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의 딜레마? OLED
OLED의 O는 오가닉.
빛을 내는 유기화합물은 그 필요한 에너지만큼을 전기든 어디든 받아오면 발광(發光)할 수 있다. 반딧불도 신체의 화학반응으로 빛나고, 더 흔하게는 땔감도 자신을 태워 빛을 낸다. 빛이 필요한 모든 곳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일. 그리고 그곳에 정보를 표현하는 일은, 신세기의 종이를 발명하는 일처럼 기회의 영역이다.
그간 OLED의 과장된 색감과 강렬한 빛이 거슬려서 OLED에는 정이 안갔는데, 최신 OLED는 꽤 다르다. LCD든 OLED든 디스플레이의 기술발전은 정말 놀라워서 해마다 느낌이 다르기에, 작년의 취향과 경험은 올해 통용되지 않는다.
자체발광하는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에 훨씬 얇고 휘거나 접는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도 있다. 애스톤 마틴이나 벤츠 등 고가의 차에 OLED 계기판이 납품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는 달리 10년 이상은 견뎌줘야 하는 차량용 전장 부품으로 OLED가 탑재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수명 등 여러 단점이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가 차량의 후미등에는 더 적극적으로 OLED가 채택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큰 제약조건이 버티고 있다, 바로 가격이다. OLED는 고급의 상징이 된 것. 모든 물건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아이폰 X이 품귀가 된 이유도, 굳이 아이폰 8를 함께 내놓은 이유도 OLED로 빅뱅을 일으킬 만큼의 수급능력이 아직 세상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저기서 무리수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아이폰 킬러로 등장한 구글의 픽셀 2 XL도 최근 이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LG가 납품한 것으로 알려진 OLED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진 것. 색이 번진다든가 얼룩이 보인다든가 프리미엄폰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 특히 OLED의 고질적인 문제인 번인(burn-in·그림이 화면에 눌어붙는 일)이 1~2주 만에 일어나버렸다. 구글은 급히 보증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용단을 내리기는 했는데, OLED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유기물이란 늘 유통기한이 문제다.
비슷한 시기 삼성은 LG의 OLED TV를 은근히 ‘디스’하면서, OLED TV의 단점을 홍보하고 나섰다. 자신들의 QLED TV(그나마도 현 제품은 사실상 LCD)를 홍보하기 위함인듯한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내로남불’? 나열한 단점이란 결국 갤럭시 시리즈에도 이야기될 수 있는 일이니 그럴만하다.
LCD의 영화(榮華)가 퇴색해 가고 있는 시대이지만, OLED가 또 마냥 좋다고 하기 힘든 시절. 유기농이 좋다지만, 현실을 놓고 보면 반드시 좋다고만은 하기 힘든 장바구니 풍경을 방불케 한다. 실체보다 마케팅이 반일지 모른다.
OLED가 대세임은 틀림없지만, 아직은 한국 기업의 독무대인 만큼 그 의존성을 줄이려는 세계적 움직임은 거세다. 중국처럼 모방과 추격을 감행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니나 애플처럼 아예 OLED는 깨끗이 포기하고 새로운 개념을 들고 오고 싶어 하기도 한다. 마이크로LED는 그중의 하나로, 애플은 3년 전 관련 회사마저 인수한 상황.
OLED 진영으로서는 아무래도 빨리 폴더블(접이식) 등 구체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하니, 접는 폰이 머지않아 등장할 것 같은데, 이미 10년도 전에 당시의 폴더폰에도 OLED가 채택된 기억이 난다. 비록 비좁은 외부 스크린이었지만 소형 OLED 대량생산의 신호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