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굴러다니는 안드로이드, 이제 차에서 새 생명을.
요즘에야 차마다 내비가 기본 탑재되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탐탁스럽지 않아서 결국 스마트폰의 내비앱을 쓰는 일이 많다. 그러면 주머니에서 빼 거치대에 꽂아야 하고 내릴 때는 또 챙겨서 내려야 한다. 이런 일을 방지해 보기 위해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가 있지만 많은 경우 결국 전화를 꺼내 선을 연결해야 하니 번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아예 오래된 폰을 서랍에서 꺼내 차에 늘 거치해 두고 거치형 내비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데이터 함께 쓰기’ 등으로 별도의 데이터 전용 유심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유심을 내비폰에 꽂아 두면 가장 쉽고 확실하다.
그렇지만 어쩌다 운행하는 차에 귀중한 무선 회선을 하나 할애하는 것이 아까울 때도 있다. 또 오래된 폰의 심 슬롯이 고장이 났다거나, 아예 데이터 통신 기능이 없는 태블릿을 활용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블루투스만 쓸 수 있고, 화면만 잘 나온다면 어엿한 커넥티드 카의 두뇌가 될 수 있다. 쓰지 않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내비로 활약시키는 법을 알아보자.
블루투스 테더링 자동화와 앱 자동 실행
목표는 이렇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기만 하면 내비폰이 알아서 켜지고 이어서 인터넷에 연결되며 내비앱까지 실행되어 준비되도록 하기. 이 일련의 과정은 하나하나 자동화할 수 있다.
시동을 걸며 차에 전원이 주입되면 시가잭을 통해(요즈음 차라면 USB전원을 통해) 폰에 충전 전류가 들어간다. 이때 슬립 모드에서 자고 있던 폰의 화면은 깨어난다. 이 순간 인터넷을 연결하고 또 이어서 내비앱을 실행시키는 것.
시동을 건 뒤에는 폰에 손댈 필요도 없다. 또 요즈음 내비앱은 음성인식도 가능하므로 더듬더듬 위험하게 조작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우선 설명을 위해 재활용하게 될 낡은 안드로이드 폰을 ‘내비폰’이라고 부르고, 여러분이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iOS 또는 안드로이드)은 편의상 ‘개인폰’이라고 부르자.
개인폰이 안드로이드라면 기종마다 다소 다르지만 보통 설정 - 네트워크 및 인터넷( 또는 연결) - 테더링 및 모바일 핫스팟으로 가서 ‘블루투스 테더링’을 켠다. 개인폰이 아이폰이라면 설정 - 개인용 핫스팟으로 가서 ‘다른 사람의 연결 허용’을 켠다. 블루투스 테더링은 아무래도 느리지만 내비에서 사용하기에는 충분하다. 와이파이 테더링에 비하면 배터리 소모 또한 적다. 이 블루투스 테더링을 받아들이는 이 옵션은 폰을 재시작하기 전까지는 유지되므로, 언제나 설정해 두고 평소에도 노트북 등 다른 용도로도 가볍기 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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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비폰과 개인폰을 서로 블루투스로 페어링 연결한다. 연결 후 ‘등록된 디바이스’를 누르면 자동으로 인터넷에 연결될 터이다. 물론 그냥 그렇게 써도 되지만, 차에서 이런 일을 매번 반복할 수는 없는 일, 이 절차를 자동화하자. 개방형 기기인 안드로이드에서나 가능한 자동 실행의 묘를 살릴 차례다.
이제 구글플레이에서 Bluetooth Auto Connect라는 앱을 내비폰에 내려 받는다.
