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베이더우 위성 항법은 대단할지도?
중국의 베이더우, 그러니까 북두(北斗) 위성 항법 시스템이 완전히 개통되었다. 이로써 중국 상공 위로 2000년 발사된 3개의 위성에서 시작한 이 GPS의 경쟁자는 20년 만에 전 지구를 뒤덮는 위성군으로 완성되었다. 현재 현역 기종들은 3기로 35개, 첫 삽을 뜬 지로부터 26년이 지났으니 대장정이었다.
이 뉴스는 미제 GPS, 러시아제 글로나스(GLONASS), 유럽제 갈릴레오(GALILEO)에 이어 중국제 베이더우가 첨단 위성 시스템 경쟁을 벌인다고 대서특필되었고 실제로 시진핑 주석이 성대하게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미 많이 있는데 자꾸 또 만드는 것일까.
그건 애초에 우리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GPS가 군사위성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1978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GPS 사업은 미국의 군사 기술로서는 인터넷 그 자체와 더불어 세계에 적잖이 이바지했다. GPS가 민간에게 개방된 계기는 1983년 소련 영공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사건. 사건 후 레이건 대통령은 준비되는 대로 민간 개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렇다면 언제든 미국 대통령이라면 꺼버릴 수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지금에야 모든 스마트폰이 이 GPS 신호를 감사히 받아 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군용 기술, 미국의 적국이 된 적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전쟁이라도 벌어지고, 미국이 그 신호를 끊어버린다면 첨단 무기도 무용지물,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전쟁을 하게 될 판이다. GPS의 위대함을 맛보고 이에 의존하기 시작한 이상 누구나 그런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심지어 유럽도 그랬다.
지금은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GPS에는 엄연히 군용과 민간용에 해상도를 달리하는 기능이 들어 있다. 정치적 분쟁시 여하간의 사정으로 미국이 민간을 차별하거나 아예 위성을 꺼버린다면 요즈음 같은 IoT 시대에는 경제마저 마비되고 사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유럽의 갈릴레오는 유일하게 군사용이 아님에도 미국을 완전히 믿지 못해 시작된 것임에는 분명하다.
모든 군비 경쟁이 그렇듯 위성 항법 시스템도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해 제각각 만들어대기 시작했고, 하늘은 위성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전 세계를 완전히 뒤덮은 것만 4종류이고, 이 이외에 국지적인 위성군으로는 인도(NavIC)와 일본(QZSS) 것들도 있으니 우리 머리 위에는 참으로 많은 위성들이 길을 안내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베이더우는 군용과 민간용이 해상도가 노골적으로 다르다. 민간은 2~3m지만 군용은 오차가 10cm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인민해방군과 파키스탄군에게만 군사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인도가 독자적 위성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개의 일반 시민들에게 이들 위성은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니다. 모두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라는 공통의 명칭으로 일종의 표준화가 되어 있고, 모두 비슷한 주파수 대역대를 쓰고 있어, 여러 위성의 신호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의 구현에 달린 일이지만, 누구네 위성이든 쓸 수 있는 위성이 많아지면 위치 파악 시간이 짧아지기 마련이다. 우리로서도 위치 파악을 위해 공짜로 쓸 수 있는 우주 등대가 수십 개 더 생긴 셈이니 고마운 일이다.
여러분의 폰이 안드로이드라면 이미 베이더우를 지원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개발 문서에는 CONSTELLATION_BEIDOU라는 상수가 이미 존재한다. 퀄컴칩은 2013년의 스냅드래곤 800부터 베이더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함께 만든 갤럭시 노트3가 첫 베이더우 지원제품이었으니, 요즈음 사용중인 폰들은 대개 지원 중일 터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에서 GNSS로 검색해서 아무 앱이나 받아 보면, 베이더우 위성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국, 유럽, 일본의 위성들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유통 중인 폰의 70%가 이미 베이더우를 지원중이라고 하는데, 두드러진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아이폰이다. 최신 아이폰에 내장된 인텔 베이스밴드 칩이 기술적으로는 베이더우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아직 지원하고 있지 않다. GNSS 앱을 내려 받아 띄워봐도 베이더우는 잡히지 않는다. 왜 지원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풍문만 있을 뿐 이유는 아직 불명확하다. 조만간 중국도 러시아처럼 자국의 위성 시스템을 지원하지 않으면 관세를 먹여 버리는 등의 강수를 둘지도 모르는 일이다.
베이더우의 결정적 장점은 사실 다른 데 있다. 바로 글로벌 무료 문자 송수신 기능이다. 거점 지역에서는 1,200자까지도 가능한데, 듣기만 해도 혹하는 기능이기에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통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 송수신 기능을 갖춘 부품을 탑재해야 한다.
현재는 중국 어선들이 애용하고 있는데, 이 문자 송수신 기능이 있는 장비 가격은 1만 위안(170만 원)대나 한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5G 시대, 인터넷에 둘러싸여 사는 시민으로서는 굳이 중국 위성에 내 문자를 맡길 필요가 있나 싶지만, 외진 곳이나 해상에서는 쓸모가 많을 것 같기도 하다. 기분만큼은 ‘우주 문자’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베이더우의 우주 문자만큼은 보내보고도 싶다.
중국은 베이더우의 기능들을 총동원 에베레스트의 높이를 정확히 측정하겠다며 조사단을 파견하는 기술굴기 퍼포먼스를 펼치며 베이더우 마케팅에 한창이다. 인도 등 주변국의 씁쓸한 표정은 표정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이미 4개나 전 세계적 위성군이 있는데도 굳이 또 독자적 위성을 띄운 중국의 자존심 경쟁. 이해는 간다. 한국도 KPS라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을 띄우고 싶어 하고 있다. 목표는 2035년, 필요 예산은 4조 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