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김국현의 만평줌] 제33화
세기의 대결로 시끄럽다.
그런데 전 세계 IT인에게 요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버린 대결은 이세돌 대 '알파고' 뿐만이 아니다. 바로 애플 및 IT 업계가 FBI와 벌이고 있는 대결이다. 뉴스 생산량만 봐도 알 수 있다.
테러리스트의 폰을 열어 달라는 FBI의 협력 요청에 애플이 정부를 위한 뒷문을 만들어 줄 수는 없다고 거부한 사건. 구글, 페이스북, MS 등 온갖 IT 대기업이 애플의 편에 서며 논쟁의 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일반적 여론은 사회의 안녕이 있고 나서야 프라이버시가 있다고 생각한 듯, 애플이 너무했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하다.
특히 안보는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바로 당사자라고 느낄수록 그까짓 것 왜 빨리 열어주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만약 안보가 위태롭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면 의견은 자연스레 기운다. 요즈음 한국에서 유독 북한 뉴스가 많은데, 당사자 의식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사법부는 테러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려서, 애플에게 희망을 줬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수많은 단말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정부의 논리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몰래 침해할 수 있는 정부의 법적 권한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
모든 것은 작은 것, 그까짓 것에서 시작한다.
“테러리스트의 폰 하나 그걸 안 열어 주네.”에 허락하는 순간,
“테러리스트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은 범죄자 10명만”
“아니 하는 김에 100명만”
“천명만, 만 명만, 아니 딥러닝의 시대에 데이터가 많으면 좋으니 모두 다.”
가 될 수도 있다.
테러방지법도 마찬가지다.
“테러리스트만 본다니까.”
“테러리스트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은 범죄자 10명만”
아니 하는 김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세기의 대결은 바로 이 논리를 둘러싸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다.
그건 그렇고 한편으로 알파고를 둘러싼 바둑 대결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오늘의 ‘기계 대 인간’이 아니라, 내일의 ‘소프트웨어 대 소프트웨어’.
우리가 이세돌에 열광하는 동안, 일본에서 몬테카를로 알고리즘으로 꾸준히 바둑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젠’과 일본 IT 기업 도완고의 딥러닝 전용 GPU 서버팜이 힘을 합쳐 ‘딥젠고’ 프로젝트를 런칭하기로 했다. 알파고 타도를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