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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대는 지붕으로 이어진 '제천 리모델링 주택'

산의 능선을 닮은 지붕을 가진 제천 고라미집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과 집을 지키고 싶어 옛집을 고쳐 지었다. 산의 능선을 닮은 지붕과 활짝 열린 마당, 두 채의 생활 공간으로 이뤄진 리모델링 주택을 만나보았다.
양반가 권씨 집안이 대대로 삶을 꾸려왔던 땅. 그 땅 위에 지어져 50여 년의 세월을 지낸 주택을 새롭게 고쳤다. 현재는 ‘고척’이라 불리는 충북 제천의 한 마을. 옛 지명은 고라미(고래미) 마을이다. 마을의 옛 지명을 따서 ‘고라미집’이라 이름 붙인 집을 만나 보았다.

개성있으면서도 마을과 잘 어우러지는 담백한 모습의 주택.

산의 능선을 닮아 다채로운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지붕.

동쪽으로 활짝 열린 마당. 처마가 깊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북도 제천시
대지면적 ≫ 461㎡(139.45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15.41㎡(34.91평) │ 연면적 ≫ 105.43㎡(31.89평)
건폐율 ≫ 25.03% │ 용적률 ≫ 22.87%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6.2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독립기초 / 지상 – 경량철골조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00㎜
외부마감재 ≫ 벽 - 기존 목구조 위 오일스테인, 기존 벽체 위 스터코 / 지붕 - 천연 슬레이트
창호재 ≫ 이건창호 알루미늄 이중창호 │  담장재 ≫ 게비온
에너지원 ≫ LPG │ 공사기간 ≫ 8개월
전기통신 ≫ 이플랜이앤지 │ 기계 ≫ 진경
구조설계 ≫ 인터이앤씨
시공 ≫ 인디자인플러스 김종인
설계·감리 ≫ 드로잉웍스 김영배, 배수은 02-6954-2882 https://tdws.kr

SECTION

권희근, 송민희 건축주 부부는 기존엔 성남 분당의 아파트에 살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도심 생활에 익숙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남편 권희근 씨가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며 2,500평이 넘는 땅에 콩과 오미자를 경작하고자 5년여 전 제천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아내 송민희 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여전히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주말이면 고라미집에 내려와 시간을 보내며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있다. 건축주 부부는 이왕이면 그냥 시골집이 아닌 ‘예쁜’ 시골집에 살고 싶었다. 노후한 시골집에 멋진 감성을 담아 고쳐줄 건축사사무소를 찾는 일은 미대 출신 딸에게 맡겼다. 그렇게 드로잉웍스의 김영배 소장과 인연이 닿았다.

본채와 행랑채는 마당과 처마, 지붕을 통해 연결된다.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만큼의 가전과 가구를 둔 내부. 화이트 톤으로 마감한 벽면과 서까래의 나무 색이 조화롭다.

기존 집은 긴 세월을 보낸 오래된 농가인지라 유독 질서가 없을 정도로 구조가 어수선했다. 지붕 구조틀 아래 평천장은 시멘트와 흙벽, 두 겹으로 시공돼 기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외부의 흙벽 역시 기울어 있어 구조용 파이프로 고정해가며 철거했지만,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양식을 따르는 일반적인 한옥은 아니었고, 소나무를 얼기설기 쌓아 만든 집이었다. 목재가 삐뚤빼뚤하고 흙벽도 여기저기 배가 불러 있었지만, 편안하면서도 독보적인 분위기를 풍겨 그냥 허물기에는 아까운 집이었다.

마당은 빛과 바람이 비켜 지나가는 자연스럽고 토속적인 매력이 있었고, 집은 자연의 선형을 닮아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공간 특유의 분위기, 처마와 마당의 온화한 느낌이 옛 추억을 돋게 했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건축주 권희근 씨도 손주들과 함께 자주 찾을 정도로 옛집에 애정을 품고 있었다. 건축주 부부가 생활하기에도, 자녀들이 머물다 가기에도 신축하는 게 유리했지만, 옛집의 풍경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결정했다. 건축주의 말을 빌리자면 “다 쓰러져가는 집이었는데도 김 소장님이 옛집 특유의 분위기에 감탄해줘 고마웠다”고.

크기가 큰 창을 여러개 만들어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도록 했다. 창은 출입문의 역할도 겸한다.


본채에는 코너에 위치한 거실과 주방을 사이에 두고 2개의 방이 양끝에 위치해 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삼화페인트 수성페인트 / 바닥 - 동화자연마루 강마루
주방가구·붙박이장 ≫ 민우 인더스트리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조명 ≫ 을지로 동도라이팅 │ 방문 ≫ 영림몰딩도어

PLAN

옛집에서의 추억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건축주와 무조건 허물고 새로 짓기보다는 생활의 편리함은 보장하되 옛집만의 감성은 살리고자 하는 건축가가 제대로 만났다.

김 소장은 무엇을 비우고 드러낼지, 무엇을 남기고 덧씌울지 고민했다. 옛집은 각각 형태도 다르고 역할도 다른 ㄱ자 본채와 ㅡ자 행랑채가 ㄷ자 형태로 마당을 에워싸는 형태로 배치돼 있었다. 이를 그대로 살리되 실 구성에는 변화를 주었다. 기존에 방 3개가 있던 본채는 방 1개를 거실로 탈바꿈했고 채광을 위해 창을 내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본채 거실과 주방은 ㄱ자 공간의 연결부에 조성했고 양 끝단에 방을 2개 조성했다. 방의 벽면은 천장까지 올리고 페인트로 마감했다. 이로써 거실과 주방은 하얀 벽면을 양쪽에 두고 높은 천장고를 갖게 되었다.

행랑채는 도로로부터 시선을 차단하는 담장의 기능과 동시에 주택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기존 창고로 사용하던 행랑채는 방 1개와 욕실 1개만을 구성하면 되었기에 매력적인 질감과 흔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행랑채는 길에서 마주하는 주택의 첫인상으로 자리했으며, 게스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행랑채는 도로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주택을 적당히 보호하는 담장의 역할도 겸한다.

마당은 동쪽을 향해 시야가 시원하게 개방돼 바람이 드나드는 길이 되었다. 50년이 넘은 서까래와 행랑채의 창고 문은 세월의 멋으로써 그대로 살렸고, 마당에 있던 기존 구들장도 조경석으로 활용했다. 원래 있던 서까래도 남겨둔 채 그 위를 합판으로 겹겹이 덮어서 시공했다. 부정형의 나무와 유사하게 얹혀 기존 모습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양에 따라 새로운 색과 모양을 드러내는 지붕의 능선. 주택은 주변 자연 경관에 또 하나의 풍경으로 녹아든다.

넘실대는 형상의 지붕은 금속틀을 기존 목구조를 피해서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지붕의 외부 마감재로는 천연슬레이트를 시공해 치밀한 설계 계획 의도를 넘어 패턴을 결정해나가며 만들었다. 이렇게 어긋나게 자리한 두 채를 지붕이 하나로 이어 준다. 뒷산의 능선을 닮아 여러 경사를 가진 지붕은 묵직하게 집 위에 눌러앉은 모양새다.

길에서 보이는 집의 모습, 입구에서 마당으로, 마당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장면과 마당이 외부로 열리는 풍경이 눈길을 끈다. 구법과 양식, 재료 측면에서 옛 방식과 현대적 방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드러내고 덧씌우며 오랜 시간 쌓아온 고라미집과 땅의 잠재력은 과거로부터 현재, 나아가 미래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취재_ 오수현 | 사진_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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