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vs 인텔 CPU 전쟁! 아무리 급해도 노트북 지금 사면 끝물?
어느덧 지원이 종료된 윈도7.
낡은 PC를 켜면 계속 쓰면 위험하다는 협박성 경고문이 전체 화면을 뒤덮는다. 위험하긴 위험한 일이다. 윈도10으로 손수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윈도7 시절부터 쓰던 컴퓨터라면 아마도 SSD와 메모리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할 터인데 어지간한 컴퓨터 애호가가 아니라면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쉬워 보여도 자료 옮기기에 드라이버 개비까지 이래저래 난도가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새로 사야 할 터인데 지금 시기가 영 애매하다.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CES 2020이 끝이 난 지금. 올해는 노트북 시장에 큰 변화가 벌어지는 한 해임을 알게 되어 버렸다.
AMD의 대공세가 데스크톱 및 서버 시장에서 가시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노트북 쪽에서 AMD의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위협은 작년 하반기부터 AMD 탑재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벽두부터 이에 대한 인텔의 반격이 아주 그럴듯한 형세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블루팀, 레드팀(정말 팬들은 이렇게 부른다)의 격전은 간만에 볼거리 가득이다.
우선 금번 CES에서는 AMD의 라이젠 4000 노트북 칩들이 발표되었다. 작년부터 AMD는 노트북 업체와의 관계가 깊어지며 그 채택률을 늘려왔는데, 결정타가 될 듯하다.
지금까지 AMD는 코어 수는 인텔보다 많지만, 단일 프로세스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높지 않다는 인식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작년부터 전향적 채택이 이어졌었다는 점은 올해의 3세대 라이젠, 즉 이번 4000 시리즈가 진짜배기임을 모두가 미리 알고 있어서다. 작년은 이를 위한 사전조율의 한 해를 보냈던 것이라 봐도 좋다.
그렇다면 인텔은 하이엔드 CPU에서 겪었던 공포가 떠올라 모골이 송연해졌었을 것이다. AMD의 신제품 공세에 대해 가격을 반타작하는 것 이외에는 쓸 패가 없었던 그 무력감이 되살아나는 듯했을 것이다. 만약 모바일에서도 리더십을 놓친다면, CPU하면 인텔이라는 ‘마인드쉐어'를 잃고 만다. IT 업계에서는 이처럼 사람들 마음의 점유율, 즉 마인드쉐어가 마켓쉐어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높은 마진의 영업이익을 지키는 방패라서다. 이를 잃는 일은 인텔로서는 가장 두려운 일이다.
절치부심한 인텔은 현직의 아이스레이크를 잇는 후속판 타이거레이크를 선보였다. 인텔 스스로 전작 대비 “두 자릿수"의 현저한 성능 향상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자신만만이다. 적절한 시기에 유출된 타이거레이크의 벤치마크 점수를 보면 괄목상대할 수준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텔의 차세대 GPU를 위한 그래픽 아키텍처 XE를 탑재한 제품도 올해 출시된다. 지금까지 그래픽 하면 AMD와 엔비디아였고 CPU의 제왕답게 그 시장을 내버려 뒀었다. 하지만 AI에서 블록체인까지 GPU의 수비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인텔로서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 수년간 진행해 온 이 그래픽 시장 탈환 계획이 드디어 올해부터는 실체로 등장할 예정이다. 내장 GPU와 독립형 GPU는 몰론 인공지능을 위한 서버용까지 XE의 괴력은 올해 차례차례 공개될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인텔 CPU 내의 내장 GPU와 이 인텔 외장 GPU는 서로를 인지해 콤보로 기능할 것이라 한다. 타사의 GPU를 꽂으면 사실상 죽어지내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장 GPU인데 그 상식이 새로 쓰이게 된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PC의 시대로
일각에서는 모던 PC라고 불리듯, 최신 노트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존재가 될 것 같다. OLED 스크린을 채택하고, 모뎀을 내장하는 등 스마트폰 풍의 혁신이 대거 도입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의 혁신성이 다소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그 성과는 PC로 스며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너무 익었다. 살 사람은 다 사서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과연 궁극의 모바일 단말일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거리가 많다. 인류가 언제까지나 그런 소비형 기기에만 만족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국 생산을 하고 싶어 할 것이고, 삶의 어느 시점에는 키보드 같은 생산 도구가 달린 기계를 탐하게 되는 법이다.
그 수요를 낚아채려는 스마트 PC의 모습이 과연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다양한 폼팩터가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폰에서 한 번 화면을 접어보고 괜찮았는지 PC에서도 접어 보는 식이다.
그런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도 2020년은 노트북에 있어서 착실한 변화기가 확실히 될 예정이다. 와이파이6나 썬더볼트4 등의 규격 변화도 있지만, 노트북의 보수적 기준이 되어 버린 맥북도 몇 년 만에 변화가 진행 중이다. 애플이 조니 아이브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여러 현실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 16인치에서의 변화를 보면 13인치급에서도 오래간만에 실용적 변화가 기대된다.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리는 편이 좋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전자제품의 가성비란 시각에 연동하는 함수이기에, 죽기 전날 최신 제품을 사면 싸고 좋은 것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행동이 합리적이지 않은 딜레마다.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리자. 기술적 지각변동이 벌어지면 구형 제품은 헐값에 유통되기 시작한다. 이 이삭줍기 또한 달콤한 일이라서다.
기다릴 수 없을 리 없다. 최신 스마트 PC는 쾌적하겠지만 사실 10년 된 PC도 (8GB 메모리에 SSD만 업그레이드되었다면)사실 여전히 쓸만하다. 반도체의 전체적 수준이 지난 10년 새 높아진 이래 기계가 나빠서 뭘 하기 힘들다는 핑계는 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1년 정도는 더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어째 이 글이 점점 나 자신을 향한 독백이 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