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가자!
[IT강국의 품격] 독일편
IT업계는 전통적으로 자유주의가 강하다. 특히 정부의 허튼짓을 반복적으로 목도하다보면 ‘정부는 제발 좀 빠져 있으라’는 볼멘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인터넷도 GPS도 어쨌거나 정부의 투자와 결단이 만들어낸 것인데도 가끔 잊는다.
정부에는 정부의 역할이 있다. 주주 이익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사기업의 선의에만 모두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과점구조에서는 두말해야 잔소리다.
정부의 할 일을 고민할 때마다 독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다. 최근 IT업계에서는 독일이 높이 든 ‘인더스트리 4.0’의 깃발이 기세가 좋다. 증기가 1차, 전기와 내연이 2차, 컴퓨터와 자동화가 3차, 그리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IoT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까지 요즘 추세를 아우른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어느 정부라도 할 수 있다. 정부가 원래 현수막 만들기는 잘한다. 문제는 내실과 실체다. 똑같은 정부 주도의 메시지이지만, 독일 정부의 메시지는 기업과 따로 놀지 않는다. 보쉬나 지멘스, SAP, BMW와 같은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이들에게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대규모 어젠다의 의장직을 맡기면 적극 수행한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이 원래 하려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낙수효과와 같은 공허한 표현 대신 중소기업이 주인공인 테마를 잡는다. 2, 3차 산업혁명이 대기업의 것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기회임을 강조한다. 진심은 사실이 된다.
독일의 35만 수출기업 중 98%가 중소기업이다.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 불리는 수많은 제조 소기업은 구성원의 장인 정신과 소명 의식과 더불어 강한 독일 경제의 기반이 되고 있다. 민간의 강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그러면서도 산관학이 힘을 합친다.
이 나라라고 관주도에 대한 거부감, 제조업 위기라는 불안함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공업 국가, 기술 입국을 위한 치어리더가 지치지 않고 응원 중이었다. 그 덕에 수백 단위의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모두 나의 일처럼 참가한다. 진심을 담은 열기는 세계로 쉽게 전염된다. 한나라의 정부가 미는 개념이지만 어느새 맥킨지 같은 데가 잘도 받아서 살을 붙여 세계로 퍼 나른다.
쏘우트 리더십(Thought Leadership)은 그렇게 전염되고, 급기야 브랜드가 된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EU가맹국에게 더 디지털로 가야 한다며 채근하고 독일로 찾아온 시진핑에게도 오바마에게도 인더스트리 4.0를 활짝 웃으며 전도한다. 그리고 정말 그들도 넘어간다. 중국은 공동선언을 했고, 미국의 산업인터넷컨소시움(IIC)은 독일과 협업을 하기로 한다. 그 결과는 벌써 나오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아무리 대국이라도 (재)산업화를 국가 성장 동력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나라들에게 독일은 이미 롤모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