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스마트폰에는 다리가 있다
[김국현의 만평줌] 제18화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 유난히 금이 많이 가 있다. 손에 늘 쥐고 있는 물건인 만큼, 손에서 놓치는 일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머피의 법칙중에 ‘버터 바른 빵은 반드시 버터 바른 면으로 떨어진다’라는 것이 있다. 농담이라 생각했으나 뜻밖에 과학적이라 한다. 버터를 발라 빵을 올려놓은 접시가 식탁 높이에서 떨어질 때, 회전력 즉 토크는 대개 90에서 270도의 회전 각도를 갖게 하고 이는 곧 버터 바른 면에 해당하게 된다. 각종 변수야 다르겠지만, 화면을 위로 하여 책상 위에 올려 둔 폰이 미끄러질 때의 실험을 직접 해봐도 좋다. 뒤집어진 폰을 집어 들어 액정을 확인할 때의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한편, 이번 아이폰6S 구매를 건너뛸 명분을 찾고 싶은 이들은 차세대 아이폰에 대한 풍문을 벌써 수집 중인데, 베젤을 얇게 하고 3D 터치를 더 일반화시켜 홈버튼을 없애버린다거나, 사파이어 글래스를 전면 유리에 채용한다거나 솔깃한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가장 황당한 주장은 아마도 ‘낙법’이 채용될 것이란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 공개된 특허 출원 “전자제품을 위한 동적 화면 보호”가 그 배경이다.
낙하가 시작되면 화면 네 귀퉁이에서 탄력 있는 다리가 튀어나와 화면을 보호하는 것이다. 가속도 센서와 모터만 있으며 구현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실 애플은 이미 그전부터 “전자제품을 위한 보호 기구”라는 특허에서 ‘동적인’ 낙하 보호 시스템을 꿈꿔왔다.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고양이가 낙하중에 하는 행동이나 달착륙선을 모방하는 듯하다.
- 무게중심을 바꾸기 위해서 진동 모터를 돌리기
- 자유낙하 경로를 바꾸기 위해 배터리 튕겨내기
- 충격 직전에 스프링이나 에어백 같은 기구를 내뿜기
- 낙하 위기시 이어폰이나 충전선 결속하기
-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압축가스 뿜기
믿거나 말거나처럼 보이는 이 아이디어들, 특허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 제품에 도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금이 간 화면의 수만큼 잠재수요는 있는 셈이니 앞으로가 기대되는 분야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전화받고 있는 도중에 기계 이상으로 갑자기 금속 발이 튀어나오면 뺨이 아플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