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X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이곳이 안드로이드 제국이라서인지, 갈라파고스 제도라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글의 픽셀 2 XL이니 애플의 아이폰 X이니 해외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는 각종 신제품을 강 건너 구경해야 하는 처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픽셀도 아이폰 X도 여전히 그림의 떡이지만 그래도 지금 동네 상가로 마실 나가면 당장 노트8을 살 수 있고 아이폰 8도 살 수 있다.
어쩌면, 아이폰 X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1. 실은 아이폰 플러스의 화면이 X보다 크다.
X의 5.8인치가 플러스의 5.5인치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치가 크다고 꼭 면적이 큰 것은 아니다. X은 폭이 좁은 5.8인치. 화면이 좁고 길어진다면 얼마든지 인치는 늘어나고 화면은 좁아질 수 있다.
게다가 그나마 길어진 화면의 위아래로는 놋치와 ‘홈버튼 바’를 위한 공간이 차지하고 있어, 평수는 X이 더 비좁아진다.
그러나 해상도는 X의 OLED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어차피 도트가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2. 페이스 ID는 터치 ID보다 느리다.
X의 얼굴 인식은 정말 편하고 또 잘 작동하지만, 그래도 이미 접신(接神)의 영역에 접어든 지문 인식보다는 빠르지는 않다는 리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문 인식으로 홈스크린에 도달하는 시간은 늘 1초 미만임에 비해, 얼굴 인식은 보통 1.4~1.8이 걸린다. 1세대 터치 ID 느낌이라는 것.
또 책상 한쪽에 놓인 폰을 열고 볼 때라든가,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서 잠깐 볼 때라든가 일상 속에서는 생각처럼 얼굴을 들이밀기 뭐한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잘되지 않는다.
3. 가격이 너무 이상하다.
999달러. 그런데 한국에서는 142만원에 팔기로 했다고 한다. 어딘가 이상한 가격차이다. 999달러도 비싸지만 이제 느낌이 전혀 다르다. 단지 한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 정도의 가격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애플 페이 등 정작 생활을 편리하게 할 기능을 쓸 수도 없는 지역이다.
조금만 보태면 맥북이나 아이맥도 살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어지간한 PC는 고급기종으로 사고도 남는다. 하지만 어차피 맥북이나 아이맥은 뭔지 몰라도 아이폰이 뭔지는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 이들 중에는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전자 기기에 그 정도는 지불할 의사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가격은 받아낼 수 있는 소비자로부터는 최대한 받아내야 하는 법. 가격은 그렇게 정해진다. 영리한 대기업이다.
한편, 팀쿡은 이 신기종을 그냥 커피 한 잔 값을 모아서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면 사고도 남는다. 그런데 2년 동안 커피를 참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방식, 우리에게는 이미 꽤 익숙하다.
“이제, 라면만 먹어야 해….”
식비를 줄여, 무리를 하는 습성. 어느 나라나 소비자는 비슷한가 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낯선 제품에 끌리지 않아야 할 이유를 제각각 만들어갈 수 있다. 위의 세 가지는 그저 예제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일이 때로는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을 보고, 전화기가 500 달러나 한다니 그렇게 비싼 제품이 흥할 리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신들에게는 나름의 전략이 있고, 윈도우 모바일도 있다며.
그 후의 자세한 역사는 생략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