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없는 대로 꿀리지 않는 VR
[김국현의 만평줌] 제26화
기술 발전의 전환 시기마다 만만한 사례로 늘 등장하는 기술들이 있다. 하나는 ‘테레비’ 전화였고, 또 하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다.
2G 시절, 아니 모바일 이전의 시대에서도 통신기술의 미래상에는 곧잘 TV로 전화하는 풍경이 등장하곤 했다. 상상력이란 참 뻔한 것이었다. 여전히 번잡하고 귀찮기에 화상 통화가 일상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새 스카이프, 행아웃, 페이스타임 등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대중 기술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고, 강산이 변할 즈음이면 변화는 새벽처럼 찾아와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도 마찬가지의 단골 미래 풍경이었다. 돌이켜 보면 ‘싸이버’란 단어의 SF적 묘사도 현실을 잊고 저편으로 넘어가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추억의 단어 VRML(마크업 랭기지)이 나온 것이 20년 전이고, 가상현실의 개념을 일반인에게까지 전파한 세컨드 라이프가 등장한 것이 2003년이니 트렌드는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VR, 즉 가상현실이 다시 뜨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2조 들여 인수하고, 구글이 마분지로 VR을 만들어 응수하고, 삼성도 또 무언가를 만들고 시장은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올해는 먼저 달려나간 하드웨어들을 위한 컨텐츠들이 보급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VR이란 것, 기본적으로 3D의 몰입과 스마트폰의 움직임 감지를 합한 것에 불과하므로, 스마트폰이 이미 있다는 가정하에서는 3D 몰입 기능만 조달하면 어찌어찌 자급할 수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카드보드(마분지) VR을 구하는 것이다. 정품은 비매품이라 구하기가 힘들고, 대개 중국산 마분지로 만든 비품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조잡하지만 약속한 기능은 제공한다.
그 얼개를 살펴보면 돋보기 두 개로 화면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전부다. 측면의 자석을 당기면 스마트폰의 지자기 센서와 반응하여 클릭의 효과를 내는 정도가 보너스다.
따라서 이 얼개는 얼마든지 흉내 낼 수가 있다. 루페(확대경) 두 개를 스마트폰 화면에 얹어 놓기만 해도 좋다. 아니면 균일가 문구점의 돋보기를 활용해 공작해도 좋다. 이도 저도 없으면 할아버지의 돋보기안경이라도 동원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보겠다는 의지다.
유튜브에서 ‘3D'라는 키워드로 함께 검색하면 테스트해 볼 만한 자료들이 충분하다. 참, VR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즐겨야 하지만, 그래도 입술은 꼭 다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