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S의 뽑기게이트?
[김국현의 만평줌] 제16화
연례행사인 아이폰 출시 시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또 시끄럽다. 무슨 무슨 ‘게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여러 게이트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아이폰4 특정 부위를 잡으면 안테나 수신이 악화되는 안테나 게이트, 아이폰6을 힘줘 구부리면 휜다는 벤드 게이트가 유명하다. 머리카락이 틈에 낀다는 헤어게이트, 누런 액정의 옐로게이트 등등 마이너 버전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예약 판매 중인 이번 아이폰 6S. 이번에는 ‘칩게이트(Chip-gate)’, 혹은 ‘뽑기게이트’로 시끄럽다. 폰에 탑재된 칩을 뽑는 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지 모른다니, 안 해도 되는 추첨을 강요받는 기분이기는 하다.
신형 아이폰의 핵심 프로세서인 A9은 애플이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청을 줬는데, 삼성과 대만 TSMC로 이원화를 한 것.
지금까지 플래시 메모리나 LCD 패널, 배터리 등등의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일은 많았지만, 프로세서를 다중 하청주는 일은 드물었기에 이미 예고된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프로세서는 다른 부품들보다 훨씬 더 제품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같은 A9라고는 하나 삼성은 14nm 공정, TSMC는 16nm 공정으로 삼성이 만든 버전이 실제 크기도 약간 작다. 부품명도 다르다. 아무래도 신공정이니 더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많은 이들이 삼성제를 뽑기를 바랐는데, 뚜껑이 열리고 벤치마크가 쏟아지면서 사태는 2막으로 접어들었다.
각종 커뮤니티의 자발적 조사에 의하면 삼성 발주품이 배터리도 많이 먹고 조금이나마 속도도 느렸던 것. 애플은 이례적으로 공식 대응하며 그 차이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2~3%를 넘지 않으리라 주장한다.
사실 벤치마크처럼 폰에 과부하를 줄 일이 일반적으로는 많지 않기에, 그 상황에서의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것은 설득력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것 또한 소비자다.
그런데 잠깐, 방금 애플이 차이가 있기는 있다고 인정한 것인가? 당연하다. 프로세서는 같은 모델이라도 미세한, 그러나 구분 가능한 차이가 존재한다. 흔히 말하는 ‘수율’과 비닝(binning)이다. 그런데 하물며 다른 회사의 제품이다.
애플은 회사 수익중 75%가 아이폰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발표시 한 번에 팔아 대는 물량도 그 규모가 다르다. 첫주에 파는 대수가 1300만대다. 갤럭시의 연간 판매량이 잘해야 5000만대니, 그 규모상 공급선은 당연 다변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뽑기 걱정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하드웨어적 특성은 소프트웨어로 조절될 수도 있다. 14nm의 특성을 살리도록 OS를 미세 조정해 업데이트된다면 그때는 또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
CPU는 과수원 사과와도 같아, 분류(binning)해서 팔기는 팔아도 또 그 안에서 또 차이가 난다. 하지만 맛있으면 금방 잊는다. 수율이란 그런 것이다.
이야깃거리가 생긴 사용자들은 자바스크립트 엔진이나 게임으로 생활 밀착형 비교를 하며 과부하 테스트를 즐기기 시작했지만, 아마 이번 게이트도 지금까지의 아이폰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본의 아닌 노이즈 마케팅 후, 다시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질 것 같기는 하다. 맛만 있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