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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10주년, 터치가 지금도 최선일까?

아이폰 10주년, 터치가 지금도 최선
지난주는 아이폰 10주년을 기념하는 한 주로 IT 업계가 시끄러웠다. 우리야 탄생 후 한참 뒤에야 그 문제적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으니 감회가 크지는 않겠지만, 해외에서는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각종 기획이 한창이었다.


아이폰은 대단했지만 당시에도 PDA폰 등 자신이 똑똑하다 주장하는 전화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옴니아 등등은 꽤 많이 팔리기도 했다. 아이폰의 대항마라고 언론이 쉬지 않고 띄워주기도 했다. 출시된 스마트폰 중에는 앱 설치 기능이 아예 제거된 채 나온 물건도 있었던 암흑기였다.


아이폰의 충격파는 여러 겹이었지만, 일반 사용자로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 터치의 촉감이다. 손으로 누르면 잘 인식이 안 되어 스타일러스로 눌러야 했던 종래 제품들과는 달리, 손끝의 피부로 살짝만 밀어도 유리 밑의 픽셀들이 정확히 따라 움직였다. 마치 유리 밑에 정말 물체라도 있는 것처럼.


2007년 이맘때 스티브잡스가 처음으로 단상에서 ‘스와이프’ 동작을 시연하며 ‘밀어서 잠금해제’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모두 그런 부드러움은 본적이 없었으니까.


꾹 눌러서 인지시키던 감압식 터치가 대세이던 시장에 소위 ‘정전식 터치’를 양산화한 공은 애플에게 돌아갔지만, 이런 기술은 애플이 처음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세계최초의 터치 스크린은 정전식이었다. 1960년대 중반 레이더 스크린을 위해 개발된 것이었다. 물론 그 방식은 지금과 꽤나 다르고 멀티터치도 아니었다. 폰에 정전식을 세계최초로 채택한 것도 LG의 프라다폰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화룡점정으로 그 손맛을 결국 완성시킨 것은 애플이었다. 유리판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는 것이 가장 편한 인터페이스라는 현대의 상식은 그렇게 10년전에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온갖 곳이 터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장인정신이 뛰어나지 않은 이들조차 일단 터치로 만들다 보니 오동작만 잦다. 지금 우리 집에도 도어락에서 보일러, 밥솥까지 별 이유도 없이 터치 투성이인데, 물 묻은 손으로 잘 안되고 터치 가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괜히 미리 한 번 터치해 줘야 하는 등, 아주 단순한 조작을 위해 몇 번이고 누르고 문지르는 한심한 풍경만 연출되곤 한다. 이제 제발 이 유행은 자제 좀 해줬으면 한다. 이에는 최근의 애플도 예외는 아니어서 새로운 맥북의 터치바는 누른 듯 안 누른 듯 그 존재의미를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만지고 쓰다듬고 어루만지는 일은 지극히 동물적인 행동이지만 체온도 리액션도 없는 차가운 사물에 대고 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10년을 겪고 나니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래서인지 VR·AR은 만지지 않는 제스쳐로, 그리고 온갖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듣고 보는 시청각의 소통으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시대를 열려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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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hyun
채널명
김국현
소개글
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