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AI와 플랫폼이 일자리를 가져갈 때 만들만한 일자리
상점마다 늘어가는 무인 키오스크, 온갖 주문을 가능하게 하는 각종 스마트폰 앱, 그리고 사람보다는 화면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까지. 빠르게 소비 시장은 바뀌고 있다.
그런데 기술만큼 정작 사람들은 잘 바뀌지 않는다. 대부분 소비자에게 여전히 IT는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어서, 요즈음 같은 세상은 불편하기만 하다. 핸드폰 대리점 직원들이 뭘 잘 모르는 소비자와 함께 겪은 각종 무용담은 상상을 초월해 거의 개그의 경지다. IT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웃음이 나오겠지만, 당사자들은 답답한 노릇이다.
점점 스마트홈이니 IoT니 가전의 스마트화니 의식주 중 특히 주거의 영역이 디지털화되면 누구에게 들고 가서 물어보기도 뭐하니 설령 돈이 있어도 스마트화를 주저하게 될 수 있다. 이래서야 소비 진작이 될 수 없다. 기계는 인테리어의 일부가 되고 있다. 지금도 설치 기사야 있지만 앞으로는 ‘방문상담사’와 ‘컨시어지’가 설치나 배선 등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활의 제안을 해줄 수도 있다.
벽면 전체를 덮는 OLED TV를 전선도 셋탑도 보이지 않게 깔끔히 처리하면 반지하방도 느낌만은 야경이 빛나는 펜트하우스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에 익숙해도 혼자 하기는 힘든 일이다.
이처럼 우리는 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돌봄 서비스는 앞으로의 성장 분야다.
론 존슨이라는 인물이 있다. 애플스토어를 만든 애플의 중역이다.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CEO로 스카웃되어 그 성공 공식을 반복하려 했으나 결국은 대실패하고 주가가 반 토막 나 쫓겨나고 만다. 그 실패담은 MBA의 케이스 스터디에나 등장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창업을 감행한다.
Enjoy라는 방문 서비스 업체인데, Google의 가전제품이나 미국 AT&T, 영국 BT에서 스마트폰을 소비자가 각 회사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때 ‘전문가의 직접 배송 설정(in person delivery with expert setup)’이라는 배송옵션으로 선택하면 이들이 출동한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직원이 물건을 들고 집이든 사무실이든 커피샵이든 어디든 찾아가서 최대 한 시간까지 설정을 도와준다. 마치 애플스토어의 지니어스들이 출장을 가는 식이다. 구매자가 내는 추가 비용은 없다.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나열해서 산 물건들. 그 구매 과정은 금세 잊히니 그냥 조달 절차일 뿐이다. 하지만 상품이 전달되어 그 물건이 우리 세간이 되는 날도 얼마든지 추억이 될 수도 있다. 그 과정이 사람들이 만드는 이벤트가 되면 된다.
고 김주혁이 주연한 홍반장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정확한 영화 제목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으로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영화 제목이었다는데, 어쨌거나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 동네 주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 언제나 나타나는 홍반장이 있다면, 지역사회에서는 빠져서는 안 될 포지션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앞의 Enjoy사의 경우 1,200명의 정직원이 성심껏 서비스하니 일자리 창출도 된다. 소비자에게는 무료인데, 각 유통 단계에서의 부가가치를 늘려 마진을 가져가는 것이 곧 비즈니스다. 커미션은 플랫폼이 낼 수도, 지역사회진흥과 연결된다면 정부가 짊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여 모두 수수료만 먹고 떨어지려 한다면 그것참 팍팍한 사회다. 어쩌면 중개업자가 아니라 정(情)의 ‘구독’ 서비스야말로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아, 그런데 론 존슨을 쫓아낸 이후의 JC페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후로도 주가가 10분의 1 이상 떨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그의 전략은 옳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