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은 거들 뿐? 터치바와 서피스 다이얼
[김국현의 만평줌] 제63화
하지만 이 두 제품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세대 전 CPU를 쓰는 등 성능 면에서 괄목할만한 점은 없었고, 또 굉장히 비쌌다. 옵션 좀 제대로 맞추면 3~4백만 원도 우습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데리고 왔다.
우선 애플. 메인프레임 시절부터 애용됐던 펑션키를 ESC와 함께 전부 다 치워 버리고, 그 위에 2170x60 픽셀의 OLED 터치패널을 탑재한 ‘터치 바(Touch Bar)’를 깔았다.
사실 펑션키의 사용률은 점점 떨어져서 요즈음 윈도우도 맥도 대부분 Fn키를 함께 눌러야 쓸 수 있는 쪽으로 키보드들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터치 바에서도 Fn키를 누르면 사라졌던 펑션키들은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현재 쓰고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보조하는 각종 기능이 예쁘게 등장한다. 예컨대 포토샵에서는 왼손으로는 이 터치바를 문질러 색상이나 붓의 굵기를 바꿔 가면서, 오른손으로는 터치패드 위에서 손가락으로 붓질을 한다.
일설에 의하면 이 작은 디스플레이를 위해 애플 워치의 두뇌 S1과 흡사한 T1 칩을 맥북에 내장시켰다 한다. 어떻게 보면 watchOS 시스템의 일부를 이용해 이 바의 현란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더불어 지문인식이나 화상채팅 등의 보안 기능에도 활용된다고 하니, 화면뿐만 아니라 두뇌도 하나 더 들어 있는 셈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스튜디오와 함께 내놓은 ‘서피스 다이얼’도 왼손의 역할을 강조한다. 마우스만한 원통을 돌려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 다이얼을 화면 위에 얹어 놓고 돌리면 마치 화면과 일체가 된 듯 메뉴를 고를 수도 있다.
예컨대 색상이나 붓 굵기를 바꿀 수 있으니, 오른손에 쥔 서피스 펜으로 그리는 그림에 왼손으로 변화를 줘가면서 그릴 수 있다. 다이얼형 인터페이스는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화면 위에 ‘다이얼’이라는 물리적 사물을 올려놓으면 그 위에 부채처럼 메뉴가 펼쳐지니 직감적이다. 게다가 무언가를 손끝으로 돌리는 아날로그적 촉감도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값비싼 두 신제품을 보다 보니 그냥 화면을 맨손으로 어루만지는 식보다 혁신적으로 더 나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들 제품이 등장하기 전에도 내 왼손은 놀고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왼손도 이제 정말 바빠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