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폰 갤럭시 노트 7 사용 주의서
[김국현의 만평줌] 제52화
삼성전자의 대표작 갤럭시 노트 7이 출시되었다. 경쟁자인 아이폰과 비교하여 단연 눈에 띄는 점은 역시 펜과 방수 기능. 삼성전자가 여느 안드로이드 하청 업체와 다른 존재감을 갖게 된 역사적 경위에는 역시 노트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펜 기술이 삼성 고유의 것일 리는 없었지만, 이를 안드로이드에 완성도 높게 결합하고, 상업적으로 성공시켰다는 점이 혁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혁신이겠는가. 빌게이츠도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이고, 잡스는 야유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버전이 7쯤 되면 신선함도 질리기 시작한다. 새로움이 필요한 상황, 전면에 내세운 방수 기능에 유독 마음이 간다. 지금까지 방수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단자 뚜껑을 꼭 닫아야 한다거나, 물속에서는 터치가 안 된다거나 했다.
이번에는 아예 TV 광고에 ‘탕욕’이 등장하다니 꽤 자신이 있나 보다. 증류수도 아닌 뜨거운 비눗물 광고라니 난이도 있는 일이다. 물이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한 고무 실링이 뜨거운 물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고, 맑은 물이 아니라니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알 수 없기에 금기되었던 영역이었는데, 무려 광고를 하고 있다.
방수 시험은 쾌적한 온도의 맑은 물에서 이루어진 데이터일 뿐. 그 이외는 사실 위험하다. 예를 들어 바닷물도 금물. 소금은 전해질, 바로 소금물은 도체가 되어 회로와 닿는 순간 재앙이 예보된다. 소금은 물이 마르면서 켜켜이 쌓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갤럭시 노트 7은 S7과 함께 방진방수등급 IP68. 먼지 등 이물질을 막아내는 면에서 6등급, 물을 차단하는 면에서 8등급으로 각 최고 등급을 나타낸다. (단, 소니 엑스페리아 등은 IP65/IP68이라고 65도 따로 이중으로 표시하는데, 그 이유는 8이 침수를, 5가 흐르는 물에 대한 최고 등급을 의미하기 때문. 갤럭시 노트 7의 경우 IP65도 통과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본체뿐만 아니라 펜, 그리고 뒷면에 케이스처럼 끼워 쓸 수 있는 무선 충전팩 등의 액세서리도 방수가 된다고 자랑하니 본격적이다. 그나저나 물속에서 필기가 되다니...
하지만 아무리 방수폰이라고 아무리 선전해도 국내 사례를 보니 침수 고장시에는 고객 과실로 처리된다는 것이 풍문. 게다가 지난 7월 미국 컨슈머 리포트의 갤럭시 S7 ‘액티브’의 방수 시험에서 시료 2대가 연달아 실패하여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방수폰이지 잠수폰은 아닐 터이니 살살 담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