먼저 디폴트 값인 ’Set Last Device’는 마지막 연결 기기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므로 켜 둔 상태로 두고, ‘Devices’를 눌러 여러분의 개인폰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여러 대를 등록해둘 수도 있다. 운전자의 데이터가 아까운 경우, 동승자의 폰을 연결해 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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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Profiles’를 눌러서 Networking(PAN)을 선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Events’ 항목에서 Bluetooth On, Screen On, Control On을 모두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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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충전 전원이 들어와 내비폰의 화면이 켜질 때 자동으로 블루투스 테더링이 시도되고 인터넷에 연결될 터이다. (단, 이때 이미 다른 와이파이에 물려 있다면 블루투스 테더링은 보통은 이 시점에 추가로 연결되지 않는다. 차가 출발해 와이파이에서 끊어지면 인터넷을 함께 잃게 되는 낭패가 있으니 와이파이는 아예 꺼 놓는 것도 방법) 인터넷에 연결되면 보통은 화면 상단의 블루투스의 아이콘이 약간 달라진다.
마지막 단계로는 앱을 자동으로 띄우는 단계다. 인터넷도 전기도 들어왔으니 내비앱을 띄워서 길 안내를 받을 차례다. Bluetooth Auto Connect 앱의 ‘Action’ 항목에서 ‘Run App’으로 들어가 애용하는 내비앱을 지정한다.
이제 모든 앱을 닫고 화면도 닫아보자. 그리고 충전선을 연결하거나 전원버튼을 눌러 화면을 켜면 자동으로 인터넷에 연결되고 앱도 실행될 것이다.
차에서 내릴 때는 이제 그냥 내리면 되지만 내비앱이 켜진 상태라면 자동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안드로이드의 네모() 버튼을 눌러 ‘모두 닫기 (모든 앱 종료)’를 수행하고 하차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하자.
추가적인 팁: 기타 함께 알아둘 일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블루투스 이외에는 와이파이도 끄고, 기지국 연결을 하지 않기에 오래된 폰이라도 배터리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어진다는 점. 하지만 일주일 이상 차를 몰지 않으면 결국은 방전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에는 손으로 결국 폰을 켜줘야 한다.
단점도 있다. 유심 카드가 꽂혀 있지 않으면 기지국의 도움을 받는 aGPS를 활용할 수 없다. 위성을 직접 찾아야 하니 GPS 신호 체결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내비가 생각나는 체험이다.
T맵 등, 내비의 자체 내장 블랙박스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 구글포토앱을 함께 깔아 두고, 그 자동 백업 기능으로 내비폰에 저장된 블랙박스 동영상을 구글 포토 무료 클라우드에 무제한으로 동기화해둘 수 있다. 일반 사진과 구분하기 위해 내비폰에는 별도의 구글 계정을 설정하는 것도 좋다. 구글포토앱의 설정 – 백업 및 동기화 – 기기 폴더 백업에서 블랙박스 영상이 저장되고 있는 폴더를 추가한다.
지나고 나면 지난날의 무미건조했던 드라이빙 영상마저도 추억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데이터 소모량이 꽤 될 수 있으니 요금제에 주의할 것.
하나의 개인폰에 여러 대의 내비폰이 블루투스 테더링으로 동시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이론상 집에 있는 모든 폰을 총동원해 다양한 내비들을 동시 가동할 수도 있다(?).
절차의 자동화를 위해서는 개인폰과 블루투스 연결을 해 두고 접속 수신이 가능하도록 해두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블루투스 테더링 대기 명령은 리부팅시 풀리므로, 개인폰 전원을 껐다가 켜거나 업그레이드 뒤에는 꼭 수동으로 핫스팟 설정을 켜주어야 한다. 내비폰은 수시로 꺼져도 새롭게 설정할 부분은 없다.
통신사 사정이긴 한데, SKT의 경우 상당기간 동안 블루투스 테더링 접속시 DNS 서버가 사용불능으로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굳이 이 일이 아니더라도 DNS를 Cloudflare의 1.1.1.1이나 구글의 8.8.8.8로 변경해 두면 개운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1.1.1.1 앱이나 DnsChanger 앱으로 DNS를 고도화해 두어도 좋다.
수명을 다한 안드로이드라도 그 본질은 마음껏 수정할 수 있는 어엿한 리눅스 컴퓨터. 따라서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 상상력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