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속 옛 연인
[김국현의 만평줌] 제22화
페이스북에서 구남친, 구여친을 서로 보지 않아도 되는 옵션이 시험중이라고 한다. 굳이 헤어진 상대를 친구 삭제나 블록하지 않더라도 뉴스피드 상에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우리 생활이 페이스북에 점점 의존적이 되어 갈수록,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인이 나의 일상과 함께 기록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억과는 달리 기록은 시효가 없다. 특히 디지털의 비트는 닳지 않기에 오래전 추억도 해상도만 낮을 뿐 생생하기만 하다. 이 생생함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데, 특히 상처 입기 쉬운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곤 하는 것이 또한 인생.
지나간 계절을 정리하듯 앨범을 정리하고 삭제하고 때로는 관련된 모든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인류의 상식이었는데,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은 그러지 말라고 한다.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유명한 마지막 장면을 보면 마크는 미련의 아련함을 잘 아는 청춘이었다.
미련도 잘 분석하면 방법이 있다고,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정리할 방법이 있다고 이제 와서 말하는 듯하다. “삶에서 곤란한 시기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그런데 이 제스처, 어떻게 생각하자면 곳곳에서 일어나는 계정 폭파와, 결국은 다시 가입하고 마는 그 사이클의 무의미함에 대한 기술적 해법일 수도 있다. 인터넷의 역사를 보면 이런 종류의 사이클이 집단적으로 증폭될 때, 즉 피로도가 높아질 때 플랫폼의 위기가 오곤 한다.
사랑은 끊을 수 있어도, 페이스북은 끊을 수 없게 만드는구나. 괜히 하루 평균 10억 명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