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리사이클
[김국현의 만평줌] 제61화
폰이 하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보통 자기 무게의 수백 배에 달하는 원석이 채굴되어야 한다. 알루미늄처럼 흔하고 쉽게 재활용되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희소 광물이다. 개중에는 콩고의 코발트처럼 어린이들의 노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나의 폰이 만들어지기까지 지구는 물론 인간도 적잖은 아픔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생명체와는 달리 전자 제품은 땅에 묻는다고 쉽게 자연으로 알아서 돌아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전자 제품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이들의 탄생만큼이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되도록 부품이라도 재활용해 보려는 노력도 생기게 된다. 자원유효이용촉진법으로 LCD 등 부품의 리사이클이 활발한 일본에서는 파칭코 중고 기계에서 부품을 회수하여 한국이나 동남아 등에 수출하는 일이 번창한 적이 있다. 파칭코 LCD가 네비나 차량용 AV 장비에 활용된 것은 유명한 사례인데, 심지어 일본에 역수입되어 택시의 광고 영상 매체로 활용되기까지 했다.
한국에서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바다이야기 파동 이후 게임 기계에서 쓰였던 모니터들이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오픈프레임’이라는 깡통 패널이 소소한 유행을 만든 적이 있었다. 볼품은 없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26인치 LCD 모니터를 쓸 수 있었다. 화면에는 바다이야기 로그온창이 ‘번인’되어 있는 것도 애교였다.
이러한 ‘트렌드’가 자극이 되었는지 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아예 이런 기기들을 수거, 폐기, 자원화하는 ‘압수물자원화사업’을 2007년부터 벌이고 있다. 올해까지 199만대의 불법 게임기를 인수해, 그중 189만대를 자원화했다고 한다.
한편 250만대가 갑자기 사실상 사용 금지되어 버린 노트 7사태. 리콜로 수습되리라 기대되던 때만 해도 회수품은 리퍼폰으로 재유통하리라 가닥이 잡히는 듯했는데,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리퍼나 재활용 없이 안전히 폐기한다 밝혔다. 슬픈 일이다.
노트7의 대형 아몰레드 스크린은 정말 아름다웠다. IoT시대를 맞이하여 이 스크린이 라즈베리 파이 등 오픈소스 하드웨어 등을 위한 키트 등으로 재유통될 수도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펜까지 유통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디바이스 드라이버 등도 오픈소스로 공개된다면, 녹아서 희소 금속이 추출되는 것보다야 새로운 생명을 얻은 느낌도 들 것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사태. 아마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분위기는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부품이 유통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 자원이 유통될 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품명과 사연이 언급될 것이고, 이는 그리 좋은 추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국가에서 취합된 재활용품은 각각의 규제에 따라야 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자제품의 죽음은, 단순히 한 회사의 손실 문제만은 아니다. 지구의 자원이 응집된 물건인 만큼, 폐기물이 될지 가치재가 될지 관심이 기울여지기 마련이다. 만약 아름다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면, 내년도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화제가 되고, 뜻밖에 새로운 전환점의 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