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로봇 시대 외골격 하나 입혀드려야겠어요
[김국현의 만평줌] 제41화
현대자동차그룹이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었다는 뉴스다. 영화 ‘아이언맨’ 수준은 아니고 철물을 입은 듯한 모습이다. 굳이 영화로 치자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 기분이다.
이른바 웨어러블 로봇, 흔히 말하는 외골격 입는 로봇이다. 아직 상용화전이지만 무거운 것을 번쩍 들 수 있고 힘있게 걸을 수 있으니 산업 및 재활용으로 제격이라는 것. 사실 이 분야는 국산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아니었다. ‘모빌 슈트’ 건담의 고향이라든가, 군사적 경제 논리가 확실한 나라가 아니면 그런 공상과학적 시장은 좀처럼 형성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을 입고 출격한다는 낭만성은 공학적 상상력을 늘 자극한다. 유튜브에서 “exoskeleton robot"으로만 검색해 보면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공상 과학 영화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현대그룹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이 분야에서 국내파의 노력이 유독 요즈음 잘 보인다. 그 풍경을 보다 보면
“아아…. 어느새 미래가 찾아왔구나”
라는 기분에 휩싸인다.
미래는 어느새 오고 있다.
그 이상한 미래. 일자리는 없지만, 일손도 없는 미래.
올해 서울시 지방공무원 최종경쟁률은 평균 87.6대 1. 직종에 따라서는 280대 1에 달하는 직종도 꽤 됐다. 반면 농가와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을 구하느라 난리다. 수확시기에 따라 시세가 달라지는 품종의 경우 한시가 아깝지만 수확할 일손은 노인들뿐이다. 생산 공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멈출 지경이다.
각종 통계 데이터들은 급속히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 경고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힘써야 할 사람들이 힘을 쓸 데를 못 찾고 있고, 힘 좀 쓰던 사람들이 점점 늙어가서 힘이 없어진다.
육신은 물러져 가도 테크놀로지가 탄탄한 외골격이 되어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경제는 또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다. 입는 로봇 시장과 고령친화산업 시장은 그 규모를 매년 점점 더 크게 잡고 있다.
농업, 건설에서 요양 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빌 슈트를 착용한 나이 든 가장들은 황혼의 내일에도 쉴 새 없이 각자의 일터로 철컹 철컹 걸어나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