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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이 가득한 아늑한 단층 전원주택

[4집4색 리모델링 특집 1편] 단층주택 / 인제 어은재

가족을 지켜온 할머니의 물고기 같은 손등이 있던 집. 그 오랜 흔적과 기억이 자유롭게 헤엄치도록 이곳에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든든한 물결을 더했다.

강원도 인제의 고즈넉하고 깊은 숲속. 그곳에는 30여 년 전 지어져 건축주 할머니의 일상과 삶을 10년 넘게 담아낸 집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그 모습일 것 같던 집도 흐르는 세월을 피할 도리가 없이 알게 모르게 서서히 낡아가고 있었다.

BEFORE

가족들 사이에서 이 공간의 활용과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그는 그곳에서 삶을 일궜던 할머니의 손등을 떠올렸다.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의 논의 이전부터, 패션 마케팅 업무를 해온 그는 집에 대한 ‘브랜딩’에 대한 필요부터 느꼈다. 건축주는 먼저 할머니와 집에서 이미지를 떠올렸다. 오랜 풍파를 거치며 가족들을 건사해왔을 할머니의 손은 따뜻했지만 늘 거칠었다. 거기에서 그와 해담건축의 안태만 대표는 물고기의 비늘을 떠올렸다. 여기에 집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보다는 할머니의 흔적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찬바람이 더 강했던 초봄에 첫 망치질을 시작한 후 약 3개월. 건축주와 가족들은, 멈춰 있지만(不動産) 자유롭게 헤엄치는 듯한 집을 만났다. ‘물고기가 숨어 있는 집’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은 ‘어은재(魚隱齋)’의 첫날이었다.

둥근 처마에서 느껴지는 ‘어은재’의 의미.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듯하다.

넓게 잡은 데크와 곡선의 처마 선은 손주들의 재미난 놀이 공간이 되어주기도 한다고.

공사에 들어가기 전 안태만 대표가 점검한 주택은 30년이라는 오랜 연식만큼 지붕부터 주방, 욕실, 거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리모델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주택의 컨디션과 리모델링이라는 한계 안에서 건축주와 안 대표는 빛과 뷰, 환기에 집중을 했다. 어둡고 환기가 원활하지 못해 늘 꿉꿉했던 주방은 창을 키우고 가구를 가볍게 채워 채광이 풍부하고 환기가 원활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욕실은 화장실과 욕실 두 공간으로 나누고, 그 위로 천장을 열어 천창을 만들었다.

SECTION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거실이다. 10가지 이상의 안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고민한 끝에 안 대표는 둥근 원통을 반으로 자른 듯한 궁륭천장(볼트)으로 거실 천장과 그 앞 처마까지 연장했다. 덕분에 웅장한 구조와 담대한 뷰, 콘셉트에 맞는 외관을 구현했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구조용 각관과 공학목재를 적소에 활용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거실에서 현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 마감은 무절 편백 루버를 적용해 공간을 쓸 어른들과 가족들 모두의 건강을 고려했다. 곡면이 벽과 만나는 부분에는 은은함을 줄 긴 띠 모양의 간접조명을 뒀다.

거실에서 보는 바깥. 긴 처마는 일사량을 조절해 냉방부하를 낮추면서도 뷰를 만드는 멋진 프레임이 되어주기도 한다.

거실과 주방 사이, 아치 안에 또 하나의 아치를 넣어 공간 구분과 함께 복잡한 선을 정리해줬다.

PLAN

DEVELOPMENT


지금의 어은재가 나오기까지 거친 수많은 시안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인제군
대지면적 ≫ 393㎡(118.88평)
건물규모 ≫ 지상1층 거주인원 ≫ 2명
건축면적 ≫ 99㎡(29.94평) ┃ 연면적 ≫ 99㎡(29.94평)
건폐율 ≫ 25.19% ┃ 용적률 ≫ 25.19% ┃ 최고높이 ≫ 4.6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경골목구조 2×6 구조목(J-grade) + 2×12 구조목(J-grade) + 조적조 + 경량철골조
단열재 ≫ 기초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300mm / 외벽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내외부 200mm / 지붕 –그라스울 R37
외부마감재 ≫ 외벽 – 무늬목 합판 + 요트바니시 / 지붕 - 진회색 아스팔트싱글
창호재 ≫ 공간 시스템창호 AL시스템 단열창호 + 커튼월 반사유리 + 블루·브라운 반사유리 오길택
에너지원 ≫ 전기축열보일러
구조설계(내진) ≫ 정성욱 에스큐브구조
전기·기계 ≫ ㈜선인기술단
시공 ≫ 직영공사(안태만, 류병화)
설계 ≫ ㈜해담건축 건축사사무소 안태만, 송정한, 이정현, 남윤수 010-9048-7510 https://blog.naver.com/archiwar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신한벽지+거실 무절히노끼루바 / 바닥 –LX지인 지아마루 리얼 헤링본
욕실·주방 타일 ≫ 75×200 자기질 타일
수전·욕실기기 ≫ 대림 미들타워 양변기, 대림수전
주방 가구 ≫ 미라클퍼니쳐 박병순 ┃ 조명 ≫ 필립스 LED T5
현관문 ≫ 공간시스템창호 시스템도어
중문 ≫ 이노핸즈 여닫이문 ┃ 방문 ≫ 이노핸즈 브론즈 프레임 + 사틴유리

주방에서 바라보는 식당과 거실. 거실과 식당을 구분하는 개구부도 아치형으로 만들어 전반적인 디자인 콘셉트와 일치감을 형성한다.

현관에서는 새로 형성된 전실을 지나 거실로, 그 너머로 안방에까지 이르게 된다. 거실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욕실을 둘로 분리해 생긴 중간의 공간에는 세면대를 두고, 그 위로 천창을 뚫었다. 덕분에 깊숙한 안쪽에서도 자연광을 취할 수 있었다.

한편, 어은재를 두고 건축주와 안 대표는 예비건축주를 위한 조언으로 리모델링의 비용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신축보다 절약할 수 있는 부분들은 있지만, 드라마틱하게 절감하기는 어렵다는 것. 안 대표는 “어은재도 신축보다 약 20~30% 절감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며 “특별한 스토리와 법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면 신축이 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가족이 가진 스토리와 그것을 묶어내는 브랜딩, 그리고 건축적인 언어로 구현해내는 건축가. 둘의 협업이 물과 물고기처럼 만나 리모델링의 어려움을 덜어내고 어은재를 만나게 한 것이 아닐까.

AXONOMETRIC

PROCESS POINT


왼쪽 위부터 1,2/3,4/5,6

외관은 기존의 벽돌 위로 무늬목 합판과 요트 바니쉬를 적용했다. 현관의 캐노피도 크게 넓혀 출입에 편의를 더했다.

곡선의 처마와 그 옆으로 지나는 굽은 시골길이 묘한 조화감을 불러일으킨다.

취재_ 신기영 | 사진_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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