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스마트워치 웨어러블의 미래는?
[김국현의 만평줌] 제72화
스마트워치 시장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출하 대수도 성장률도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애플 및 삼성 신제품과 연말 효과가 있었던 4분기 수치는 안 나왔지만 3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출하 대수가 50%나 줄어들었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주력 주자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한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주류를 차지하기 위한 결정적 활용례가 떠오르지 않는다. 물건이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사야 하는데, 그 무언가가 애매하다.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동시에 있어서 귀찮을 것 같은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구매를 주저하게 한다.
사실 살갗에 무엇이 닿는 일은 다소 거북하지만, 살에 닿아야만 측정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그나마 피트니스 트래커 분야는 다소 성장세가 낫다고 한다. 트래커 업체 FitBit이 스마트워치 계의 기린아 Pebble을 합병한(그리고 아마도 단종시킬) 사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마트폰으로 충분하다고 모두 생각하기 때문이다. 웨어러블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이제 스마트워치, 아니 웨어러블은 스마트폰을 대체하겠다는 패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마치 손목시계가 회중시계를 밀어낸 것처럼.
휴대할 수 있는 시계는 원래 회중시계(pocket watch)뿐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큼지막한 시계를 '품속(회중)'에서 꺼내 뚜껑을 열고 시간을 확인하고, 때로는 그 안의 가족사진이나 거울을 보는 행위.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커버 케이스를 열고 시간을 확인하며 첫 화면의 가족을 보거나 셀카를 찍는 행위. 서로 흡사하다. 그렇기에 ‘아아, 그런 행위가 있었지’하고 추억하는 때가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어느새 회중시계는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기 위한 골동품이 되었다.
한때 간호사나 의사가 애용하기도 했다. 맥박 등 각종 측정에 쓰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손목시계는 기피되었는데, 각종 기구에 걸리적거릴 수도 있고, 또 밴드가 세균의 온상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 같은 이유에서 요리사들도 손목시계를 꺼렸다고 한다. 이처럼 회중시계는 철도원 등 특정 직업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그나마도 사라지고 있다.
들고 다니지 않고 착용할 수 있다면 결국 착용하게 되고, 휴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결국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된다. 몸에 대는 것에 사람들은 특히나 보수적이다. 웨어러블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웨어러블은 모두 20세기 전에 사람들이 착용하던 것들로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품속에 넣고 다니거나, 안경처럼 얼굴에 걸어 걸쳐 놓거나, 아니면 손목에 두르거나.
제품의 힌트는 이미 우리 문화 속에 있다. 회중전등이라는 말이 있었다. iOS나 안드로이드에서 토치(플래시)가 한 번에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는 이유도 단어가 있을 정도의 보편적 필요 때문이었다.
보청기를 닮은 블루투스 헤드셋이 히트 중이다. 콘택트렌즈가 일상이고 각막 뒤에 렌즈를 삽입하는 일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닌 지금. 앞으로의 웨어러블에 걱정 반 기대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