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20주년! 와이파이 6가 온다.
가을을 알리는 연례 아이폰 발표회.
매년 혁신은 없었다는 타이틀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작년 부품을 그대로 쓰는 일은 없으니 뭐라도 발전은 있게 마련이다. 올해도 면밀히 따져보면 여러 개선점이 있는데, 와이파이도 그중 하나다.
사실 이미 출시된 갤럭시의 플래그십 모델들이 먼저 지원을 시작한 와이파이 6 이야기이기에 별 뉴스거리는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기술의 아이폰 탑재란 그 기술의 본격 대중화 신호탄이란 점에서 의미 있는 정보다.
그런데, 와이파이 6라고?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낯설기로 치자면 지금까지의 이름이 더 했다. 전기통신기술표준화단체인 IEEE는 유선랜에는 802, 무선랜에 802.11라는 번호를 매겨 표준화를 진행해 왔는데, 다시 그 뒤에 따라 붙는 알파벳 문자열은 규격의 버전을 나타냈다. 이 문자열이란 것이 b, g, n, ac 등 순서와 배열마저 이상해서 소비자에게는 영 무의미해 보인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앞으로는 USB4나 5G처럼 규격명에 세대 숫자를 자연수로 삽입하기로 했다. 와이파이 6란 최신 규격 802.11ax의 새 이름이다.
기술적으로 신규격은 하위호환성을 유지하는데 명칭을 개편하는 김에 기술뿐만 아니라 명명법에도 하위호환을 적용해 종래의 n 규격은 4로, ac는 5로 부르기로 했다. 따라서 새 제품을 사지 않고도 여러분 가정이나 업소의 와이파이 세대를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우리 집은 5세대인데, 아랫집은 4세대인 듯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숫자가 표기된 아이콘까지 마련되었으므로, 기종에 따라서는 현재 연결된 와이파이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와이파이 6가 되면 뭐가 좋아질까?
일단 속도 개선이 궁금하겠지만, 이 부분은 아주 크게 실감 나지는 않을 것이다. 와이파이 5도 이미 충분히 빨라서다. 이론최대치는 와이파이 5가 6.9Gbps인데 6은 약 9.6Gbps. 그러나 이 모두 연구실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다. 실제로는 통신사쪽 상류 인터넷이 병목이지 하류인 와이파이 자체의 속도가 느려서 문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살아오면서 느려터진 와이파이를 수도 없이 만났다. 그 이유는 그 하류가 마치 한여름 주말 계곡처럼 너무나도 붐벼서였다.
와이파이 6가 개선하고 싶은 애로사항은 바로 이 부분이다. 엄청나게 북적거리는 환경에서의 ‘스루풋’(체감 스피드)을 개선하는 것이 6세대의 최대 목적으로 이번 개편의 야심 찬 목표는 스루풋이 못해도 4배가 된다 하니 기대는 된다.
와이파이 6는 이 목표를 위한 극단적 효율 개선을 위해 네트워크의 물리층 자체에도 사양 변경을 감행했다. 나름 큰 업그레이드다. 이용자가 붐비는 상황에서도 속도 저하만은 막기 위한 다양한 궁리가 들어 있다.
이제 같은 주파수 자원이라도 더 많은 단말에게 나눠줄 수 있고, 또 같은 양의 단말을 커버하기 위한 장비의 수도 줄일 수도 있다. IoT 등 스마트 단말 대폭발 시대를 대비한 업그레이드인 셈이다.
와이파이 6 공유기는 한둘씩 발표되고 있지만, 가격은 종래 제품의 2~3배 이상이 붙고 있다. 아직은 살 때가 아니라는 뜻이지만, 모든 전자제품이 그렇듯 가격은 곧 내려가고, 결국은 모두가 와이파이 6를 쓰고 있을 것이다.
현존 와이파이는 지금의 밀집도에도 버거워하고 있는데, IoT 시대가 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더 많은 단말이 와이파이를 달라고 아우성일 것이라서다.
반면 단말은 신작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은 물론 올 가을 부터는 신제품 노트북도 와이파이 6로 넘어갈 듯하다. 앞으로 사는 신제품은 웬만하면 와이파이 6를 고르고, 커넥터는 USB-C로 사자고 마음 먹자. 선택의 폭이 꽤 줄어들므로 쓸데없는 물욕을 억제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이달은 어느새 와이파이 20주년을 맞이하는 달이다. 하이파이에서 가져온 이 단어는 우리들의 행동을 많이도 바꿔 놓았다. 삼삼오오 상가 건물 계단에 앉아 와이파이를 주워 쓰는 초등학생들을 보면 와이파이란 메마른 도심의 오아시스다. 하지만 우리가 언젠가 너무나 넉넉해져 LTE/5G를 마음껏 쓸 수 있게 되더라도 우리는 와이파이를 잊지 않을 것이다. 와이파이는 늘 ‘데이터’보다 조금씩 더 빠르고 조금 더 안정적이고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하리라 여겨지기 때문에.
아마도 여러분이 와이파이 6를 쇼핑하려는 동안 수많은 용어가 눈앞에 쏟아질 것이다. 그날을 위해 몇 가지 용어를 기억해 두자.
OFDMA
와이파이 6에는 LTE에서도 들어봤을 OFDMA(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이라는 디지털 변조 방식이 도입되었다. 어려워 보이는 이름이지만 *DMA는 우리 입이 기억하는 CDMA의 그 DMA로, 주파수를 군중이 나눠쓰게 하기 위한 기술 분파의 하나다.
하나의 주파수대를 시간 단위로 조각내서 서브캐리어라 부르는 화물차 역할의 전파로 할당하여 내보내는데(여기까지는 2003년 802.11a/g에 처음 탑재된 OFDM의 이야기로, A가 빠진다), 이 서브캐리어를 다시 또 여러 사용자들이 공유하도록 해 전송효율을 대폭 높이는 기술이 OFDMA.
LTE에서도 이미 익숙한 다중화 방식으로, 주파수 이용 효율을 높여야 하는 통신사의 정성이 응축되어 있으므로 이를 와이파이에 안 쓴다면 인류의 손해다.
MU-MIMO (Multi 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안테나 여럿을 동시에 동원해 통신하여 고속 통신을 실현하는 방식. 일정 규칙에 맞춰 정보를 분리해서 동시에 여러 안테나로 보내면 수신하는 쪽에서 섞인 정보를 받아 복원한다.
OFDMA가 주파수로 다중화한 것이라면, MIMO는 공간으로 다중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마치 차선을 늘리는 것과 같기에, 공간 스트림(Spatial Stream)의 수치로 사양서에 표현되곤 한다.
와이파이 4에서 처음 등장한 2x2라는 말은 보내는 쪽(기지국 또는 공유기) 안테나 둘, 받는 쪽(단말) 안테나 둘이라는 것. 와이파이 6에는 8x8로 표기되곤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다운 밖에 안되었는데, 업로드에도 적용된다.
1024QAM
종래의 와이파이 5의 256QAM(와이파이 4는 64QAM)이 8비트씩 담아 보냈다면 1024QAM은 10비트씩 담아 보내게 된다. 8:10을 비교해 보면 25% 더 빨라지는 효과가 난다.
TWT(Target Wake Time)
데이터 송신 간격을 조정해서 불필요한 통신을 절감하는 일. 지금까지 배터리가 소진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돌아보면 별 쓸데없는 별것 아닌 통신을 하느라 수시로 단말이 깨어나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어서였다. 이제 단말은 공유기와 상의하여 언제 깨어날지 조율하므로 배터리 절약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