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가 뭐길래. 하늘에서 해방의 전파가 쏟아지는 날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가 좌초 선박의 기름 유출로 절망에 빠져 있다. 1,000톤 이상을 유출한 이 사고 참사의 원인은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려 너무 뭍에 다가갔기 때문이라는 풍문이다. 그 시점에 선원 생일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니 사건 전개가 너무 트렌디해서 헐리우드 영화의 초반10분 같을 지경이다. 인스타그램에라도 올리려 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터넷이란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일이다.
도심의 초고속 인터넷에 익숙해진 우리는 전파조차 다다르지 않는 외진 곳이 세상에는 많다는 사실을 가끔은 잊는다. 전파가 터지지 않는 구석이 이제는 없는 것처럼 보여도 산악과 바다는 의외로 넓다. 해나 산간지방의 격오지에 통신망을 까는 일은 값비싼 일이다. 바다는 말할 것도 없다.
원양어선에서 인터넷을 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용 위성 인터넷이 있다. 무궁화호처럼 35,000km 상공에서 고정된(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도는) 정지 궤도 통신 위성을 이용하는데, 아무리 전파는 빛의 속도라지만 워낙 거리가 멀기에 반응도 속도도 느리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다.
비싸도 너무 비싸서, 몇 메가바이트에 2만 원쯤 한다. 선원들 사이에서는 카톡 메시지 한 번에 500원쯤 한다고 알려졌는데, 그나마 국내의 외항선 중 위성 인터넷 설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21세기에 배 타는 일의 고역은 이처럼 타의에 의한 디지털 디톡스에 있었다.
올여름 구글의 풍선 인터넷 프로젝트 ‘프로젝트 룬(Loon)’이 케냐에서 성공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공식 시작했다. 20km 상공 성층권에 벌룬을 띄워 LTE 통신망을 구축하는데, 35개 풍선이 황폐하고 넓은 케냐 전역을 커버한다. 풍선 당 체공 시간은 100일. 운 좋으면 6개월가량도 간다고 한다. 동아프리카 오지를 커버하기 위한 원래 시험 운영에는 먼바다의 모리셔스까지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하늘에 풍선이 떠 있었고 그 전파가 문제의 배에까지 다다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고였는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이 닿을 수 없는 모든 곳에 인터넷을 연결하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져 왔다. 페이스북은 아퀼라(Aquila)라는 태양열 드론 계획을 꿈꿨다가 지난 2018년 완전히 접었다. 성층권에서3개월간 체공시키겠다는 것이었는데 모두 반신반의했다. 그 크기는 무려 보잉 737만 했고, 크기에 비해서는 가벼웠지만 400kg이나 나갔다. 하지만 시험 운영 중 추락했고, 이것이 결정적 원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프로젝트 룬과는 달리 중단되고 만다.
이달 일론 머스크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하늘에 얼추 진용을 갖췄다. 익히 유명한 그 재활용 로켓을 사용 2019년부터 9번 발사했는데, 한 번에 60개씩 우주에 뱉어냈다. 현재 허가받은 총수는 무려 42,000개. 아직은 완공까지 갈 길은 멀지만, 베타테스트가 미국에서 슬슬 개시하기 시작했다. 벌써 그 벤치마크 수치가 유출되고 있다. 원래 최대 1Gbps(기가비트)의 속도를 홍보했는데, 베타 사용자들이 체감한 것은 빨라야 60Mbps였다고 한다. 광고와는 다르지만 동네에서 100Mbps 인터넷 쓰는 이들이 보통 겪는 속도이니 나쁘지 않다. 게다가 레이턴시는 31ms까지 떨어지니 일반 위성 통신의 100ms대보다는 훨씬 반응이 빠르다. 스타링크는 정지 위성과는 달리 550km의 비교적 낮은 곳에서 돌고 있는 덕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동하는 물체에도 탑재되겠지만, 현재 스타링크는 거치형으로 허가받은 상태.피자 한 판 만한 파라볼라 안테나를 지붕이나 옥상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가 “막대에 꽂힌 UFO”라고 불렀던 제품인데, 자체 모터를 내장하고 있어 알아서 각도를 조절하니 위성 방송 시절처럼 기사가 낑낑대며 조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현대인에게 인터넷은 생명선이다. 스타링크 구상이 이야기될 때, 북한의 활동가들을 위한 인터넷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스타링크에는 위성과 인터넷을 중계해 줄 지상 기지국이 필요한데, 위성의 커버리지가 넓다 보니 지상 기지국은 남한이나 중국에 두고 그곳에서 인터넷을 연결하면 북한 주민도 스타링크를 쓸 수 있다.
독재정권에 의해 인터넷이 끊긴 곳으로는 벨라루스도 있다. 지금 민주화 데모가 진행 중인 벨라루스의 참상이 트윗되자,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는 답변을 했다. 테슬라 전기차로 도울 일은 없을 테니, 많은 이들이 스타링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하고 그 실현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Sorry to hear this. What can we do to help?
— Elon Musk (@elonmusk) August 1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