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가는 마케팅 앰부시 마케팅의 제전
[김국현의 만평줌] 제53화
“2016. 7. 27부터 8. 24까지 공식후원사 외의 광고 등 상업적 행위를 하거나,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은 SNS 활동을 하는 등으로, 국가대표 선수단이 메달 박탈, 차기 국제대회 출전 제한 또는 국가대표 선발의 제한 등의 조치를 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부탁한다”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각국의 체육 단체는 이렇게 신신당부를 했다. 예컨대 여러분이 국가대표인데, 여러분의 스폰서 기업이 여러분께 응원 한마디라도 트윗했다가는 메달까지도 몰수될 수 있다는 것. 스폰서를 받을 정도의 선수라면 그 선수도 유명할 것이고, 그 기업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니 응원 한마디조차 훌륭한 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하는 걸 선수가 어찌할 수도 없으니 황당한 규정이어서, 선수들 사이에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공식후원사는 거액의 후원금을 올림픽이라는 브랜드의 사용권을 위해 쓴 만큼, 이들을 지켜주자는 것. 이들의 후원이 있기에 운영위나 조직위가 운영되고 전업 선수들의 제전인 올림픽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대전제가 있다.
실제로 오늘날과 같은 올림픽 후원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1984년 LA 올림픽. 그전까지 올림픽은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해야 했기에 만성적 적자상태였다. 이를 호전시킨 것이 후원기업의 후원금과 이들이 본전을 뽑기 위해 벌인 마케팅의 힘이었다.
하지만 후원기업도 아니면서 올림픽과 같은 축제에 편승, 마케팅 효과를 보는 일이 빈발하게 되었다. 앰부시(ambush) 마케팅, 즉 매복 마케팅이라 부르는 이 편법은,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모든 기업이 내심 꿈꾸는 일이다.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농구화나 우사인 볼트의 푸마 운동화처럼 올림픽 스폰서는 아니지만 스타의 개인 스폰서가 된 기업은 이들이 금메달을 딸 때 대박이 난다. 붉은악마 CF 덕에 2002년 월드컵의 스폰서가 KT가 아닌 SKT라고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계속 이런 식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후원하는 대신 그냥 매복 마케팅으로 광고비를 지출하는 편이 나을 테니, 어떻게든 이런 편승 마케팅을 근절시켜야 하는 쪽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세계인의 이목이 한 번에 집중되는 올림픽은 올라타고 묻어가고 싶다. GS25나 쿠팡 등의 기업도 “~ 사서 리우 올림픽 응원하세요”와 같은 보도자료를 내보냈다가, 깜짝 놀라 회수한 바 있다.
물량 공세도 대단하다. 수영 선수들이 유행처럼 뒤집어쓰고 나오던 비트 헤드폰.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우연히 만난 척 나눠줬다는 풍문이다. 국가에 따라서는 국기가 그려진 버전을 선물하는 센스도 보였다. 매복이 이 정도니, 공식 후원사가 질 수가 없다. 삼성전자도 이번 리우에서 12,500대의 갤럭시 S7 엣지 올림픽 특별판을 선수 전원에게 나눠줬다. 메달은 못 따도 폰은 하나 남게 생겼다.
그나저나 국가 대표에게도 올림픽 개최에도 국민의 세금이 대량 투하된다. 사실 가장 중요한 스폰서는 국민들이다. 조직위는 물론 우리 스스로도 가끔 잊곤 한다.