서는 순간 또 다른 풍부한 감각을 경험케 한다. 산바람 속에서 차향을 음미하고 틈틈이 가꾼 정원을 살피고 비 오는 날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경험들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부정형 대지와 주택의 모습.

SECTION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노출콘크리트, 강화제 / 바닥 - 마이크로시멘트 / 천장 –MLH 합판 + 컬러 스테인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HSTB

주방 가구 ≫ 자체제작

계단재·난간 ≫ 마이크로시멘트 + 환봉난간

방문 ≫ MDF 합판 + 우레탄 페인트

붙박이장 ≫ MLH 합판 + 컬러 스테인

상부는 밝은색의 외단열 마감으로 처리하였는데, 이는 다소 양감이 큰 상부 매스로 인하여 가로경관의 분위기가 짓눌리는 것을 방지하고 존재감이 강한 하부물성의 특징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자 함이었다.

저녁 즈음 옥상 케노피에 따뜻한 조명이 들어와 공간을 밝힐 때, 삭막한 가로를 거니는 사람들도 문득 저마다의 저녁 풍경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동네의 모습을 그려본다.

글 : 임태형


건축가 임태형 _ ㈜건축사사무소 플랜

보편의 영역에서 누구에게나 폭넓게 소비될 수 있는 양질의 건축문화 제공에 기여 하는 것을 건축가의 중요한 과업으로 삼고 있다.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와 전라남도 경관위원회 위원, 광주광역시 및 전라남도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2013년 플랜을 개소한 이래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완성하였으며,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우수상, 2022년 광주광역시 건축상 최우수상 외 여러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062-676-2267 | www.planarchitects.co.kr


취재_ 신기영  |  사진_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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