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을 한 소녀
[김국현의 만평줌] 제56화
아이폰7의 발표가 있었다. 혁신이 있었네 없었네 시끄러웠는데, 이번에도 풍문의 적중률이 너무 높아서 그리 놀랄 일은 없었다. 다만 20만 원이 넘는 별매품 무선 이어셋 에어팟(AirPods)의 디자인만큼은 놀랄 지경이었는데, 무선 이어셋의 등장하리라는 예측은 무성했지만, 그 디자인은 과히 충격이었다. 생김새가 발표일 직전까지도 유출되지 않았었기에 그 심리적 낙차가 상당했던 것. 아마 유출되었어도 믿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하다.
내가 하면 도무지 우스꽝스러울 것 같은데 광고 속 미남미녀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하니, 구매 전에는 꼭 시착을 하고 거울을 보자. 갑자기 힙하고 잇하게 보일지 정신이 번뜩 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선이 사라진 완전 무선 이어셋은 삼성이나 자브라는 물론 각종 스타트업이 달려들고 있는 성장분야. 미래는 미래다. 아직 출시 전이기에 기능적으로도 궁금한 점이 세 개쯤 있다.
한쪽만도 무난히 쓸 수 있을까?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팅은 꼭 양쪽 귀를 가릴 필요가 없다. 한 짝은 충전해 두고 다른 짝으로만 들을 수 있을지, 그때 L이나 R, 반쪽 음성만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다중 기기 지원이 얼마나 자연스러울지? 블루투스 헤드셋은 통화가 아니라 음악의 멀티 페어링이 늘 말썽이었다. 이번에 신개발된 W1 칩이 이 고민을 타파한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내 소지품이 모두 애플 일색이었을 때의 이야기. 여기에 PC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등이 하나라도 끼어들었을 때 어떤 거동을 할지 궁금하다.
곰방대 막대기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선이 사라진 완전 무선 이어셋들은 모두 보청기처럼 귀 안에 최대한 숨기려는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 굳이 튀어나온 이 막대기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2세대에는 사라질지, 존재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여기 걸려서 귀에서 빠질 확률만은 분명 높아졌다.
어쨌거나 애플도 용기가 부족했는지, 조금 더 정상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대안도 동시에 조용히 마련해뒀다. 애플이 일전에 인수한 비츠(Beats By Dr.Dre)에서 무선 헤드셋 3종 셋트(BeatsX, Beats Solo3 Wireless, Powerbeats Wireless)를 함께 내놓은 것. 같은 W1 칩을 사용하여 무선 헤드셋으로써의 기능은 흡사하리라 예상되는데, 양짝이 분리된 완전 무선형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